말러-뤼케르트 시에 붙인 5개의 가곡 중 “나는 세상에서 잊혀지고” -<밸리 클래식음악 동호회>윤 종 화- 회장

   오래전, 80대 중반의 이웃이 저희집을 방문했습니다. 제가 곧 은퇴를 계획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으시고, 외롭지 않으려면, 은퇴 자금 중, 꼭 “체면 유지비?”를 준비하라 하셨습니다. 말씀인즉, 경제적인 문제로 친구 만나기가 망설여지기 시작하면, 자연적으로 친구와 멀어지게 되고, 결국에는 은둔 생활 같은 외로운 노년을 보내게 된다고 하셨으며, 자신이 그런 외로운 삶을 지금 살고 있다 하셨습니다.  

   하기야 “체면 유지비?”를 준비하고 싶지 않을 은퇴자가 있겠습니까 … 이제 저도 은퇴를 하고 나니, 이웃께서 해 주신 충고가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평소 한번 대접을 받으면, 두 번은 대접해야 한다는 신조?로 살아왔던 저로서는, 선뜻 만나자고 연락하기가 조금씩 망설여지기 시작하니, 앞으로의 생활은 점점 외로워지겠지요.

   말러는 1901년부터 독일의 시인 프리드리히 뤼케르트 Friedrich Ruckert의 여러 시에 곡을 붙여“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와“뤼케르트 시에 의한 5개의 가곡”을 작곡하였습니다. 이 곡들은 1901년 여름에서 1902년에 작곡된 것으로 곡의 내용이 서로 관련이 없어, 다른 연가곡처럼 순서가 정해지지 않아 자유롭게 불립니다.

   말러 음악 중 가장 대중에게 사랑받는 곡은, 교향곡 5번 4악장 아다지에토 Adagietto일 것입니다. 알마에 대한 사랑 장으로 알려진 이 아름다운 4악장은 처음에는 연인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느껴지지만,   점점 어둠과 고독이 느껴집니다. 그래서인지, 이 곡은 지휘자 번스타인이 고 케네디 대통령 장례식에서 연주해 더욱 유명해졌으며, 많은 영화에도 삽입되었습니다. 

   말러가 이 이다지에토의 제2 주제 선율로 작곡한 가곡이, 오늘 소개해 드릴“나는 세상에서 잊혀지고” 이며, 튀케르트 시에 붙인 마지막 5번째 곡입니다. 

   구스타프 말러의 "나는 세상에서 잊혀지고"("Ich bin der Welt abhanden gekommen")는 그의 후기 작품으로, 알마 말러와의 결혼 생활과 그의 전반적인 창작 활동에 영향을 미친 많은 개인적, 직업적 스트레스가 반영된 작품입니다. 그는 비엔나 국립 오페라의 예술 감독으로 활동하면서 많은 성공을 거두었지만, 동시에 예술적 지향과 현실 사이의 갈등, 권력 투쟁, 그리고 대중과 비평가들의 비판에 직면해야 했습니다. 이 곡의 작곡 배경에는 말러의 개인적인 삶의 변화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1901년에 말러는 알마와 결혼했으며, 이 결혼은 그의 창작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나는 세상에서 잊혀지고"는 말러가 자신의 내면세계와 예술적 고독에 대해 깊이 사색한 결과물이며, 말러의 작품 중에서도 특히 깊이 있는 감성과 명상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가곡 가운데 최고의 걸작품입니다. 말러가 이 곡을 통해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은, 분주한 세상 속에서도 고독한 은둔성을 나타내는 것인지 아니면, 세상을 벗어나 정적 속에서 마음의 평화를 누리고자 하는 염원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 곡을 은퇴자로서 소개하고파, 사회생활의 모든 것을 내려놓은 후까지 기다렸습니다. 

   제가 아끼는 영화 The Music Teacher의 끝 장면에서, 배를 타고 조아킴 음악 선생의 시신을 뿌리는 마지막 장면에서, 음악 선생 호세 반 담 Jose van Dam이 부르는 '나는 세상에서 잊혀지고'. 가 흘러나옵니다.

   이 노래는 세상 인연에 연연하지 말고, 비록 세상 모든 것에서 잊혀진다 해도, 내 사랑, 내 노래 안에서 살아가는 것이 행복이고 천국임을 깨닫게 해 줍니다.  

   저는 누가 뭐래도 열성 말러리안입니다.

 

나는 세상에서 잊혀졌네, 그 세상과 함께 나는 많은 시간을 낭비했었지,

그들은 오랫동안 나에게서 소식을 듣지 못했네, 그들은 아마 나는 죽었다고 믿고 있을 거야.

나에겐 그것이 전혀 중요하지 않아, 그들이 나를 죽은 것으로 여긴다 해도,

나도 그에 반박할 수 없어, 왜냐하면 나는 진짜로 세상에게서 죽었으니까.

나는 세상의 소란스러움에 죽었고, 한 조용한 곳에서 쉬고 있어.

나는 나만의 천국에서 홀로 살며, 내 사랑 속에서, 내 노래 속에서 살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