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설리 작가의 신간 연작소설집 <처제집 인간풍경>이 한국의 문학나무 출판사에서 발간되었다. <처제집 인간풍경>에는 서양의 제우스와 우리의 처용이 만나는 가상의 상징적 공간인 선술집 <처제집>을 무대로 펼쳐지는 다양한 인간풍경을 그린 연작소설 11편이 실려 있다.
처용과 제우스의 머리글자를 조합한 <처제집>은 사라져가는 사람냄새와 정과 낭만을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술잔을 기울이며 외로움을 달래는 곳, 세상 어디에나 있을 법한 그런 공간이다. 황량한 사막 한 귀퉁이의 오아시스 같은 <처제집>을 무대로 전쟁 반대, 사랑과 우정, 지구 환경과 인류의 미래에 대한 걱정 등의 이야기가 밀도있게 펼쳐진다.
동양과 서양 두 문명의 부딪침과 어울림에 대해서 작가는 이렇게 이야기한다.“나는 늘 동양과 서양은 결국 둘이 아닌 하나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었기에, 글 속에서도 동양의 상징인 처용과 서양을 상징하는 제우스의 만남을 주도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처용과 제우스를 통해 동양과 서양의 만남과 화합을 꿈꾸어 본 것이다.
물론, 그런 의도 외에도 역사와 신화 속 인물을 우리의 현실 세계로 모셔와 다시 등장시킨 건, 결국 서양과 동양의 긍정적 융합과 어울림,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어쩔 수 없는 부딪침, 사라져가는 전통과 낭만, 하루가 다르게 일그러지고 망가져가는 현실에 대한 절박한 애틋함 때문이다.
우리가 아무리 미래라는 신비하고 새로운 변화의 시대 앞에 놓여 있다고 한들 그 미래 역시 본질적으로는 결국 역사와 신화의 토대 위에 놓여 있고, 모든 새로운 디지털 문화의 뒤에는 아날로그 문화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 맞이하게 될 변화 역시 낯설지 않게 접근하고 싶은 기대와 믿음을 갖고 싶었다.”
오랫동안 셔먼옥스에 살아온‘밸리 토박이’인 곽설리 작가는 시인, 소설가, 화가, 서예가, 첼리스트 등 여러 방면에서 치열한 예술혼으로 다재다능한 창작의 세계를 열고 있는데, 지난 1월2일-16일에는 첫 미술작품 개인전을 가졌다.
곽설리(본명 박명혜) 작가는 서울 출생으로, <시문학> 시 당선, <문학나무> 소설 당선으로 등단했다. 그동안 발간한 저서로는 시집 <물들여 가기> <갈릴레오호를 타다> <꿈> 시 모음집 <시화> 외 다수, 소설집 <오도사> <움직이는 풍경> <여기 있어> <칼멘 & 레다 이야기>. 글벗동인 작품집 <다섯 나무 숲> <사람사는 세상 > <아마도 어쩌면 아마도> 등이 있다.
재미시인협회, 미주한국소설가협회 회장, 미주한국문인협회 소설분과위원장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