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시> 높이 날고픈 새와 빈 의자
2024.03.01 10:20
그림: 최영주(화가)
홍익대 미대를 졸업하고 미국에 와, 1981년 서울 그로리치화랑에서 개인전을 가진 후, LA와 뉴욕, 한국 등에서 17차례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크고 작은 그룹전에 참여하며 활발하게 활동해왔다.
시: 장소현(시인, 극작가)
텅 빈 우주
가득 차게 그리려면
죽을 만큼 아파보거나
아무것도 잡을 줄 모르는
어린아이처럼 텅 비어
가득한 마음 되어야…
멀리 아주 멀리 나는 새처럼
뼛속까지 가볍게 되도록 가볍게
비우고 또 비우고
버리고 또 버려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 때 비로소
겨우 보일 듯 말 듯 열리는
우주의 노래, 바람 소리…
내가 곧 우주라는 것
알아차릴 때까지 차마
의자에 앉지 못하고 서성이는 사람.
가늘게 가늘게 떨리는 꽃 한 송이처럼
날마다 다시 태어나기.
아득히 먼 곳 꿈꾸는 새처럼
가볍게 철저하게 가볍게
비우고 또 비우고.
참나(眞我) 찾아 헤매는 캄캄한 길
문득
화살표 같은 한 줄기 빛,
아득하게 텅 비어 가득한 우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