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 물소리에 온전히 나를씻고 Millard Canyon - <밸리산악회> 김 찬 호 대원-

   한국에 한창 유행 중인 레저 문화 중에 "글램핑"이 있다. 글래머러스(Glamorous)와 캠핑(Camping)의 합성어로, 일반적인 캠핑에 필요한 침낭, 텐트, 매트리스, 조리 기구 등을 구입하지 않고, 무겁게 운반할 필요 없이, 자연 속으로 가지 않고도 도심 가까운 시 외곽에서 냉난방과 샤워, 침대가 이미 완비된 최신 시설급의 큰 텐트에서 즐기는 럭셔리 캠핑을 의미한다. 2년 전 한국방문 시, 가까운 지인의 초대로 하루 동행한 경험은 나름 즐거웠고, 바쁜 도시 생활에서 손쉽게 스트레스 해소하기에는 안성맞춤이라는 지인의 말에 공감하기도 했으나, 고등학생 때부터 깡통시장에서 구한, 미군 병사용 A 텐트로 캠핑을 시작한 필자로서는, 스스로 땀흘려 수고하지 않고도 얻을 수 있는 그 즐거움이 뭔가 2% 부족한 것 같은 마뜩잖음을 떨칠 수 없었다. 

   인구수가 많고 높은 구매력을 갖춘 시니어 시장을 겨냥한 기업과 여행업계의 서비스, 패키지여행이 확산일로인 요즘, 그중에서도 부유층 사이에 극한의 모험 관광상품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축구장 크기의 거대풍선에 객실을 설치해 놓고 고도 30Km의 성층권에서 지구와 우주를 관람할 수 있는 우주여행이 2024년부터 시작될 것이라는데 여행시간은 상승과 하강에 각 2시간을 포함한 총 6시간인데, 그 비용은 13만 달러이며 이미 예약신청을 한 사람만 600여 명이라고 한다. 또 혹한의 남극 빈슨 메시프에 요리사를 대동한 호화글램핑 탐험이 20만 불에 성업 중이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5,300m)는 산악인들이 고산에 적응하기 위해 일정 기간 머무는 공간인데, 돈이 아쉬운 네팔 정부의 무분별한 입산 허가로 하계 등반 시즌에는 매일 1,000여 명의 상업 등반대원들로 북새통인데 그들로 인해 발생한 쓰레기만 지난해 75톤이었으며 그 중 배설물로만 20톤이었다고 한다. 그런 와중에, 부유층을 노린 호화모험상품 과녁에 에베레스트도 피하지 못했다. 베이스캠프의 글램핌용 대형 텐트에는 안락한 침대와 거실, TV, 개인 욕실에 요가와 마사지까지 제공된다. 그중 일부는 전속 셰르파를 대동하고 정상 도전에 나서기도 하지만, 일부는 헬리콥터로 베이스캠프로 날아와 호화글램핑을 즐기고 다시 헬리콥터를 타고 내려간다. 침대에서 침대로 이동하며 에베레스트를 즐긴다며 비난하는 산악인들이 많아지고 논란이 커지자, 네팔 당국이 마지못해 칼을 빼 들었다. 베이스캠프 공간을 할당해 텐트 크기를 줄이고 헬기 사용도 자제시킬 예정이란다. 극한 모험이라는  짜릿함과 안전함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내세워 남들은 가질 수 없는, 자기만의 스토리를 가지고 싶어 하는 부유층의 욕망에 충실한 상품들이 지구의 극지들을 오염시키고 있다.

   파사데나 북쪽의 Miliard Canyon은 잘 관리된 등산로와 울창한 숲, 시원한 계곡물이 흐르는 폭포와 Mt. Lowe, Echo Mountain과도 연계되는 트레일로 LA 시민들이 즐겨 찾는 산행코스이다. 중간지점에 있는 다운 광산(Down Mine)은 1950년대까지 금광석을 캐냈다고 하는데 설비 흔적이 일부 남아 있다. 파킹장 왼쪽 방향, 오랜 가뭄으로 몇 년간 가지 않았던 폭포를 찾아가는, 기대에 찬 발걸음이 빨라진다. 오랜 가뭄 동안 졸졸 흐르던 이끼 낀 냇가가, 검푸른 이끼는 풍부한 물줄기에 깨끗이 씻겨 맑은 물 가득 쏟아지는 폭포와 계곡 본래 모습으로 우리를 들뜨게 한다. 왕복 1마일 폭포 트레일을 돌아 나와 오른쪽 Sunset Ridge Trail 부드러운 흙길 완만한 등산로를 지그재그 30여 분 올라 숲을 벗어나 소방도로가 나오고, 에코케년 표지판을 보며 왼쪽 트레일로 접어든다. 조금씩 가팔라지는 등산로가 2.5마일 지점, 피크닉 테이블이 있는 Sierra Saddle까지 이어지고, 목을 축인 후 몸을 돌려 내딛는 걸음으로 1마일 올라가 만나는 삼거리 표지판에서 계속 직진하여, 다시 30여 분 후 숨이 턱에 닿을 때쯤, Down Mine까지 1마일 남은 표지판 왼쪽 좁은 내리막길로 들어서며 산가브리엘 산맥의 웅장한 산세를 눈에 담고 곧이어 만나게 될, 울창한 숲과 모양 좋은 암벽에 둘러싸인 운치 있는 계곡에서의 휴식에 마음이 바빠진다.

왕복 9마일.  등반고도; 1900 피트. 난이도;3 (최고5).  등급; 4 (최고 5)

가는길; 118 (E)- 210E)- Lake Ave, Exit- 북쪽으로 Drive- 길이 끝나면서 왼쪽으로- 1마일정도-

Chaney Trail Rd 나오면 우회전-계속 직진하면 숲이있는 파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