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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는 전부 36곡이나 되며, 그의 생애를 통해 초기의 작품에서 만년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그때그때의 피아노의 기능을 최대한 살려 작곡했으며, 그의 생애 동안 음악의 양식적인 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라 합니다.

 

   오래전 줄리아드를 졸업하고 UCLA 피아노 박사 코스를 하고 있었던 지인의 딸이, 그해 여름, 국제 대회에 나가는데 그 지정곡이 듣기만 해도 무지 연주하기 어려운 악장임을 알 수 있는, 베토벤 소나타 21번 발드스타인(Waldstein) 1악장이라 했습니다. 

   이처럼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들은, 오늘날까지도 피아노를 배우는 사람뿐만 아니라 전문가들도 많이 연주되는 것을 보면, 이 작품의 완성도나 중요성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것 같습니다.

 

   베토벤의 소나타 중에는 가장 많이 알려진 곡이 14번“월광”인데, 유명한 만큼 사연도 많이 간직하고 있습니다. 베토벤이 눈먼 처녀를 위해 달빛에 잠긴 채로 만들었다던가, 빈 교외에 있는 어떤 귀족의 저택에서 달빛에 감동되어 만들었다던가, 또는 연인에 대한 이별의 편지로 작곡한 곡이라든가 …. 영화 Immortal Beloved에는 또 다르게 전개되는데 …

 

   그러나 정작 베토벤 본인은 단지 “환상곡 풍의 소나타”라는 부제를 부쳤을 뿐, “월광”이란 이름은 비평가 렐슈타프(Rellstab)가 이 작품의 제1악장이 스위스의 루체른 Lucerne 호반에 달빛이 물결에 흔들리는 조각배 같다고 비유 한데서 연유한 부제목입니다.

   1악장이 자유로운 환상곡 풍이고, 스케르초 풍의 제2악장은 전원의 무곡으로서 유머러스하고 경쾌한 맛이 감돕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제3악장에서는, 무겁게 떠도는 암흑 속에서 섬광을 일으키는 천둥과 번개처럼 격한 분위기가 힘차고 당당하게 전개되어, 당시 베토벤이 지니고 있던 청춘의 괴로움과 열정을 연상시키는 것 같습니다.

 

   1801년에 완성이 된 이 곡은, 줄리에타 귀차르디 Giulietta Guicciardi라는 아름다운 여성에게 바쳐졌습니다.

   그녀는 베토벤에게 피아노를 배운 제자였는데, 두 사람 사이에는 여러 가지 염문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아직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는 베토벤의 '영원한 여인'의 정체가 이 여성이라는 이야기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줄리에타는 이 곡이 완성될 때쯤 젊은 멋쟁이 백작과 결혼했습니다. 돈도 없고 신분도 낮고 더욱이 귀까지 나쁜 음악가와 결국에는 헤어지고야 만 것입니다. 줄리에타에게 이런 명곡을 바칠 만한 가치가 없는 여성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베토벤은 크게 실망했고, 마침내 그 유명한 '하일 리겐시타트 유서 Heiligenstadt Testament'를 쓰게 됐다고 합니다.

 

   너무나 사랑받는 1악장은 주제가 차분히 펼쳐지고 전개되는 과정 전체가 그야말로 꿈꾸듯 나른하기도 하고 또 애잔하게 느껴집니다.

   세도막 형식에 2/2박자로 환상적이며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운 가락이 낭만성과 정열의 빛을 더해주는 것 같습니다. 눈을 감고 가만히 그 선율에 귀를 기울여 보면, 고요한 호수 위에 청아한 달빛이 반짝이는 풍경이 너무나 잘 어울림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이 칼럼을 쓰고 있는 주말은 메모리얼 연휴가 시작됩니다. 가까운 호수로 야영을 가셔서 달밤에 베토벤 월광 소나타 1악장이 평론가 렐슈타프(Rellstab) 말이 맞는지 들어보시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1악장의 아름다움에 취해 꿈을 꾸듯 들으시다가, 설마 잠이 오는 분은 안 계시겠지요. 만약 졸음이 온다면, 3악장을 들으십시오. 잠이 확 달아날 것입니다.<*>

 

베토벤.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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