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생각>
물이 없으면 만물은 살 수가 없습니다.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지요. 그래서 생명수(生命水)라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물이 점점 말라가고 더러워지고 있습니다. 물을 돈 주고 사먹어야 하는 날이 올 줄이야…
불균형도 갈수록 심해집니다. 이른바 문명사회 사람들은 물을 펑펑 써대는데, 아프리카 같은 곳에서는 마실 물 한 동이를 얻기 위해 얼마나 큰 고생을 하는지…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매해 3월22일을‘세계 물의 날’로 정하고, 다양한 행사를 펼치고 있지만, 상황은 더욱 나빠지고만 있습니다.
물은 생명의 물론 근원이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 삶의 올바른 길을 일러주는 좋은 스승이기도 합니다. 유명한 상선약수(上善若水) 같은 것이 좋은 예지요. 함께 읽어보지요.
이 찬란한 첨단 과학시대에 몇천 년 전의 고리타분한 글을 뭐하러 읽느냐? 천만에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과학기술이 지배하는 세상일수록 빛나는 것이 고전(古典)입니다. 그래서 고전인 것이지요.
가장 착한 것은 물과 같다.
가장 착한 것은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잘 이롭게 하면서 다투지 않고 뭇사람들이 싫어하는 곳에 처한다. 그러므로 도(道)에 가깝다. 사는 데는 땅이 좋다. 마음은 깊은 것이 좋다. 벗을 사귐에는 어진 것이 좋다. 말은 성실한 것이 좋다. 정치는 자연의 도리로써 다스리는 게 좋다. 일은 잘할 줄 아는 게 좋다. 움직임은 때를 맞추는 게 좋다. 대저 오직 다투지 않으니 그런 까닭에 탓할 바가 없다.
-무위당 장일순+이헌주 목사 옮김
원문과 음독
上善若水(상선약수)。水善利萬物而不爭(수선리만물이부쟁), 處衆人之所惡(처중인지소오), 故幾於道(고기어도)。
居善地(거선지), 心善淵(심선연), 與善仁(여선인), 言善信(언선인), 正善治(정선치), 事善能(사선능), 動善時(동선시)。
夫唯不爭(부유부쟁), 故無尤(고무우)。
..............................................
'상선약수'로 시작하는 <노자 도덕경> 제8장은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고 가장 널리 알려진 문장으로, 물을 비유로 사용하여 덕을 설명합니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지만, 그 공을 내세우지 아니하고, 사람들에게서 멀리 떨어져 자기 할 일에만 충실할 따름입니다.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겸손, 막히면 돌아가는 지혜, 더러움을 받아내는 포용력, 어떤 그릇에도 담기는 융통성, 바위도 뚫어내는 인내와 끈기, 폭포와 같은 용기, 유유히 흘러 바다에 이르는 대의를 물의 칠덕(七德)이라 부릅니다.
물의 덕성인 겸손, 적응력, 윤리적인 통치, 진실한 대화, 그리고 비경쟁적인 태도 등은 복잡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지혜롭고 훌륭한 지침이 됩니다. 모든 개인과 리더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가르침이기도 하지요.
물질문명에 대해 지나친 믿음을 갖고 사는 우리 현대인에게 마음을 비우고 조용히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해줍니다.
이런 덕성을 다 갖춘 물은 최고의 선(善)으로 완벽한 도(道)에 가깝다 할 수 있습니다.
짧은 문장으로 구성된 <노자 도덕경>은 해석서가 많은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참고로 신학자 오강남 교수의 번역을 소개합니다. 비교해서 읽으면 느낌이 한결 넓어질 겁니다.
가장 훌륭한 것은 물처럼 되는 것
오강남 풀이
가장 훌륭한 것은 물처럼 되는 것입니다.
물은 온갖 것을 위해 섬길 뿐,
그것들과 겨루는 일이 없고,
모두가 싫어하는 (낮은) 곳을 향하여 흐를 뿐입니다.
그러기에 물은 도에 가장 가까운 것입니다.
낮은 데를 찾아가는 자세
심연을 닮은 마음
사람됨을 갖춘 사귐
믿음직한 말
정의로운 다스림
힘을 다한 섬김
때를 가린 움직임.
겨루는 일이 없으니
나무람 받을 일도 없습니다.
......................
<노자 도덕경>이라는 책
<노자 도덕경>은 시나 잠언 같은 81편의 짤막한 글로 구성되어 있는, 상하편 5,000여 자의 짧은 분량의 책이다. 우주론, 인생철학, 정치 군사를 아우르는 방대한 내용을 담아 후대에 널리 영향을 끼쳤고, 지식인사회의 첨예한 관심을 받는 텍스트이다.
도덕경의 내용은 진정으로 자기를 완성하는 도(道)의 길, 진리의 길을 담고 있다. 때로는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요, 우리의 심혼을 일깨우는 통찰이요, 그윽한 명상이요, 해학이요, 역설이기도 하다.
무위자연(無爲自然)으로 요약될 수 있는 노자의 사상이 집약되어 있는 도덕경은 무위(억지로 하지 않음)의 자세를 자기의 덕으로 삼는 자, 도에 눈을 뜬 성인의 철학의 근본을 설명하는 어구로 채워져 있다.
도덕경은 중국 고전 중에서도 주석서가 많기로 유명한 책이다. 중국에는 약 1,500권의 주석서가 쓰여졌고, 약 350종이 현존하고 있다. 영어로도 가장 많이 번역된 책인데, 현재까지 100종 이상의 번역서가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글 주석서도 무위당 장일순, 도올 김용옥, 신영복 교수, 오강남 교수 등의 백여 종이 훨씬 넘는 다양한 번역본, 주석서가 나와 있다.
도덕경의 진가는 5천 자 남짓한 간소한 텍스트가 펼치는 무궁무진한 해석의 지평에서 찾을 수 있다. 읽는 이마다 다른 다양한 담론의 치열함도 또 하나의 매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