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인이나 모험가들이 오랫동안 도전해 왔던 히말라야나 극지방 원정같이 인원과 비용이 많이 드는 스케일이 큰 목표에서, 경제적이며 혼자서도 가능한 장거리 트레일 백패킹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들이 꿈꾸는 미국 3대 장거리 트레일이 있는데, 멕시코 접경에서 캐나다까지 시에라 네바다 산맥을 넘나드는 미서부 태평양 연안 등산로인 Pacific Crest Trail(PCT 2,663마일/4,286km)과 미동부 14개 주에 걸쳐 애팔래치아산맥과 연결되어 대서양 캐나다에 이르는 Appalachian Trail(AT 2,181마일/3,510km), 그리고 미국 중서부 5개에 걸쳐 멕시코에서 캐나다까지 로키산맥을 따라 이어지는 Continental Divide Trail(3,100마일/5,000km)이 그것인데 트레일마다 5~6개월이 소요 되는 고행길이라 매년 수천 명이 도전하지만, 완주자는 10%를 넘지 못한다. 그러나 험준한 등산로와 보석 같은 호수들, 눈 덮인 산악지대, 화산지형 등 끝없이 펼쳐지는 거대한 야생의 자연 속에서 걷고 싶다는 원초적인 욕구는 끊임없이 우리를 유혹한다. 다행히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는 덕분에 PCT 하이킹은 좀은 익숙한 편이다. LA 근교 많은 등산로가 PCT와 연결되어 있고 PCT 구간 중 가장 아름답다는 JMT와 사이드 트레일, 요세미티, 킹스케년, 세쿼이야케년, 마운트 윗트니 등, 본 산악회의 특별산행코스에도 PCT는 빠지지 않는다. 덕분에 PCT의 구간 구간은 맛본 셈이다.
그러나 동부의 AT, 중서부의 CDT는 지리적으로 너무 멀어 엄두를 내지 못하던 곳이었는데 최근, 꿈만 꾸고 있을 수 없다며 몇몇 대원들이 일을 저지른다. CDT 일정 구간 백패킹 도전에 나선 것이다. CDT는 PCT에 비해 해발고도가 더 높고 훨씬 더 늦게 만들어진 트레일이라 아직까지 80% 정도만 정비되어 있어 난이도가 더 높다. 그나마 퍼밋이 필요한 PCT에 비해 CDT는 아직, 퍼밋없어도 트래킹이 가능하다. 그렇게 열정이 뜨거운 10명의 대원은 920여 마일을 허위허위 달려 CDT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Wind River Range를 찾아 와이오밍주 산맥 남서쪽 Big Sandy 트레일헤드에서 6박7일 장정에 들어간다. 중간 보급이 필요치 않을 만큼의 식량과 침낭, 텐트가 담긴 배낭의 무게는 결코 만만치않다. 그렇게 시작한 백패킹은 빅샌디 TH에서-Dad’s Lake- Shadow Lake- Texas Pass를 거쳐 Lonesome Lake- Jackass Pass를 넘고 Big Sandy Lake- Temple Lake- 다시 빅샌디 TH 까지 1만피트(3000m)를 넘나드는 고산에서 40여 마일을 걷고 걸으며, 하늘 가까운 텐트에 피곤한 몸을 뉘어도, 자연의 이야기에 쉬이 잠들지 못했으리라.
세상과 단절된 고산에서의 일주일, 그리고 와이오밍까지 왕복 1,800여 마일 포함 9일간의 대장정을 무사히 마친다. 신의 은총인 듯 인생은 길어졌고, 인생 2막의 삶을 건강하게 즐기려 산과 들을 누비는 60대의 발걸음이 많아진 것이 바람직한 현실이다. 높고 먼 봉우리도 두려워 않는 60대의 역동성, 액티브 시니어의 멋진 모습을 당당하게 실천한 우리 대원들에게, 부러움이 섞인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