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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아내는 은퇴 전, 건강이 허락되면 세계 여러 곳에서 몇 달씩 살아보았으면 좋겠다고 꿈을 꾸었습니다.

   하나님이 부르실때까지 살겠다며 11년 전에 옮긴 Newhall 집 땅에, 옆 신학교에서 채플을 짓겠다며 몇 년 전부터 구입을 원할 때만 해도, 팔지 않겠다며 완강히 거절했지만, 결국은 지난 8월 말로 신학교에 집을 넘겨주었습니다. 

   6월부터 어디로 이사를 가야 하나 고심 끝에, 아내 조카가 가까이 살고 있고, 푸른 숲속의 집에서 살 수 있는 애틀랜타로 이사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뿐만아니라, 대형 한국 마켓이 5개나 있고, 많은 한국 식당도 저에게는 큰 위로였습니다. 

   사람의 운명은 하나님이 결정하시지만, 지금 계획으로는 애틀랜타에서 3년 정도 살다가 LA로 다시 돌아오든지 아니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갈 계획입니다.  

   이삿짐을 Pack Rat의 컨테이너로 애틀랜타에 보낸 후, 2주 계획으로 그동안 가족들과 둘러보았던 캘리포니아와 유타, 애리조나 국립공원들을 둘러보았습니다. 왜냐하면 이삿짐이 도착하는데, 약 2주가 걸리기 때문입니다. 물론 렌터카로 여행을 떠나기 전, 제가 좋아하는 음악들을 USB Drive에 저장해 두었습니다. Benton 온천, Yosemite, Death Valley, Arches, Canyon land국립공원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Monument Valley, Horseshoe Bend를 둘러보았습니다. 

   이렇게 장시간 운전하며 차에서 많은 시간동안 음악을 들었는데, 저희 부부는 듣고 또 듣고한 음악이 바로 말러의‘나는 세상에서 잊혀지고’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저녁노을’이었습니다. 

   특히 여행하다 보면 지평선을 볼 기회가 많고, 저녁노을 또한 볼 기회가 많은데, 아름답게 물드는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감상하는‘저녁노을’은 80여년을 살아온 노장의 삶의 깊이를 느끼게 해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말러의‘나는 세상에서 잊혀지고’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서로의 욕심 때문에, 타인과의 관계에서 상처를 주고받으며 어려움을 겪습니다. 말러도 완벽주의자였던 그의 까다로운 성격으로 인해 단원과 주위 사람으로부터 공격을 당할 때 이 곡을 작곡하며, 아마 세상의 모든 인연을 끊고 산속에서 지내고 싶은 마음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이 곡을 들으며, 할 수만 있다면, 아직 생업에 묶여있는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한 번쯤 모든 인연을 뒤로하고 조용한 곳에서 살다 보면, 많은 상처들이 저절로 치유될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녁노을’ 시의 내용이 마침 황혼에 접어든 슈트라우스는 지금까지 열심히 이루었던 명성과 영광이 이제 와서 보니 부질없음을 깨닫고, 긴 인생의 피곤한 여정 후 힘겹고 지친 눈으로 지는 석양을 바라보며 '이것이 아마 죽음이 아닐까’라고 스스로에게 묻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또한 역설적으로 허무와 운명을 넘어 인생의 참뜻을 깨닫게 해주는, 따듯하고 희망적인 메시지로도 들리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바그너-말러를 잇는 오케스트라 가곡 중 가장 위대한 작품이 되었습니다. 

‘저녁노을’은 파란만장했던 80여 년의 연륜에서 나오는 인생의 참 의미를 깨달은 거장의 마지막 숨결이 느껴집니다. 

   74년을 아내와 같이 살아오면서, 2주 동안 여행하며 둘만의 시간을 가져본 적이 없었기에, 서로의 마음을 비우고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유의미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모든 욕심을 내려놓고, 이웃을 사랑하며 여생을 보내고 싶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나는 세상에서 잊혀지고’와‘저녁노을’을 들으 때마다, 거장들이 음악과 시를 통해 주시고자 하는 인생의 참뜻을 늘 되새기고 싶습니다. <*>

슈트라우스.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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