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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 선생은 상해 임시정부에 참여해 독립운동을 하면서도 미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자주 편지를 했다.

  도산 선생이 부인과 아들, 딸에게 보낸 편지에는 절절한 가족사랑과 인간미가 가득하다. 그가 얼마나 정이 많고 자상한 사람인지 절절하게 느껴져 옷깃을 여미게 된다. 눈물 나는 구절도 많다. 나라를 위한 일을 하느라 가족을 소홀히 한 것에 대한 미안함을 토로하는 구절 등등…

  도산 선생은 우리 미주 한인사회의 정신적 큰 스승이시다. 선생께서는 가주에서 민족 지도자로 활동하며, 대한인국민회를 창립하는 등 한인사회의 기틀을 다지셨다.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도산은 좋은 사람, 좋은 어른, 좋은 남편, 좋은 부모라는 점을 새롭게 인식하는 일이다. 방향을 잃고 허둥대는 지금의 우리들이 가장 소중하게 여겨, 삶의 바른 길잡이로 삼아야 할 덕목이다.

 

“두 딸이 기침으로 고생한다는데…”

 

  나의 사랑 혜련. 기다리고 또 기다리던 당신의 편지를 오늘에야 받아 보았습니다. 내가 괴로울까 편지 아니하였다 하니 이것이 무슨 말씀입니까? 편지 보는데 무슨 괴로움이 있을까요. 당신은 내 편지를 보면서 기쁘다 하면서 그러하니잇가? 인정이야 어찌 다르리오. 

  당신은 나를 잘 알지오. 본래 편지 쓰기를 좋아하지 않는 특성이 있지 않나잇가? 그러한 중 참 바쁘게 지내여서 편지를 자주 못하였습니다. 

  나의 사랑하는 두 딸이 기침으로 고생하는 것이 애석하웨다. 필립은 그같이 컸다 하니 더욱 보고 싶소이다. 이번 편지에서 아이 말이 다 있는데 오직 필선의 말이 없으니 웬일이오잇가? 좋은 것이나 언짢은 것이나 다 바로 알려주시오. 이것이 부부간의 마땅히 지킬‘도’라 합니다. 

  나는 이즈음에 몸이 좀 편하웨다. 일은 다시 많아집니다. 우리 사람은 정도가 낮은고로 어데든지 이치에 불합(不合)하고 때에 맞지 아니하는 일이 많습니다. 그런고로 우리는 흥사단 주의를 철저하게 지키고 발전하여 내 몸과 마음으로 우리에게 의지하는 어린것들부터 개량하여 분명하고 건전한 국민을 양성하여야 되겠다 합니다. 

  -민국 2(1920)년 5월 1일 창호 

 

“힘없는 남편이라 괄시나 마소서” 

 

  전에도 말하였거니와 늙어감으로 그러한지 가정이란 생각이 점점 더 많아지는데 나의 사정은 그렇게 되지 아니합니다. 실로 답답할 때도 많으나 부모 처자를 영영 버리고 나라에 향하여 피를 흘리고 죽으신 많은 애국자를 생각하고 수다한 노인과 청년이 그 친족을 떠나서 만추리(만주)와 시베리아의 찬 바람에 고생하는 자들을 보고 스스로 억제하옵나이다. 

  슬프다. 나의 과거 평생을 돌아보고 현재를 생각하건데 집도 돕지 못하고 나라에도 큰 유익을 준 것이 없으니 두루 자책할 뿐입니다. 곧 미주로 돌아가고자 하나 내가 지금 돌아간다 해도 처음으로 가족을 대할 때에 난 좋다하려니와 돈도 없고 연약한 몸으로서 처자를 거두지 못할 것을 가나 아니 가나 일반일뿐더러 도리어 삯빨래하여 번 밥을 뜯어먹을 형편이라. 

  내가 원동에 온 지가 4년인데 장래 원동에 발전할 만한 기초를 세우지 않고 미주로 쑥 들어가면 오십의 백발을 날 터이라 다시 무엇을 하리오. 그럼으로 상당한 기초를 세워서 내가 죽은 후에라도 일에 발전이 있기를 위하여 오늘까지 주춤하고 있더이다. 

  혜련, 우리는 나라 망한 사람이라 무엇에나 만족이 있으랴? 그래도 우리 민족의 큰 사업의 기초가 세워지면 나는 아무 한할 것이 없고 크게 기뻐하겠습니다. 이번 국민대표회의나 지나고 내년 봄이나 여름에는 집에 다니어 오려고 하노이다. 그때에 힘없는 남편이라고 괄시나 하지 마소서. 

  -1922년 11월 23일 안창호 

 

“이 아비보다 나은 사람이 되거라”

도산 안창호가 아들 필립에게

 

  내 아들 필립아. 전에도 말했지만, 너는 나이가 점점 들어 키가 자라고 몸이 굵어지니, 전날 나이가 어리고 몸이 작을 때보다 스스로 좋은 사람 되기에 힘쓸 줄 안다. 내 눈으로 네가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되려고 힘쓰는 모습을 매우 보고 싶다.

  좋은 사람이 됨에는 진실하고 깨끗한 것이 첫째이다. 너는 스스로 부지런하고 어려운 것을 잘 견디는 것을 연습하여라. 너는 책을 부지런히 보느냐? 쉬지 말고 보아라. 

  두 종류의 책을 택하여라. 

  첫째는 좋은 사람들의 사적과 인격을 수양하는 데 관한 책이 좋은 책이요,  둘째는 네가 목적하고 배우고 지식을 얻는 데 관한 책이다. 이 두 가지 내용을 기준으로 해 책을 보고, 한국 글과 책을 잘 익혀라. 내가 하는 말을 네가 즐거운 마음으로 따를 줄 믿는다. 

  네 아버지가, 중국 홍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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