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학 새 역사 쓰다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by Valley_News posted Nov 1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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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소설가 한강(54)이 선정됐다. 국내 작가로는 최초이고, 아시아 여성 작가로도 최초다. 노벨상 전체로 보면 2000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두 번째 한국인 수상자다. 작가가 소설로 등단한 지 꼭 30년만, 국내에 최초 근대 소설이 소개된 지 107년 만의 영예다. 그동안 시인 고은이 후보군으로 거명된 적이 있으나, 한강 작가가 50대에 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을 거머쥐리라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노벨문학상을 주관하는 스웨덴 한림원은 지난달 10일“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하는 강렬한 시적 산문”의 작가로 한강을 소개하며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발표했다. 

   한림원은 한강 작가를 두고“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규칙에 맞서고, 작품마다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다”며“몸과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연결에 대한 독특한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한강 작가는 1970년 광주에서 태어나 9살 때 상경했다. 아버지가 유명 소설가 한승원(85)이다. 연세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출판사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1993년 시로 등단했고, 이듬해 단편소설‘붉은 닻’으로 거듭 등단했다. 

   2005년 당시 첫 70년대생으로 수상한 이상문학상(단편‘몽고반점’)에 이어, 동리문학상, 만해문학상 등을 받으며 국내 대표 작가로 자리매김한 지는 오래다.

  작가는 2016년  5월 ‘채식주의자’(2007)가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하며 국제 무대에서도 본격 호명되기 시작했다. 

   제주 4·3을 소재로 한 소설‘작별하지 않는다’로 지난해 11월 프랑스의 메디치 외국문학상, 올 3월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을 받았다. 메디치상 심사위원단은 당시 한강 작가를 두고“한국에서 가장 위대한 작가로 여겨진다”며“작가의 책이 출판되는 것은 한국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하나의 사건이 된다”고 평가했다.

   1995년 첫 소설집‘여수의 사랑’출간 이래, 주요 작품으로 장편소설‘검은 사슴’(1998),‘그대의 차가운 손’(2002),‘희랍어 시간’(2011),‘소년이 온다’(2014),‘흰’(2016),‘작별하지 않는다’(2021), 소설집‘내 여자의 열매’(2000),‘노랑무늬영원’(2012), 시집‘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2013) 등이 있다.

   작가의 글쓰기 방식은 지독할 정도로 피해자 내지 주인공에 수렴한다. 작가는 2011년“글을 쓸 때는 다른 일을 할 수 없다. 움직이지 못한다. 걷지도 먹지도 못한다. 가장 수동적인 자세로, 글쓰기 외의 모든 것을 괄호 속에 넣고 한 단어씩 써간다. 그 외의 다른 방법은 없다”고 쓴 바 있다. 

   지난해 메디치상 수상 기자간담회에서도 “9년에 걸쳐 쓴‘소년이 온다’와‘작별하지 않는다’가 하나의 짝인 셈인데, 너무 추웠다. 겨울에서 이젠 봄으로 들어가고 싶다. 역사적 소설은 그만 쓰겠다”며“좀 더 개인적인, 생명에 대한 소설을 쓰려고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노벨문학상이 그 전환점에 선 그를 떠밀고 있다.<*>한 강 노벨 문학상.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