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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져 온다. 갓 결혼하고 시댁 아파트에서 신혼을 시작했다. 그때는 그것밖에 다른 선택이 없었다. 

   외항선 기관사로 5년, 쏠쏠하게 모아놓은 자금, 사업한다더니 2년 만에 털어먹고,  빈털터리 되어 낙담에 빠져있는 그 남자를 배신한다는 건 상상도 못 한 나 역시, 갑자기 어려워진 친정을 뒷배경으로 대학 졸업반이었던, 그때의 신혼생활이 순탄할 리 없는 건 자명한 일이었다. 

   남편은 세상을 몰랐고 나는 어렸었다. 눈치를 보며 어렵게 학교를 졸업하고 취직을 해서 먼 거리 출퇴근하는 며느리를, 냉정하신 시어머니와 달리 시아버님은 따뜻하게 챙겨주셨다. 항상 다정하게 이름을 불러주셨고, 한잔 되시면 나의 피아노 반주에 팝송을 즐겨 부르시곤 했다. 친구들과의 술자리에 가끔 불러내셔서 우리 며느리라고 자랑하시며 맛있는 설렁탕도 먹여주셨고 출퇴근길에 초콜릿 한 움큼씩 주머니에 넣어주시던 그 따뜻함이 지금도 아프게 그립다. 

   남편이 다시 바다로 나가고 나는 친정으로 들어가면서, 보험업무로 바쁘신 시어머님은 정신이 없으셨고, 퇴직이후 생활전선에서 밀려나신 시아버님의 외로움이 날로 깊어지심을 그땐 미처 몰랐었다.

   일 년이 훌쩍 지나고 귀국한 남편과 찾아뵌 시아버님은 그새 참 많이 야위어계셨다. 사실은 이미 경고등이 켜져 있었던 것을….  

   그로부터 3일 후, 귀국한 남편의 환영식 겸 형제들의 모임에 가는 길에 찾아뵌 시아버님은, 식사도 거른 채 혼자 술을 들고 계셨다. 밥맛 없다고 하시는 아버님을 위해 야채죽을 만드는 동안 아버님은 쇼파에 힘없이 기대셔서, 나지막이 한오백년 노래를 부르신다. 뒷정리를 마치고 인사하는 우리에게 보내주시던 아버님의 애잔한 미소가, 가는 발걸음을 내내 무겁게 했다. 

   정말 한 치 앞을 모른다더니 그게 마지막 경고등이었음을, 그 야채죽이 아버님의 마지막 식사였고 그 한오백년 노래가 아버님의 한 많은 이 세상 마지막 인사였음을 그땐 꿈에도 몰랐었다.  

   형제간 저녁 모임이 이상하게 흘러가더니 시아주버니와 시동생 간의 갈등이 폭발하며 비등점으로 치닫는 그때, 전화가 오고 전화기 너머 시댁 삼촌의 가라앉은 목소리에 모두가 망연자실 주저앉는다.

   시아버님이 돌아가셨단다. 어쩜 저렇게 가실 수가. 자식들이 어려워한 엄격한 권위 뒤의 따뜻함을 나는 알았는데, 그래서 언젠가 아버님이 필요하실 때 내가 그 따뜻함을 채워드릴 거라 마음속에 쟁여두고 있었는데…. 

   평생, 북한에 두고 온 부모 형제들을 그리워하셨고, 성실히 가족들을 부양했지만, 챙기지 못한 건강과 궁핍해진 주머니임에도, 바쁘신 시어머니와 뿔뿔이 흩어져있는 자식들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외로움에 술에 의지하시다 환갑을 채우지 못하고 가신 아버님의 죽음이, 요즘 자주 거론되는 고독사에 다름 아니리라. 

   그때의 시아버님보다 더 나이 든 남편은, 한국 갈 때마다 찾아뵙는 아버님의 산소에서, 외로우셨을 아버지를 살피지 못한 자책감에 지금도 절하면서 꺽꺽거리면서 운다. 그 자책감에서 자유롭지 못해 미안해하시던 시어머님은 지금 치매를 앓고 계신다. 덕분에 그 자책감에서는 좀 벗어나셨을까?.

   덴마크의 사상가‘키에르 케고르'의 명저‘죽음에 이르는 병'이 있다. 사람의 인생에 고독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외로움이 고독으로 깊어지고 절망에 빠져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그러면서 신앙만이 그 절망을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신앙생활이 우리 삶의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신앙으로 스스로를 극복할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는 이들이 사실 얼마나 될까.     어려운 문제다. 외로움은 나이가 들수록 더하다. 더구나 이민 생활에서 외로움은 익숙한 생활의 일부분이 되어간다.

   자식들이 성장해서 떠나고, 직장을 퇴직하면서 줄곧 이어지던 사회와의 끈이 떨어진 상실감, 더군다나 평생의 배우자를 잃기라도 한다면 외로움은 절정에 달한다. 외로움이 스트레스를 유발, 몸에 생리학적 반응을 일으키고 면역 시스템에 이상이 생겨 우리 몸을 파괴하고 병으로 이어져 결국 죽게 되는 메커니즘, 많은 의학 연구진의 실험 연구 결과이다.

   스스로 노력하지 않고 치유되는 병은 없다. 나이가 들며, 몸의 근육과 함께 마음의 근육도 키워야 한다. 관계를 만들고 유지해야 한다. 그게 인간관계든 애완동물 키우기든. 누구를 위한다는 게 자존감 회복에 도움이 된다.

   매일 30분 걷기라도 하자. 내가 애썼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일기 쓰기, 독서, 종교활동도 효과적인 자기성찰이 된다. 정원을 가꾸든, 가족을 위해 요리를 하든, 봉사활동을 하든. 방법들이 사소하지만 사소하다는 건 쉽게 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매일 아침 침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내일 찾아뵐, 수술 회복 중인 그 할머니의 얼굴이 예전같이 환해지셨기를, 침대에서 거뜬히 일어나시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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