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그: ‘지나간 봄’, “2개의 슬픈 선율중 -윤종화-

by Valley_News posted Dec 3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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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오늘 아침에 일어나 부엌 옆문을 열고 밖을 나가보니, 테이블 위에 담겨있던 그릇에 담겨있던 물이 바닥까지 꽁꽁 얼어있었습니다. Santa Clarita에 살 때도 새벽에 살짝 살얼음이 언 적은 있지만, 이 정도의 추위는 아니었습니다. 애틀랜타는 남쪽이라 겨울에 가끔 새벽에 살얼음이 얼 정도라고 해서 왔는데… 떠나온 집이 그리워지는 아침입니다. 

 

   '2개의 슬픈 선율'은, '솔베이지의 노래 Sol'로 지금도 들을 때마다 우리의 심금을 울리는 노르웨이의 국민 작곡가 그리그 (1843-1907)가, 38세 때인 1881년에 작곡되었습니다.

   12곡의 연가곡(Tolv melodier til Digte)은, 노르웨이의 시인 비녜(Aasmund Olavsson Vinje)에 곡을 붙여 작곡한 가곡으로, 피아노와 소프라노에 의해 불리게 되어 있습니다. 

   이 연가곡에서 발취한 '2개의 슬픈 선율'은, 제1곡 '상처 입은 마음' 'The Wounded Heart''과 제2곡 '지나간 봄'(혹은 노르웨이의 정서로 '마지막 봄')인데, 특히 '지나간 봄'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노르웨이는 겨울은 평균 5개월 지속되며, 봄은 상대적으로 짧습니다. 어둡고 추운 겨울이 길면 길수록 찬란한 봄을 맞이한다고 하는데, 봄을 맞이하는 노르웨지언 Norwegian의 정서는 우리들보다는 남다르리라 생각됩니다. 아마 짧게 지나간 봄을 아쉬워하며, 어둡고 추운 긴 겨울 내내 봄을 그리워하면서, 푸른색으로 뒤덮인 봄철의 초원과 화사한 꽃밭을 마음속에 그리는것 같습니다. 

   그리그의 작품 중 가장 아름다운 선율을 가진‘지나간 봄’은 연주가 종반부에 들어서면서, 돌아올 수 없는 마지막 봄이 될 것 같이, 지나간 봄을 안타깝게 그리워하는 것 같습니다. 인생의 황혼에서 결코 돌아갈 수 없는 봄날 같은 청춘의 시간을 애절한 마음으로 그리워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지나간 봄은 다시 오는 봄을 약속하지만, 마지막 봄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LA를 떠나면서 애틀랜타에서 2-3년 살다가 돌아가야지 생각하며 왔지만, 세상일은 뜻대로 되지 않기에,‘마지막 LA’가 아닌‘지나간 LA’가 되기를 소원해 봅니다. 

   LA에 사과하고 싶습니다. 밤에도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도로 구석구석을 밝혀주는 가로등의 고마움을 몰랐습니다. 큰 도로에도 가로등이 없어 어둡고, 심지어 고속도로 출입구에도, 터널 안에도, 가로등이 없는 애틀랜타에 와서야, 비로소 LA의 고마움을 깨달았습니다.

   노르웨이의 민족적인 색채와 북구의 아름다운 대자연의 색채가 진하게 묻어납니다. 우수에 차면서 아름다운 서정성이 녹아 있는 이 곡을 들으며 약속된 봄을, 약속된 LA를 맞이하고 싶습니다. 

 

그리그.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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