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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정(情)>이란 영화가 있다. 세상을 떠난 요리전문가 임지호를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다. 그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이 보슬비에 젖듯 잔잔하게 촉촉했다. 주위 사람들에게도 그런 다정함을 느껴보라고 권하고 싶다.

  사람들은 임지호를 방랑식객, 자연요리연구가로 부르는데, 나는 그 이를 ‘음식장인’이라고 부르고 싶다, 아름다운 음식장인… (요새 한국에서 마구 쓰는 셰프라는 호칭이 나는 어쩐지 못 마땅하다.) 

  자연의 모든 것을 소중하고 고맙게 여기고 아끼며, 그것을 맛있고 건강한 음식으로 빚어내는 마음이 아름답다. 자연에는 하나도 버릴 것이 없다는 게 그의 소신이었다.  

  영화 줄거리는 단순하다. 어머니를 그리며 나라 구석구석을 헤매며 방황하는 동안 만나는 사람들에게 정성껏 음식을 만들어 대접한다는 이야기다. 시리도록 아름다운 한국의 자연 풍광과 그리움을 담은 음식이 멋지게 어우러진다. 사람과 자연과 음식의 어우러짐이 감동적이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세 어머니, 그러니까 낳아주신 어머니, 길러주신 어머니, 그리고 방랑길에서 만난 새 어머니… 세 분을 위해 108가지 음식을 만드는 장면이다. 사흘 동안, 잠깐 쪽잠을 자고 일어나, 줄곧 그리움을 꾹꾹 눌러 담아가며 지극정성으로 음식을 만들어, 마루에 성대한 상을 차린다. 

  그리고 엎드려 세 어머니에게 절한다. 엎드린 임지호는 서러움과 그리움이 복받쳐 한참 동안을 일어나지를 못한다.  

  음식장인 임지호는 생전에 여러 TV프로그램을 통해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그이가 만드는 것은 기존의 흔한 음식이 아니라, 주위에서 눈에 뜨이는 자연재료를 가지고, 먹을 사람에 맞게 그때그때 새로 만들어내는 음식이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독창적인 음식인 것이다. 어쩌면 ‘예술’이라 불러도 좋을 것 같다. (그 멋진 음식을 직접 먹어볼 수 없는 것이 유감이다.)  

  어머니 이야기만 나오면 나도 모르게 감정이 젖는 버릇 탓이겠지만, 세 어머니를 위해 정성을 다해 음식을 만드는 모습이 자못 감동적이다. 

  나는 어머니에게 맛있는 음식을 몇 번이나 사드렸나? 직접 만들어 드릴 능력은 없으니 사드리기라도 했어야 하는데, 멋진 음식점에 모시고 가서 좋은 음식 마음껏 드시는 자리를 마련했어야 하는데…

  나는 어렸을 때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못해 특별히 맛난 음식을 먹어본 기억이 거의 없다. 식사란 그저 허기를 채우는 본능적 행위일 따름이었다. 온 가족이 하다못해 동네 중국집에 가서 짜장면이라도 먹어본 기억도 없다. 오죽하면 나의 추억의 음식이 수제비와 길거리에서 파는 오징어튀김일 정도다. 지금도 나는 음식이란 배만 채우면 된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리고 우리 어머니는 음식 솜씨가 뛰어나지도 않았다. 본디 그런 데 관심이 없기도 했거니와, 직장생활을 하면서 집안 살림까지 챙기려니 음식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그래서 매일 상에 오르는 건 늘 어슷비슷 만들기 쉬운 음식들이었다. (설날에 먹는 떡국은 그나마 정성껏 끓였다.) 

  그래도 맛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립다. 그것이 어머니 손맛이다. 

  음식이란 본디 그런 것이다. 예술과 마찬가지로 사랑의 마음으로 정성껏 만들어야 한다. 감동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어머니 음식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것이다. 

  영화 <밥정(情)>에서 그런 정성을 맛봤다. 시각적으로나마. 음식 한류니 K-푸드에서도 그런 마음가짐이 필요하지 않을까? <*>

 

임지호.jpg

 임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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