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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 사랑의 바람막이

   고 노회찬 의원 어머니의 편지

 

   훌륭한 사람 뒤에는 어머니가 든든한 병풍처럼 서 계시다. 한없이 약해 보이지만, 거센 폭풍도 너끈히 막아주는 사랑의 바람막이…

  안타깝게 세상 등진 정치가 노회찬 의원의 뒤에도 어머니의 가없는 사랑이 있었다. 아들이 억울한 감옥살이를 하는 동안 어머니는 수십 통의 편지를 보냈다. 사랑과 믿음으로 꼭꼭 눌러쓴 글월들… 아들에게 보낸 어머니의 편지인데, 꼬박꼬박 존댓말을 쓴 것이 눈물겹다.

  그 편지의 한 부분을 소개한다. 1991년 3월 25일 쓴 편지의 일부다. 

 

  “맏이의 마음에 풍요로운 봄을!

  일꾼을 선택하는 봄!

  산을 넘고 넘어 기초는 다졌소. 비와 눈으로 봄의 땅은 젖고 얼고 견딥니다. 몸 건강히 별고 없음을 어제 큰 애기 면회로 들었소. 건재함은 엄숙히 중한 일이오. 고맙소. …<줄임>…

  어머니의 눈에 보입니다. 맏이의 몸은 응달의 봄 모퉁이에 서 있지만 그 마음에 담고 있을 봄은 풍요로운 봄으로, 대자연인들 안아 볼 여유 있는 큰 봄으로 보입니다. …<줄임>…

  모두를 사랑하기에 진실이 지키는 생명으로 건재합니다. 참삶은 부족함이 많아도 떳떳하며, 눈을 뜨고도 다 볼 수 없는 것을 마음으로 보며, 건강히 지혜롭게 최선의 24시를 지내노라면 내 설계를 펼치는 나의 시간이 옵니다. 아니! 그 시간! 나의 시간 속에 진실의 열매를 주렁주렁 맺을 것입니다.

  진실을 지키는 어려움을 흘려보낸 시간만치 잘 알까 하겠습니다만, 밖의 마음이 백 번 헤아려본들 안의 마음 기별이나 가겠소만, 더욱 건강에 주의하며 밖의 기지개에 지지 않게 규칙 생활 빈틈없이 실력을 쌓아요.

  우리는 지금 자전(自展)의 준비를 하는 거요. 마음에 그려놓은 많은 작품들 있지 않소. 한 점 두 점 쌓였지요. 마음에 풍요로운 이 봄에 대걸작전 준비를 파랗게 해둡시다. 맑은 머리에 평안한 마음으로 힘을 쌓아요. 

  우리 맏이이기에 이 고해의 파고를 걱정하지 않을 것이오. 이렇게 마음 넘치게 맏이를 믿기에……. 아시죠. …<줄임>…

  믿어요. 더욱 건강을 지키고 심기 평화롭게. 안녕히.”

  -김삼웅이 쓴 노회찬 전기 중에서

 

  세상에 대한 생각이나 정치노선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다른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어머니의 사랑만은 누구에게나 같은 울림의 공감으로 스며들 것이다. 이런 어머니의 믿음이 부끄러움을 아는 정치인을 키운 바탕이 된 것이다. 황량한 벌판에서도 어머니 생각을 하면 차마 나쁜 짓을 할 수 없었겠지!

 

  프랑스의 소설가 로맹 가리는 제2차 세계대전 때 공군에서 복무했다. 그는 전쟁터에서 계속 어머니의 편지를 받았다. 사랑이 듬뿍 담긴 편지를 계속 받아보면서 용기를 가질 수 있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 편지들은 돌아가신 어머니가 보낸 과거의 편지들이었다. 위암에 걸린 어머니가 전쟁터에 있는 아들을 위해서 2백여 통의 편지를 미리 준비했던 것이다. 죽어가는 순간조차 아들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마음… 

  문호 괴테가 200여 년 전에 한 말씀처럼 결국 세상을 구원하는 것은 여성이다. 인류 최고의 명작 중의 하나인 <파우스트>의 마지막 대사는 이렇다.

  “형상할 수 없었던 것은/ 이미 천상에서 이루어졌도다./ 영원히~여성이신 자/ 우리를 이끌어 올리도다.” 

  어디 아무개 어머니뿐이랴,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위대하다.

 

   흐느껴 울면서 그린 그림

   김환기 화백의 <성심(聖心)>

 

김환기.JPG

 

  잘 알려지지 않은 그림이나 음악에서 뜻밖의 짜릿한 감동을 느낄 때가 있다. 개인적인 경험이나 그 작품을 만날 때의 특이한 정신상태와 어우러지면 울림이 한층 커진다. 

  내게는 김환기 화백의 <성심(聖心)>, 막스 브루흐의 <콜 니드라이>, 카프카의 짧은 소설 <계율 앞에서>, 영화 <사코와 벤제티> 등이 그런 작품이다. 

  김환기 화백의 <성심>은 판지에 유화로 붉은 하트를 크게 그린 소품이지만 강렬한 그림이다. 성심(聖心)은 거룩한 사랑이란 뜻이다. 얼핏 보면, 김환기의 작품이 맞나 싶을 정도로 특이하고 독보적인 작품이다. 원화를 볼 기회를 아직 갖지 못했지만, 복제화나 영상으로만 봐도 가슴이 뜨겁고 뭉클해진다. 그림과 이야기가 어우러지면서 내뿜는 감동이다.  

  이 그림은 김환기가 파리에 머물던 1957년,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미칠듯이 괴로워하며 종일 흐느껴 울면서 그린 작품이다. 어머니를 잃은 슬픔과 어머니를 향한 애절한 마음이 오롯이 담긴 그림인 것이다. 환기미술관 박미정 관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1950년대 중반 프랑스 파리에서 화업에 매진하던 환기는 어려운 상황을 딛고 전시를 열었다. 그 여름은 유난히 더웠고 파리지앵들은 바캉스를 떠나 전시는 활기를 잃었다. 그때 서울로부터 비보가 날아왔다. 김향안은 ‘고국에서 어머님이 돌아가신 부음을 받고 환기는 미칠 듯이 괴로워했다. 울면서 성스러운 심장을 그렸다’고 회고했다.”

  화면의 구도는 매우 간결하다. 피를 쏟는 듯한 붉은 하트가 중심에 크게 자리 잡고 있고, 배경의 푸른 하늘로 솟아 날아오르는 별 몇 개가 전부다. 어머니 심장에서 뿜어나온 열정이 하늘에 닿아 별이 되었다는 상징일까?

  사실 이런 그림을 놓고 조형적 구도가 어떻고 미학적으로 어떻고 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그림은 미학 이전에 정서의 표출이고 형식을 넘어서는 내용의 감동인 것이다. 김환기는 말했다.

  “미술은 철학도 미학도 아니다 하늘 바다 산 바위처럼 있는 거다.”

    -1973년 1월 8일 김환기 일기 중에서 

  ‘하트’는 김환기 작품에 이후에도 다양하게 변주되며 지속적으로 등장한다. 세상을 떠나기 불과 한 달 전에 그린 점화(點畵)에도 하트가 등장한다. 어머니를 그리는 애절한 마음이란 그런 것이다. 자식이 외로울 때, 힘들고 아플 때 슬그머니 나타나시는 어머니처럼 하트가 그림에 나타난다. 

  어머니 생각에 통곡하면서 그렸다는 사연을 알고 그림을 보면서 누군들 어머니 생각을 하지 않으랴. 이처럼 좋은 그림에는 저마다 이야기가 있는 법이고, 그 사연을 알고 작품을 보면 감동이 한층 진해진다. 그림과 이야기가 만나면서 새로운 차원이 열리는 것이다. 이중섭의 그림이 그렇고, 로트레크나 모딜리아니의 그림이 그렇다. 어떤 경우에는 이야기가 너무 강렬해서 그림의 참맛을 죽이기도 한다.

 

  이런 효과는 추상화에서도 물론 가능하다. 흔히 추상화는 아무것도 안 그린 그림이라고 생각하는데,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구상화에 줄거리와 이야기가 있다면, 추상화에는 시(詩)와 음률이 있다. 가령, 김환기의 점화의 점들은 하나하나가 그리움이고 음악이고 별이고 우주다. 

 
 
   여성을 성자로 그린 화가 
   박수근 화백 작품의 여인들 
 
박수근.JPG
 
  삶이 고달프고 쓸쓸할 때 음악이나 그림에서 위로를 받는다. 나는 화집을 꺼내서 어머니를 그린 그림들을 감상하며 마음을 다스린다. 
  그림을 보면서 화가의 어머니를 향한 사랑과 그리움을 느끼고, 어머니와 나눈 애틋한 대화를 상상한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화가가 가졌을 축축한 감정도 함께 느끼려 애쓴다. 그러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를 둘러싼 공기가 따스하고 편안해진다.
  많은 화가들이 어머니를 그린 작품을 남겼다. 로트렉, 피카소, 마네, 고흐, 고갱, 세잔느, 샤갈, 휘슬러, 변월룡, 김종영 등… 하나같이 감동을 주는 그림들이다. 어머니야 말로 인류를 지탱해주는 생명이기 때문이다.
  내 어머니만 귀한 것이 아니다. 그 정점인 성모(聖母)부터 세상의 모든 어머니가 소중하고 성스럽다. 어머니란 그런 존재다.  
  예를 들어, 박수근(1914~1965)의 그림에 등장하는 아낙네들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 여인들도 모두 어머니요, 아내이기 때문이다. 
  박수근의 작품에 등장하는 아낙네들은 일하는 모습이다. 아기를 업고 절구질을 하고, 행상을 하고, 냇가에서 빨래를 하고, 일을 마치고 종종걸음으로 집으로 돌아오고… 그렇게‘살림’을 하는 여인들이다.  
  그는 여성을 '거룩한 성자'로 그렸다. 일하는 아낙네, 노인네 등 자신의 이웃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세속적 종교화처럼 그렸다. 존경하는 밀레의 영향이라고 한다. 그래서 박수근을 당시 사회를 리얼하게 그려낸 모더니스트로 평가하기도 한다.    
  작품의 중심을 차지하는 나목(裸木)들은 지금은 헐벗었지만, 봄을 기다리는 희망을 상징한다.
  ‘국민화가’, 소설 <나목>의 주인공 등으로 불리는 박수근 화백의 작품이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우선 한국적이고 현대적이기 때문이다. 그림의 내용이나 조형적 기법에서 그렇다. 박수근은 서양의 유화로 한국적 조형미를 잘 표출했고,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되고 가장 평범한 것이 가장 비범한 것임을 보여준 작가다. 그래서 훌륭하다.
  널리 알려진 대로 박수근 화백의 작품은 화강석 표면을 연상시키는 두껍고 울퉁불퉁 거친 마티에르가 특징이다. 절제된 색채의 물감을 여러 겹 쌓아올린 질감과 입체감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그만의 발명품이다. 
  무엇보다도 그의 그림은 소박하고 따듯하고, 정겹고 편안하다. 단순한 구성미, 마치 암각화 같은 단단한 조형은 한국의 냄새를 풍긴다. 김치나 된장찌개의 냄새 같은 것이다. 사람냄새 뭉클하다. 착한 인간성과 돈독한 신앙에서 우러나오는 냄새다.
  <아내의 일기>에 나오는 일화 한 토막. 박수근이 창신동 살 때다. 밖에 비가 내려 부인이 남편을 기다리는데 행상을 하며 길에서 과일 파는 아주머니 셋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박수근은 과일을 한 곳에서 사지 않고 여러 곳에서 나눠 샀다. 부인이 왜냐고 물으니“한 아주머니에게만 사면 딴 아주머니들이 섭섭하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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