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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낭만 가객' 최백호의 대표곡은 단연 <낭만에 대하여>다. 인생곡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45세이던 1995년 발표된 이 노래는 아련한 과거를 떠올리며 중년의 정서를 묘하게 자극하며 큰 공감을 이끌어냈고, 전 국민적 인기를 모으며 지금까지도 꾸준히 인기를 누리는 명곡이다.

  이 노래는 싱어송라이터 최백호를 침체의 늪에서 건져 올려, 제2의 전성기를 맞게 해주었다. 

  그는 1979년 <영일만 친구>를 낸 뒤부터 인기가 하락하기 시작했고, 1980년대 초까지 계속 내리막을 그려, 하루 많게는 일곱 군데 유흥업소를 돌며 노래했다고 한다. 술집에서 노래하는 게 지치던 차에 마침 지인이 미국행을 제안해서 한 달 만에 짐을 꾸려 가족과 떠난 게 1990년이었다.

  로스앤젤레스 한인방송에서 DJ로 활동했지만, 여기서도 제대로 대접 못 받았고, 결국 1992년 귀국했다.

  그리고 쓴 곡이 바로 <낭만에 대하여>이다.

  “마이너스 통장에 플러스가 새겨지는 날들이 드물던 때, 돈이나 벌어보자 하는 심정으로 만들었던 노래가 <낭만에 대하여>였다.”

  노래 중간의 '첫사랑 그 소녀는/ 어디에서 나처럼 늙어갈까' 란 가사가 가장 먼저 써지더라고 했다. 방 너머에서 설거지하는 아내를 보면서“내 첫사랑도 저렇게 설거지를 하고 있겠지”란 생각이 문득 떠올랐고, 그 뒤로 옛날식 다방, 색소폰으로 살이 붙었다고 최백호는 회상했다.  

  앨범을 발표한지 1년 반 동안은 전혀 반응이 없었다. 앨범 발매 후 1년 반 동안은 한 달에 20장 남짓 팔리는 게 전부였다. 그러다가 김수현 작가의 인기 드라마 <목욕탕집 남자들>에 삽입되면서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 대박이 난 것이다.

  “나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다. 우연과 우연이 이어졌다. 물론 좋은 노래이지만, 운이 좋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 곡은 30년이 지나도 힘이 떨어졌다는 느낌이 없다. 인생곡이다.”

  그렇게 태어난 노래가 스스로 자신의 팔자를 개척해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탤런트 강부자를 통해 저녁 자리를 마련해 김수현 작가에게 감사 인사를 드렸다고 한다.

  “선생님이 제 생명의 은인이십니다. 선생님 아니었으면 저는 그저 그런 가수로 늙어갔을 겁니다.” 

  최백호의 노래가 가슴에 스며드는 이유는 그의 굴곡진 인생의 아픔이 진하게 배어 있고, 진정성을 소중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최백호에게 가장 아팠던 이별은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이다. 1950년 부산 기장군 출신인 그는 생후 5개월에 2대 국회의원을 지낸 아버지를 교통사고로 잃었고, 20살에 암투병하던 어머니를 떠나보냈다.

  꽤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그가 형편이 어려워지며, 가수가 되어 마이크를 잡은 것도 부모의 부재 탓이었다. 하지만, 그는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의 공을 부모에게 돌린다.

  “부모의 영혼은 자식에게 깃들어 작용하는 듯해요. 제가 부모님께 물려받은 DNA도 있지만 능력치를 넘어 뭔가가 작용한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거든요. 문득 악상이나 영감이 떠오를 때도요. 부모님의 힘이라고 생각하죠.”

  그의 첫 히트곡으로 1977년에 발표된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는 어머니를 떠올리며 쓴 사모곡으로, 이 노래로 MBC에서 신인상을 받는 등 바로 인기 반열에 올랐다. 

  최백호의 노래들이 오랜 생명력을 가지며 사랑을 받는 것은 그가 싱어송라이터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진정성을 담기 위해 가사에 각별히 신경을 쓴다. 

  “가사가 매우 중요하다. 70년대만 해도 가사를 먼저 쓰고 곡을 붙였는데, 요즘은 멜로디에 가사를 입히는 식으로 작업하다 보니 가사에 진정성이 없다. 가사를 먼저 쓰면 표절이 나올 수 없다.”

  <낭만에 대하여>는 1996년 KBS 가요대상 작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물론, 진정성 있는 가사에 낭만을 입히는 운치는 그의 까칠한 탁성에 깃든 쓸쓸한 무드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그가 살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진정성’이다. 음악에 대해선 더욱 철저하다. 

  “진정성 있는 노래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사람의 감성을 끌어당기는 중력의 차이, 거기에서 히트곡이 나온다. 여든에는 여든의 호흡으로, 아흔에도 숨이 좀 가파르겠지만 충분히 노래하겠다”고 말한다.

  -진정성 있는 노래는 어떤 것인가?

  “무엇보다 내가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 내 자식과 손주, 몇 대에 걸쳐 내 노래를 들을 텐데 그들이 내 노래를 부끄러워해선 안 되지 않나.”

  최백호는 예술의 경계를 넘은 낭만적인 욕심을 가지고 있다. 최백호는 화가가 꿈이었다. 그러나 결국 미대 진학을 포기하고 군에서 의가사 제대한 그는 우연히 부산의 한 라이브클럽에서 노래할 기회를 얻어 가수가 되었다.

  하지만, 지금 최백호는 개인전를 가지며, 화가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무명 가수의 슬픈 이야기를 담은 영화 <미사리>의 시나리오를 써뒀다며 언젠가는 영화감독으로 데뷔하고 싶다고 밝혔다.<*>

 

<낭만에 대하여>

 

궂은비 내리는 날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도라지 위스키 한 잔에다

짙은 색소폰 소릴 들어보렴

 

새빨간 립스틱에

나름대로 멋을 부린 마담에게

실없이 던지는 농담 사이로

짙은 섹스폰 소릴 들어보렴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실연의 달콤함이야 있겠냐마는

왠지 한 곳이 비어있는

내 가슴이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밤늦은 항구에서

그야말로 연락선 선창가에서

돌아올 사람은 없을지라도

슬픈 뱃고동 소리를 들어보렴

 

첫사랑 그 소녀는

어디에서 나처럼 늙어갈까

가버린 세월이 서글퍼지는

슬픈 뱃고동 소릴 들어보렴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청춘의 미련이야 있겠냐마는

왠지 한 곳이 비어있는 내 가슴에

다시 못 올 것에 대하여

낭만에 대하여

 

최백호.jpg

최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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