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사람들>‘뒷것’김민기의 통일바라기 1주기를 추모하며, 그리움을 담아

by Valley_News posted Jun 3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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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의 말>

 

  ‘아름다운 사람’김민기가 이 세상을 떠나 하늘의 별이 된지 어느새 1년이 되어온다. 오는 7월21일이 1주기다.

  김민기는 죽지 않았다. 노래로 우리 곁에 살아있다. 새벽마다‘아침이슬’이 되어 찾아온다.

  그의 삶은 늘 순수하고 아름답고 뜨거웠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천상 뒷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빼어난 시인이기도 했다.

  김민기는 노래와 연극, 문학을 아우르며 참으로 많은 일을 해냈다. 앞에 나서지 않고, 뒷전에서 묵묵히… 그중에서 특별히 주목해야 할 것은 나라사랑과 통일 열망이다. 

  한국 전쟁 발발 75주년… 분단의 아픔을 안고 살아온 긴 세월을 생각하며, 김민기의 나라사랑 노래를 들으면 눈물이 난다. 날이 갈수록 통일의 열망이 식어가는 안타까운 현실을 생각하며 김민기의 노래를 새겨듣는다. 

 

김민기1.jpg

 

  노래와 연극, 문학을 아우르며 한국 문화의 새 지평을 연 르네상스적 인간, 김민기의 가장 간절한 관심사 중의 하나가 나라의 분단과 통일이었다. 

  <작은 연못> <꽃 피우는 아이> <늙은 군인의 노래> <철망 앞에서> 같은 가슴 뜨거워지는 나라사랑, 통일 염원 노래를 여러 곡 지었다. 김민기가 시를 쓰고 송창식이 곡을 붙인 <내 나라 내 겨레>도 훌륭한 나라사랑 노래다. 

  지극한 사람 사랑은 결국 나라 사랑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겨레신문>이 주최한 <겨레의 노래>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총감독으로 앞장선 것이나, 남북 합동 문화행사를 위해 일한 것도 그런 열망의 표현이다.

    

  <작은 연못>

  내 개인적 생각을 밝힌다면, 나는 <작은 연못>을 가장 빼어난‘통일 노래’라고 평가한다. 두 동강 난 겨레와 나라의 아픔을 이렇게 아름답고 간절하게 노래한 시(詩)는 거의 없다. 장조에서 단조로 넘나드는 멜로디 진행도 독특하고 아름답지만, 시의 생동감도 대단하다.

  시를 음미하며 노래를 들으면, 선하게 떠오르는 장면들… 까닭도 모르는 채 서로 싸우는 예쁜 붕어 두 마리, 물 위로 떠오른 물고기의 비늘에 반짝이는 햇살, 그 곁을 무심하게 휘익 지나가는 무당벌레, 연못물 썩어들어가는 냄새, 지금은 아무것도 살지 않고, 안쓰러운 세월만 흘러가고… 한 편의 완벽한 시극(詩劇)이다.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것도 살지 않지만

  먼 옛날 이 연못엔 예쁜 붕어 두 마리

  살고 있었다고 전해지지요 깊은 산 작은 연못

  

  어느 맑은 여름날 연못 속에 붕어 두 마리

  서로 싸워 한 마리는 물 위에 떠오르고

  그놈 살이 썩어들어가 물도 따라 썩어들어가

  연못 속에선 아무것도 살 수 없게 되었죠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것도 살지 않죠

                 --(이하 줄임)--

 

  이 노래도 금지곡이 되었는데, 그 이유가‘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그 놈 살이 썩어들어가 물도 따라 썩어들어가’등의 노랫말이 공해와 환경오염을 암시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고 전한다. 

 

   <늙은 군인의 노래>

  아무리 나라사랑이 지극해도 시와 노래를 억지로 짜낼 수는 없다.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다. 특히 김민기에게는 그러하다. <늙은 군인의 노래>에 얽힌 사연도 그래서 애잔하다. 

  김민기는 1974년 카투사로 입대했다. 처음 배치된 곳은 미군방송국(AFKN)이었다. 비교적 편안한 군 생활을 하던 어느 날, 영문도 모른 채 보안부대에 소환되어 중앙정보부 요원을 만나게 된다. 중정의 학원 담당이라는 자가 그에게 지시한 것은“노래를 만들라”는 것이었다.“노래를 만들면 편안하게 해준다. 지금 제대를 시켜줄 수도 있다”면서… 

  그때 김민기가 지은 노래가 <식구생각>이다. 가난한 시골 생활의 풍경을 소박하게 그린 동요 같은 노래다. 우렁차고 씩씩한 군가를 기대했던 중정 요원은 이 노래를 보고 황당하기도 하고, 화도 크게 났을 것이다. 

  하지만, 김민기는 그렇게밖에 지을 수 없었다. 그는 노래가 군중을 각성시키거나 일깨우는 도구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노래로 군중을 기만하는 건 더 큰 죄라고 여겼다. 

  김민기는 곧바로 사단 영창에 보내졌고 최전방부대로 재배치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복무하던 중, 30년을 복무하고 전역을 앞둔 선임하사가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로 만들어 달라는 부탁에 1976년 겨울 탄생한 것이 <늙은 군인의 노래>이다. 마음에서 우러난 작품이었다. 작곡료는 막걸리 2말이었다고… 

 

  나 태어난 이 강산에 군인이 되어

  꽃 피고 눈 내리기 어언 삼십년

  무엇을 하였느냐 무엇을 바라느냐

  나 죽어 이 흙 속에 묻히면 그만이지

 

  아 다시 못 올 흘러간 내 청춘

  푸른 옷에 실려간 꽃다운 이 내 청춘

                  --(이하 줄임)--

 

  젊은 청춘을 푸른 군복에 바친 한 하사관의 회한과 아쉬움, 소박한 나라사랑의 마음이 담긴 이 노래는 곧 병사들에게 구전되어 불려졌다.

  “내 평생 소원이 무엇이더냐/ 우리 손주 손목 잡고 금강산 구경일세/ 꽃 피어 만발하고 활짝 개인 그날을/ 기다리고 기다리다 이 내 청춘 다 갔네”

  통일의 그 날을 기다리는 마음이 참 간절하다.

  하지만, 이 노래는 국방부 장관 지정 금지곡 1호가 되었다. 가사가 불건전하다는 이유였다. 군부정권의 서슬이 시퍼렇던 유신체제 시절이라“흙 속에 묻히면 그만이지, 푸른 옷에 실려 간 꽃다운 이 내 청춘”등 나약하고 패배주의적인 가사가 군인들의 사기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독재에 저항하던 대학가와 노동현장에서, 원래 가사의 군인은 투사, 노동자, 농민, 교사 등으로 바뀌어 불리면서 대표적인 저항가요로 탈바꿈하며 생명을 이어와 오늘날까지도 애창되고 있다.

 

   <내 나라 내 겨레>

  김민기가 시를 쓰고 송창식이 작곡한 <내 나라 내 겨레> 또한 뜨거운 나라사랑 노래다. 노래 중간에 삽입된 독백 부분은 특히 절절하다. 김민기의 낮고 굵은 목소리가 주는 울림은 독보적이다.

  “나의 조국은 허공에 맴도는/ 아우성만 가득한 이 척박한 땅/ 내 아버지가 태어난 이곳만은 아니다/

  북녘땅 시린 바람에 장승으로 굳어버린/ 거대한 바위덩어리/ 내 어머니가 태어난 땅/ 나의 조국은 그곳만도 아니다/

  나의 조국은 찢긴 철조망 사이로/ 스스럼없이 흘러내리는 저 물결/ 바로 저기 눈부신 아침햇살 받아/ 김으로 서려 피어오른 꿈속 그곳/ 바로 그곳”

  이것과는 조금 다른 가사도 전해지는데, 이 또한 절절하다.

  “나의 조국은 나의 조국은/ 저 뜨거운 모래바람 속 메마른 땅은 아니다/ 나의 조국은 찬 바람 몰아치는 저 싸늘한 그곳도 아니다/ 

  나의 조국은 나의 조국은/ 지금은 말없이 흐르는 저 강물 위에/ 내일 찬란히 빛날 은빛 물결 그곳”

 

   <철망 앞에서>

  <철망 앞에서>는 통일의 염원을 전면에 내세운 명곡이다. 

  김민기가 직접 밝힌 바에 따르면, 노태우 정부 시절 남북 예술단 교류사업 진행 중 남측 공연단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마무리로 부를 곡이 필요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행사는 성사되지 못했고, 노래만 남았다.

  1993년에 발매된 김민기 전집 두번째 앨범에 장필순, 한동준, 윤영로, 권혁진 등과 함께 부른 노래가 수록되었다. 한편, 가수 윤도현이 2004년 금강산가극단과 합동 콘서트에서 마지막 곡으로 이 노래를 불렀다.

 

  내 맘에 흐르는 시냇물 미움의 골짜기로 

  물살을 가르는 물고기떼 물 위로 차오르네 

  냇물은 흐르네 철망을 헤집고 

  싱그런 꿈들을 품에 안고 흘러 굽이쳐 가네 

  

  저 건너 들에 핀 풀꽃들 꽃내음도 향긋해 

  거기 서 있는 그대 숨소리 들리는 듯도 해

  이렇게 가까이에 이렇게 나뉘어서 

  힘없이 서 있는 녹슨 철조망을 쳐다만 보네 

  

  빗방울 떨어지려나 들어봐 저 소리 

  아이들이 울고 서 있어 먹구름도 몰려와

  

  자 총을 내려 두 손 마주잡고 

  힘없이 서 있는 녹슨 철조망을 걷어버려요 

                  --(이하 줄임)--

 

   김민기 시(詩) 정신의 바탕

 

  김민기는‘천상 시인’이다. 아주 쉬운 입말로 깊은 뜻을 스며들 듯 전하는 빼어난 시인이다. 그가 지은 노랫말들은 하나같이 좋은 시이자, 극본이다. 그의 노래들이 넓은 공감대와 오랜 생명력을 갖는 힘은 많은 부분 노랫말에서 나오는 것이다.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놓고 뒷말들이 분분하던 2016년 늦가을, <월간 조선>에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만약'노벨 예술상'이 신설된다면‘작사 부문’에서 수상 가능한 한국의 작사가는 누구를 꼽을 수 있을까?라는 기사였다. 1위는 단연 김민기였다.

  김민기의 시(노랫말)은 평범한 일상어, 즉 입말로 이야기하듯 펼쳐진다. 그래서 쉽다, 하지만 차돌맹이처럼 단단하다. 그 바탕에는 김민기의 예술에 대한 다각적 관심이 깔려 있다. 미술을 전공하고, 음악을 하면서, 동시에 연극을 하는 다각적이고 입체적인 르네상스적 시각이 조화를 이루며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다. 

  김민기 시 정신의 가장 중요한 바탕은 스스로를‘뒷것’으로 낮추는 마음이다. 

  “김민기. 그는 우리에게 낮은 목소리가 큰 목소리보다 더 크고 위대하며,‘뒤’로 숨는 것이‘전면’에 나서는 것보다 더 의미가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었다. 그리고 순수와 결벽을 온몸으로 증거했다. 누구보다 치열하고 고통스럽게 70∼80년대를 지나왔으면서도 그는 시대와 사회에 아무 댓가도 요구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 점 부끄러울 것 없는 자신의 노래와 삶을 늘‘죄송스러워’했다.”

   -<동아일보> 오명철 기자

 

  “만일 한국의 밥 딜런을 꼽는다면, 그 주인공은 단연 김민기가 될 것이다. 그만큼 문학과 음악의 재능을 완벽하게 동시에 가졌던 사람은 없다. 그는 모국어의 가장 깊은 속살을 만지고, 거기에 감각적 음악을 입혀'지식인 음악'의 전범을 제시했다. 누구도 쉽게 넘지 못할 한국 대중음악의 큰 봉우리다. 치열한 지적 자의식이 곳곳에서 번뜩이는 그의 수많은 히트곡은, 어떤 노래보다 통시적 생명력을 길게 얻을 것이다.”

   -작사가 이주엽의 <조선일보> 칼럼에서 

 

  “그는 시대의 영웅 혹은 신화가 아니라, 우리 곁에서 미래를 만들어갔던 사람이었다.”

   -김창남 교수(성공회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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