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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악인이나 모험가들이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이 뛰는 장소들이 있다. 히말라야, 알프스, 파타고니아, PCT, JMT, 산티아고 순례길 등과 더불어 빼놓을 수 없는 의외의 명소가 있다. 바로 알래스카의 데날리산(Mt. Denali, 6,194m)이다. 많은 이들이 맥킨리 산으로 기억하는데, 이는 미국 25대 대통령 윌리엄 맥킨리(William McKinley)의 이름에서 유래해 1896년부터 불리던 명칭이다. 그러나 2015년 오바마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라 원주민들의 본래 이름인‘데날리’로 공식 변경되었다.

   북미 최고봉인 데날리산은 해발 6,194m에 불과하지만 태평양에서 바로 치솟아 해발 고도에 비해 매우 험준하다. 고위도에 위치해 기상 조건도 험악하며 등산 난이도가 매우 높다. 등반 기점이 해발 1,000~2,000m에 위치해 등반 고도로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에베레스트의 등반 고도가 약 3,500m인 것과 비교하면, 데날리산은 5,000m가 넘는 등반 고도를 자랑한다.

   산소 농도는 히말라야 7,000m 급이며, 동계에는 섭씨 영하 50도 이하의 혹한이 맹위를 떨친다.

   1977년 한국인 최초로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해 온 국민의 찬사를 받았던 고상돈 대원은 1979년 맥킨리산 등정 후 하산 도중 추락해 사망했으며, 일본인 최초 에베레스트 등정자이자 12,000km 빙판을 단독 주파해 인류 최초로 북극점에 선 일본의 영웅 우에무라 나오미 또한 1984년 맥킨리 등정 후 하산 도중 실종되었다.

   그리고 장애인 최초로 히말라야 14좌 완등이라는 위대한 업적으로 세계 산악계를 감동시켰던 고 김홍빈 대장. 그러나 2021년 히말라야 등반 중 실종되었고, 그가 동상으로 10개의 손가락을 잃은 곳도 바로 맥킨리 산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데날리산이라 불리는 그곳. 그 이름에는 영광과 비극이 함께 존재한다.

   아직도 잊히지 않는 영화가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배우 숀 펜이 10년을 준비해 만들었다는 『인투 더 와일드(In to the Wild)』가 그것이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명문대를 졸업하며 탄탄한 미래가 보장되었던 크리스 맥캔들리스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구호단체에 기부하고, 신분증과 신용카드도 버린 뒤 가족과의 인연을 끊고 세상 밖으로 사라진다.

   그는 2년 동안 미국 곳곳을 떠돌며 히치하이킹으로 1992년 알래스카로 향한다. 녹록지 않은 알래스카로의 집착에 가까운 여정 끝에 데날리 국립공원 근처에서 버려진 버스를 발견하고, 그곳을 임시 거주지로 삼아 수렵과 채집으로 생존을 이어간다.

   자유와 고독 속에서 자연과 대면했던 113일간. 그러나 실수로 독성이 있는 야생 식물을 먹고 앓기 시작한 그는 서서히 굶어 죽어갔다. 죽음을 직감한 그는 마지막 순간, 직접 쓴 메모지를 들고 카메라 앞에 섰다. 애써 지은 미소가 오히려 슬퍼 보였던 그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25세 청년의 마지막 작별 인사는 이러했다.“나는 행복했고 신에게 감사한다. 안녕, 모두에게 신의 축복을!”

   그의 시신은 몇 주 후 인근 사냥꾼에게 발견되었고, 그의 비극은 세상에 알려졌다. 그의 영혼은 과연 행복하고 자유로웠을까. 사진으로 남은 그의 마지막 모습은 오랫동안 마음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그의 짧고 슬픈 생애가 알려지고, 이를 확인하고 위로하고자 많은 이들이 그 버스를 찾아왔다. 그러나 그 버스는 2020년까지 버텼다가 결국 철거되고 만다.

   비극과 상관없이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지금도 데날리를 꿈꾼다.

   그토록 꿈꾸던 알래스카 데날리를 최근에 다녀왔다. 경비행기로 만년설과 빙하 위 2,100m의 착륙 지점에 내려서 느낀 감정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그곳의 역사적인 배경과 관련된 이야기를 알고 나니, 풍경이 더욱 깊게 다가왔다. 시야에 닿는 모든 것이 몇 만 년 전부터 변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이라 생각하니, 감동을 넘어 경이로움마저 밀려왔다.

   미국 63곳의 국립공원 중 가장 큰 데날리 국립공원. 하지만 기상이변으로 몸살을 앓는 지구촌의 미래에 이곳은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을지 생각하면 마음 한켠이 씁쓸해진다.

   몇 년 전,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군 이슈가 있었다. 경남과 강원도, 두 지방자치단체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추진한 지리산과 설악산 제2 케이블카 설치 문제다. 산악계와 환경단체의 강한 반대에 지리산은 결국 취소되었지만,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는 오랜 논쟁 끝에 2023년 12월, 결국 착공식을 강행했다.

   찬성하는 이들은 경제 논리를 내세운다. 많은 관광객이 찾아와 손쉽게 정상의 경치를 즐기도록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전국 국립공원은 몸살을 앓고 있다. 많은 재미 한인들이 모국을 여행하며 느끼는 바에 따르면, 계곡 깊은 산중 골짜기마다 나무 데크와 계단, 현수교, 봉우리마다 설치된 철계단 등 인공 시설물이 과도하게 들어서면서, 예전 2박 3일 걸리던 서북능선 종주가 이제는 하루 만에 가능해졌다고 한다.

   고난과 불편함을 견디며 자연 속으로 들어가 그 경이로움을 직접 느껴야 하는데, 오직 편하고 쉽게 정상에 오르기만 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산이 아니라 단순한 관광지에 불과하다. 전 세계 국립공원의 모체가 된 미국 국립공원은, 어느 작가가 말했듯이 ‘미국이 만들어 세계에 기여한 최고의 아이디어’라 할 만큼 그 의미가 상상을 초월한다.

   미서부를 중심으로 미국 전역에 걸쳐 63개의 국립공원과 400여 개의 역사 유적지가 있지만, 그 어디에도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는 공원 내 자동차 도로를 걷어내고, 숲속의 숙박 시설도 공원 밖으로 이전하는 등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다. 요세미티나 그랜드캐니언의 인기 있는 경관 포인트에 케이블카가 설치된다면 더 많은 관광객이 몰릴 것이 분명하지만, 그 대신 인공 시설물이 없기에 몇 시간씩 자동차로 돌아다녀야 한다.

   미국인들이 합리적이지 않아서일까? 국립공원의 존재 의미를 방문객의 편의나 이용보다 자연 보존에 두고 있기 때문에, 이를 훼손하는 어떤 인공 시설물도 용납하지 않는 것이다. 1916년 8월 설립된 미국 국립공원청이 올해로 109주년을 맞았다. 알래스카 데날리를 여행하며, 그 깊은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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