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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쥐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생쥐가 소리친다.

  “오, 천사로구나!” 

  생쥐의 눈에는 날개 달린 박쥐가 천사로 보일 수 있겠구나 하고 실소했다. 2016년 91세를 일기로 작고한 프랑스 작가 미셸 트루니에의 <외면일기>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쥐들이 아닌 인간세계에서도 종종 이런 착각을 한다. 모두들 자기 처지나 입장에서 사물과 현상을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기만의 시선으로 남을 판단함으로 인해 자주 부딪치게 된다. 오죽하면 인간은 마음속에 편견과 선입견이라는 두 마리 개를 키우며 산다지 않는가. 그러나 그렇게 해서는 공동체에서 함께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 역지사지(易地思之) 하며 살아야한다. 그 역지사지란 것이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이 문제다.

  가게에서 일하는 두 사람이 싸운 후 여직원은 일을 안 한다고 중간에 가버리고, 집에서 놀던 내가 호출되어 임시로 일을 해야 했다. 알아보니 가게 문을 누가 여느냐가 문제가 되어 싸웠다고 한다. 누구든 먼저 오는 이가 열면 되지 싸울 일이 뭐람. 두 사람이 모두 열쇠를 가지고 있는 터이다. 입구에 차를 세우고 게이트를 열어 한쪽으로 밀어 놓아야 뒷사람이나 손님차가 들어올 수 있다. 번거롭기도 하고 철문을 미는 것이 조금 힘들긴 하다. 으레 그걸 남직원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가 최근 한두번 했다고 불평하고 분란을 일으킨 것이다.

  연약한 여자여서 육중한 게이트는 내 몫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면 명백한 성차별을 자초한 것이다. 평소 일할 때도 몸을 사리는 편인 것을 알던 터였다. 요즘 세상에 일에서 남녀차별은 없어진지 오래이다. 늘 게이트를 열고 힘든 일은 여직원 대신 도맡던 남직원은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 가게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해 오는 날은 조금 늦을 경우도 있단다. 일주일에 하루일 뿐인데 두 사람 사이의 소통의 부재가 오해를 낳은 것이다.

  성숙의 가장 중요한 표식이 역지사지의 능력이 아닐까. 반대자의 입장에 서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정신적 여유와 상상력, 다른 사람과 같이 느껴보는 감정이입의 능력, 나아가서는 사적인 감정과 이해관계를 초월하여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입장에 서서 자신을 돌이켜볼 수 있는 능력 말이다.  

  사는 것이 강팍하다보니 조그만 손해도 용납 않는 전투력을 저마다 가슴에 품고 사는 듯하다. 사는 게 전쟁이요 경쟁이다. 그러나 베풀지 않고 받으려고만 한다면 어느 누구에게도 쉽지 않은 인생살이이다.

  두 사람을 설득해 중재하려고 영어로 역지사지를 찾아보니 의역이지만‘put yourself in someone else's shoes’라고 되어있다. 예전부터 알던 체로키 인디언 속담“다른 사람의 모카신(Moccasin)을 신고 두 달 동안 걸어보지 않고서는 그를 판단하지 말라”는 말과도 통하지 않는가? 동서고금을 통해 사람 사는 기본이‘역지사지’임을 배운다.  

  인도 여성과 라틴계 남성 직원의 싸움 덕에 한국인 주인은 사전까지 보며 열공 중이다. 부디 잘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이정아 약력-1997 한국수필 등단, 재미 수필문학가협회 회장, 이사장 역임, 조경희 문학상(해외) 외 다수, 수필집 <아버지의 귤나무> 외 다수, Joannelim7416@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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