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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스 설원의 생존자들.jpg

                                   ▲ 스페인 영화 "안데스 설원의 생존자들" 한 장면

 

   오래전 인상 깊게 본 영화 ALIVE가 최근 넷플릭스에서 리메이크되어 화제가 된“안데스 설원의 생존자들”이다. 인간 재난 사고 사상 가장 참혹하고 극적인 생환기가 펼쳐진다.

   1972년 10월, 45명의 승객을 태우고 칠레로 가던 비행기가 난기류로 안데스 산맥에 추락하며 비극이 시작된다.

   32명이 생존했지만, 풀 한 포기 없는 눈과 얼음의 고산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비행기 잔해에서 뜯어낸 라디오로 겨우 수신한 뉴스는 구조 활동 종료라는 칠레 정부의 발표였다. 부상자들은 절망 속에서 죽어가고, 그 속에서 인간의 존엄성은 사치였다.

   그들은 현실을 부정하다가 분노에 빠지고, 또 현실에 타협하는 수순을 마주한다. 굶주림에 내몰린 그들은 눈물을 흘리며 죽은 동료들의 인육을 먹게 된다.

   법학도이자 변호사를 꿈꾸던 25세의 신앙인 누마는 인육을 먹는 것은 신의 뜻이 아니라고 여기며 친구들의 강권에도 끝내 거부하고 죽음을 선택한다. 생존인가, 신념인가? 그 상황에서 누가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을까. 그 죽음 또한 신의 뜻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인육 먹기를 거부한 몇 사람은 굶주림에 죽어갔고, 그 시신 또한 남은 자들의 식량이 되어야 하는 참혹한 동토의 안데스에서 60일이 지나간다. 그러나 결말 또한 자명함을 인지한 그들에게 더 이상의 선택 여지는 없었다.

   럭비 선수 란도와 의대생 로베르토는 비행기 잔해에서 뜯은 화학섬유와 비닐로 침낭을 만들고, 쇠파이프를 지팡이 삼아 죽은 이들의 옷을 껴입고 인육 몇 조각을 식량 삼아 구조를 위해 안데스 산맥을 넘기로 한다. 허리까지 빠지는 눈, 빙하와 협곡, 영하 40도의 혹독한 추위 속 비박, 눈사태 등 혹독한 자연 조건 속에서 지도와 나침반도 없이 동물적인 감각만으로 죽음의 사투 끝에 13일 만에 목초지에 도달한다. 소를 키우는 농부의 도움을 받아 기적적으로 문명 세계로 생환한다.

   최종 생존자는 16명. 그들은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그런 상황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은 죄악일 수밖에 없었다."

   그 후 로마 카톨릭에서는, 생존을 위해 인육을 먹어야 했던 행위는 죄가 되지 않는다는 해석을 내려, 고통스러워하는 그들에게 종교적인 면죄부를 준다.

 

   조금 다른 경우지만, 작년에 겪은 일이다. 친한 선배 언니가 있다. 타주에 살고 계신 90세 친정 아버님은 평생 성실함과 건강함으로 모범적인 이민 생활을 해오시다 덜컥 암에 걸리셨다. 

   검사와 수술 여부, 치료 과정 등에 대해 수시로 문의를 해오셨지만, 주마다 다른 의료 체계와 보험 혜택 때문에 직접적인 도움을 드릴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다.

   수술도 하지 않겠다며 가족들의 애를 태우시던 그분은, 모처럼 찾아온 딸이 해드린 평소 좋아하던 갈비탕을 마지막으로 드신 이후부터 입맛이 없다고 하시며 식음을 전폐하셨다. 그리고 가족 모두에게 전화로 안부를 전하고 일주일 만에 조용히 돌아가셨다고 한다.

   병구완 경황 중에는 미처 몰랐지만, 생각해보니 수술 거부부터 식음을 전폐한 모든 과정이 아버님의 계획이었다는 것을, 선배 언니는 눈물 글썽이며 이야기했다.

   이 세상을 하직하는 모습 속에서, 내 의지가 얼마나 개입할 수 있을까. 세상 일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순응하는 것이 체념일까, 순응일까, 아니면 지혜일까. 마지막 모습을 스스로 선택하신 그분의 영혼이 평화롭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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