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의 사계 (四季)
-지희선-
여름
만 사 년 이십 일을 이쁜 짓 다하더니
비 오던 초여름 날 내 손 놓고 떠났고나
실실이 초여름 비 내리면 다시 괴는 눈물비
가을
단풍은 단풍대로 은행은 은행대로
제각기 속울음을 토해내는 가을날
하늘엔 솔개 한 마리 속울음도 잊었다
겨울
함박눈 흰나비 떼 온 천지에 휘날리면
깊은 산사 솔가지 쩌엉 쩡 부러지고
눈송이 그 가벼움마저 천근으로 앉는 밤
봄
봄빛도 눈부셔라 반쯤 눈뜬 민들레꽃
길 가던 하얀 나비 날갤 접고 앉는구나
아가야, 네 영혼은 어디에 날갤 접고 앉았나
지희선(시인)
경남 마산 출생. <현대시조> <수필과 비평> <에세이 문학>으로 등단. 1999년 <미주중앙일보> 신춘문예 수필 당선. 미주한국문인협회 부회장 및 시조분과위원장 역임. <코리아아트뉴 스> 미주 발기인. 성 토마스 한인천주교회 한글학교 교사. <미주가톨릭문학> 편집국장.
<덮붙이는 말>
이 시는 어린 시절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아이를 생각하는 엄마의 절절한 아픔을 사계절의 풍경에 담은 작품이다. 세월이 수십 년이 흘렀어도 아이가 죽은 날이 오면 엄마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