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오바마케어(ACA) 보조금을 폐지하거나 축소하는 대신, 연방정부가 개인 계좌에 현금을 직접 지급해 의료비를 부담하도록 하는 새로운 건강보험 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공화당은 “소비자 선택권 확대”를 내세우지만, 전문가들은 오바마케어 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며 강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공화당 “보험사로 흘러가는 돈, 국민에게 직접 지급해야”
공화당은 현재 보험사로 직접 지급되는 ACA 보조금을 개인 건강계좌(HSA·FSA 등)에 넣어 국민이 의료비·보험료·공제액 등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구조를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말 소셜미디어에서 “수천억 달러가 보험사에 빨려 들어가고 있다”며 “그 돈을 미국 국민에게 직접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빌 캐시디(루이지애나) 상원의원은 보조금을 세전 유연지출계좌(FSA) 형태로 전환해 모든 미국인이 의료비 지출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안을 공개하며 “초당적 합의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 “건강한 사람 빠져나가면 ACA 시장 붕괴 위험”
반면 건강정책 전문가들은 공화당의 현금 지급 방식이 오바마케어의 핵심 구조를 근본적으로 흔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비영리 연구기관 KFF의 래리 레빗 부사장은 “정부가 개인 계좌에 현금을 넣게 되면, 건강한 사람들은 더 저렴하지만 의료심사와 기존 질환 보장이 없는 **단기 ‘정크 건강보험’**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렇게 되면 건강 문제를 가진 가입자만 ACA 보험 풀(Pool)에 남게 되어 보험사들의 손실이 커지고, 결국 시장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버지니아대학교 팀 레이튼 부교수도 “현금 지급은 사람들이 보험 구입을 회피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가입률 하락과 보험사 이탈로 ACA 시장이 급속히 약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민주당 오픈 가입기간엔 불가능, 우선 ACA 보조금 연장이 먼저
민주당은 공화당의 제안에 강하게 비판적이다. 크리스 머피(코네티컷) 상원의원은 “오픈 가입 기간 중에는 제안된 거래를 적용할 수 없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보조금 1년 연장뿐”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ACA 강화 보조금은 2021년 도입 이후 오바마케어 가입자 수를 사상 최대 수준으로 끌어올린 핵심 요인이었다. 만약 보조금이 올해 말 종료될 경우, 보험료 급등과 가입자 급감이 예상된다.
셧다운 협상 과정에서 공화당은 민주당의 요구를 일부 수용해, 12월 상원 표결을 통해 보조금 연장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너무 늦었다”는 신중론
공화당 내부에서도 속도 조절론이 나온다. 마이크 라운즈(사우스다코타) 상원의원 등은 “올해 안에 큰 체제 개편을 추진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며 무리한 전환에 회의적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캐시디 의원은 “FSA 활성화는 현실적이며 기존 보험료율을 유지하면서도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줄 수 있다”며 개혁 필요성을 거듭 주장했다.
ACA 대체 전략인가, 시장 붕괴 위험인가
전문가들은 ‘보조금 → 현금 지급’이라는 구조 전환이 단순한 제도 변경이 아니라 오바마케어의 기반을 약화시키는 방향이라고 평가한다.
젊고 건강한 가입자가 빠져나가면 ACA의 위험 균형이 무너지고, 결국 남은 이들은 더 높은 보험료를 부담하게 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현 체제가 “비효율적”이라고 주장하며 대규모 개편을 추진 중이지만, 2026년까지 충분한 준비 기간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