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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은 인간들의 오랜 친구 

  말(馬)은 고대부터 인간의 중요한 동반자였으며, 이동, 전쟁, 예술의 소재가 되는 등 인류 역사와 깊은 관련이 깊은 동물이다. 말의 조상은 지금으로부터 4,500-5,500만 년 전에 존재했고, 가축으로 길들여진 이래로 사람들과 친숙하게 지내온 동물 중 하나로 사람을 위해 많이 봉사해 왔다. 

  말은 사회성이 강하고 서열에 따라 생활하며, 풍부한 감정을 가지고 있고, 환경에 적응하는 강한 생명력을 지녔다. 말의 지능은 원숭이, 돌고래와 같이 높은 편에 속한다. 그 때문에 말을 탄 기사가 사자를 사냥하는 것이 가능하다.

  말은 잔등에 탄 인간에게 쾌주와 도약의 경험을 가능하게 한 거의 유일한 짐승이다.

 

   ★신화에 등장하는 말

  말은 동서양의 신화에 중요하게 등장한다. 천마(天馬), 비마(飛馬), 용마(龍馬) 등 하늘과 연결되어 있다.

  서양의 그리스 신화에는 날개가 달려서 하늘을 자유자재로 나는 천마 페가소스가 등장한다. 페가소스는, 영웅 벨레로폰가 불뿜는 괴물 키마이라를 죽이는데 결정적인 공로를 세운 천마다. 또 반인반수, 유니콘 등으로 신격화된 말도 활약한다.

  중국 삼황오제(三皇五帝) 신화에도 용마(龍馬)가 등장한다. 용마는 하늘을 나는 용, 하늘을 나는 말의 모습과 능력을 아우르는 천마(天馬)다.

  한국에서는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 신화에 등장하는 말이 대표적이다. <삼국유사>는 박혁거세 탄생 신화를 이렇게 전하고 있다.

  “기원전 69년 3월 초하루 6부 촌장들이 각각 자제들을 데리고 다 함께 알천 둑에 모여 의논했다. ...(줄임).. 

  모두 높은 곳에 올라가 남쪽을 바라보니 양산 밑 '나정'곁에 이상한 기운이 번개처럼 땅에 드리우더니 웬 흰말 한 마리가 무릎을 꿇고 절하는 시늉을 하고 있었다. 6부 촌장들이 달려가 살펴보니 보랏빛 알 한 개가 놓여 있었다. 말은 사람들을 보자 울음소리를 길게 뽑으면서 하늘로 올라갔다. 

  알을 쪼개니 형용이 단정하고 아름다운 사내아이가 있었다. 놀랍고도 이상하여 아이를 동천에서 씻기자, 아이 몸에서 광채가 나고 새와 짐승들이 춤을 추어 천지를 진동케 하고 해와 달이 맑고 밝았다. 그래서 이름을 '혁거세왕'이라 하고 왕위의 칭호는 '거슬한'이라고 했다.”

  구체적 유물로는 신라 천마총(천마총)의 말 그림이 유명하고, 김유신묘에 두른 십이지 호석 가운데 말(午) 등 말에 관련된 각종 유물이 발굴되었다.   

   ★역사의 중요 장면에 등장하는 말

  말은 지능이 높은 편에 속하는 동물이며 사람이 어떤 동물인지 잘 안다. 전쟁터나 호랑이 같은 맹수 사냥을 갈 때에도 자신의 등에 태운 사람을 믿고 적군이나 맹수를 보고 도망가지 않는다. 그 덕에 말은 오랜 기간 인간이 군마로 활용해 왔다.

  말은 인류 역사의 중요한 구비에 반드시 등장한다. 전쟁과 영토 확장의 중요한 무기였기 때문이다. 전차나 비행기 같은 쇠로 만든 무기가 개발되기 전에는 말이 결정적 전쟁무기였다.

  징기스칸의 말, 나폴레옹의 말, 알렉산더 대왕의 말, 그리고 중국의 <삼국지>에 등장하는 적토마, 천리마 같은 명마들... 조금 성격이 다르지만 김유신 장군의 애마...     한국에는 용마총(龍馬塚)이나 치마대(馳馬臺) 등으로 불리기는 말무덤이 전국에 걸쳐 분포되어 있다. 인물 전설로 전승되는 이야기 중에 말 무덤 관련 모티프를 내포한 작품들이 많은데, 이런 인물전설(人物傳說)은 이괄처럼 반란을 도모했다가 실패한 인물이거나 최영이나 김덕령처럼 뛰어난 인물이었지만 제대로 쓰이지 못했거나 억울하게 죽었거나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인물의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미국 대륙의 서부 개척에서도 말의 역할이 컸다. 할리우드 서부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역마차, 기병대, 카우보이...

  현대의 전쟁에서도 사람이 하기 힘들고 위험한 일을 말이 대신 맡아 목숨을 걸고 수행하기도 했다. 오늘날 로봇이 하는 일들이다.

  예를 들어, 한국전쟁의 영웅이 된 말 레클리스(Reckless)는 미 해병대 소속으로 참전하여, 포탄 수송 등 혁혁한 공을 세우고 하사 계급까지 받았다. 레클리스는 훈장을 받고 1960년에 은퇴했으며, 한국과 미국 양국에서 전쟁 영웅으로 칭송받고 있다. 

 

   ★예술작품 속의 말

  오랜 세월 인간과 친숙한 동물이다 보니 말을 예술작품에도 자주 등장한다. 

  영화에서는 아무래도 미국 서부영화의 말들이 가장 대표적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강렬하게 인상에 남아있는 말은 영화 <벤허>의 전차 경주 장면의 말들이다.

  철학적인 영화로는 헝가리의 거장 벨라 타르 감독의 <토리노의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마부와 그의 딸 그리고 늙은 말의 이야기를 흑백영화로 그린 이 작품은 철학자 니체를 호명하며 형이상학적 문제에 접근하고, 인간의 존재와 세상의 종말에 대해 사색한다. 벨라 타르는 이 작품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영화를 통해서 하고 싶은 말을 다 했다는, 이제 더는 할 말이 없다는 의미일까? 

참고로, 2025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헝가리 작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대표작 <사탄탱고>를 벨라 타르 감독이 상영시간 7시간이 넘는 대작으로 영화화했다.

  연극 <에쿠우스>도 말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다.

  미술작품으로는 화가 로트렉, 드가 등이 경마장이나 곡마단의 말을 즐겨 그렸고, 피카소의 걸작 <게르니카>에 등장하는 말도 강렬하다.

  동양화에도 말을 그린 명작이 많다. 여기 소개하는 운보 김기창의 <군마도>도 그런 작품 중의 하나다.

     

   ★우리 생활 속의 말  

  고려시대 제주도에서는 대량으로 공급하기 위해 말을 키웠다. 지금도 제주도에 가면 말을 탈 수 있으며, 다른 지역에도 말을 탈 수 있는 장소가 있다. 조선시대에는 교통수단으로 말을 이용하였으며, 역을 중심으로‘파발’을 운영하였다.

  말은 오늘날의 자동차나 기차에 해당하는 이동과 운송의 수단이었다. 그래서 자동차가 일반화된 뒤로는 경마장이나 취미생활인 승마장에서나 볼 수 있게 되었지만, 말의 흔적은 우리 생활 구석구석에 남아있다. 북한의 천리마운동, 영화 <애마부인>, 말괄량이, 말띠처녀 등등...

  ‘말’이라는 종속 접두사는 본질이 비슷한 여러 종류 가운데 크기가 유별나게 큰 어느 한 종류를 상징적 또는 은유적으로 나타내는 수식어이다. 말개미, 말거미, 말매미, 말벌, 말잠자리, 말조개, 말파리 등...

  우리 속담에도 말이 자주 등장한다. 

  -말은 나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라.

  -고삐 풀린 망아지. 놓아먹인 말 같다.

  -말 귀에 염불

  -말 꼬리에 파리가 천리 간다.

 

  -말 발이 젖어야 잘 산다. <*>

 

 

 

                                <새해 새 아침은>

                                                  신동엽 시인 (1930-1969)

새해

새 아침은

산 너머에서도

달력에서도 오지 않았다.

 

금가루 흩뿌리는

새 아침은

우리들의 대화

우리의 눈빛 속에서

열렸다.

 

보라

발 밑에 널려진 골짜기

저 높은 억만개의 산봉우리마다

빛나는

눈부신 태양

 

새해엔

한반도 허리에서

철조망 지뢰들도

씻겨갔으면,

 

새해엔

아내랑 꼬마아이들 손 이끌고

나도 그 깊은 우주의 바다에 빠져

달나라나 한 바퀴

돌아와 봤으면,

 

허나

새해 새 아침은

산에서도 바다에서도

오지 않는다.

 

금가루 흩뿌리는

새 아침은 우리들의 안창

영원으로 가는 수도자의 눈빛 속에서

구슬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