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역이민에 대한 단상 -<실버시티보험>김희란-

by Valley_News posted Dec 2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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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퇴를 뜻하는 단어 Re-tire가 참 재미있다. 그동안 열심히 달린 타이어를 새것으로 교체하여 어제의 삶과는 다른 삶을 살기 위해 새로운 인생의 여행을 떠난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할 것이다.

   초고령 사회가 눈앞에 다가온 요즘, 시니어들의 공통점은 은퇴 후의 삶을 두 번째 인생의 출발점으로 보는 적극적인 사고를 하고 있으며,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모험조차 별로 두려워하지 않는다.

   주위를 둘러보면 그중 하나가 한국으로의 역이민 선택이다. 젊은 시절 이민을 떠나는 것도 큰 모험이지만, 나이 들어 미국 이민 수십 년의 삶의 궤적을 뒤로하고 한국으로 역이민을 선택하는 것 또한 쉽지 않은 모험이다.

   나이가 들수록 커지는 귀소 본능의 욕구도 있겠지만, 수십 년을 살아도 극복되지 않는 언어 능력과 이방인의 한계, 은퇴 후 차츰 줄어드는 사회적 연대감, 차츰 조심스러워지는 지금의 운전이 10년 후, 20년 후에는 꼼짝없이 집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 등을 생각하면 자연스레 공감이 간다.

   더욱이 좀 더 나은 세상에서 살기 위해, 좀 더 나은 곳에서 아이들을 교육시키고자 떠날 때의 그 보잘것없던 한국이 이제는 기적같이 선진국에 진입하고 K로 상징되는 음악·영화·음식·문화를 망라한 한류의 물결이 세계를 이렇게 뒤흔들 수 있을 줄 누가 상상이나 했으랴.

   고국으로의 역이민에 대한 선택이 지금 이 시점임을 생각하면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나 역시 가까운 여러 지인들과 메디케어 고객 여러분들이 한국으로의 역이민을 준비 중이거나 이미 돌아가 정착하고 계신다. 한국 통계에 의하면 2011년 65세 이상의 복수 국적이 허용된 이후 한국으로의 역이민 수가 5만여 명에 이르며, 매년 3~4천 명의 은퇴 연령층 미주 한인들이 역이민을 하고 있고 그 수는 해마다 증가 중이라고 한다.

   미국에서 주는 각종 혜택을 받으면서도 한국에서의 안정적인 신분 보장은 분명 매력적인 동기이다. 그러나 은퇴 연령층의 한국 역이민 현상에 대해 부정적인 한국 내 여론 또한 적지 않은 것이 마음 아픈 사실이다.

   고국의 발전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은 사람들이, 세금도 내지 않은 사람들이 나이 들어 선진화된 의료 제도와 보험, 무료 교통 혜택에 기초 수급비까지 무임승차하려 한다는 도 넘은 일부 비판이 나온다.

   저출산·초고령화로 되어 가는 한국. 취업도 어렵고, 취업을 해도 높은 물가로 결혼·출산·자가 소유를 포기해 3포 세대라고 자조하는, 그러나 젊고 건강해 병원 갈 일 없는 젊은 세대들이 그들의 미래를 저당 잡힌 채 끝없이 메워야 할 사회 복지 비용의 오·남용에 반감을 갖는 것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대다수 역이민자들은 미국 사회보장 연금 수령자들이다.

   한국과 미국은 연금의 이중 수령이 금지돼 있어 한국의 기초연금 수령 자격에 해당되지 않는다. 또한 6개월 이상 한국 거주 후 한국 국적을 회복하면 한국 지역 의료보험 가입 자격이 주어지지만, 한국과 미국에서의 합계 수입에 의해 의료보험료가 산정되기에 평균 한국 은퇴자들에 비해 더 많은 의료보험료를 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 재외국민 의료보험 재정 적자의 가장 큰 부분은 체류 6개월 이상이면 의료보험 혜택을 누리는 한국 체류 100만 명이 넘는 중국인들과 중국 동포들의 오·남용이 가장 큰 이유이다.

   이 문제점은 오랫동안 지적돼 왔으나 아직까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결국 한국으로의 역이민 노년층 대부분은 미국에서 번 재산 상당 부분을 투자해 집을 사거나 전세집을 구하고, 미국에서 받는 연금으로 생활비를 사용함으로써 한국의 소비 시장을 증진시키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국민 의료보험의 적자 구멍을 조금이나마 메워 주고 있는 것이다.

   또한 한국의 저출산·고령화로 심각한 상황에 놓인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고국으로의 역이민자들에게 시니어 타운 조성, 빈집 수리 제공 등 여러 가지 혜택을 제공하며 끌어들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젊은이들이 다 빠져나가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 군·소도시에 소비력이 있는 역이민자들이 그 빈자리를 조금이나마 메울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 아닐까.

   문제는 그렇게 역이민을 선택한 분들의 근황을 들어 보면 나름 만족해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예상치 못한 여러 어려움에 힘들어하며 미국으로의 재이민을 고민하는 분들도 있다는 것이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 준비된 이들과 준비가 부족한 이들의 차이가 아닐까.

   젊은 시절의 이민에는 여러 번의 실수와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이를 극복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지만, 나이 들어 선택한 역이민에는 맞닥뜨린 시행착오와 실패를 만회할 시간이 더 이상 없다는 점이 문제의 핵심이다.

   한 번씩의 즐거운 고국 방문 때와 나이 들어 많은 숙제를 안고 돌아온 역이민자를 대하는 친구·형제들의 반응 또한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속도가 다른 미국 생활과 한국 생활의 사회·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는 것 역시 간단한 일이 아니다. 또 아직은 건강하지만 나이가 들며 발생하는 노인성 질환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국민 의료보험으로 커버되지 않는 질환도 있고, 간병 및 요양 서비스, 일부 높은 본인 부담금 등 고가의 비급여 치료를 감당해야 할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많은 분들이 미국의 메디케어 의료보험을 유지한 채 한국으로 가는 경우를 본다. 암과 같은 큰 병에 걸려 큰 비용이 들거나 특별한 치료가 필요할 때를 대비한 선택인 셈이다.

   SNS, 유튜브 등에 범람하는 정보 속에서 내가 보고 싶은 알고리즘만으로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정보를 찾기 쉽지 않다.

   고국에서의 역이민에 대한 과도한 기대 심리를 배제하고 균형 잡힌 현실을 파악할 수 있는 노력과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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