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는다는 것 세월을 향한 약속입니다
약속의 층계를 열심으로 오르내려
붉은 신호들 예서 제서 번쩍이고
실핏줄 끝에서 신음하는 밤마다
청보리밭 이랑에 물결치던 어린 봄바람은
이마의 잔주름을 간지럼 핍니다
비탈에 선 나무들
푸른 열망을 삭혀 핏빛으로 뱉어내는 가을 지나
엄동의 회초리 피 맺히는 살 밑에
순해지는 씨-눈, 눈 비비며 내일의 꽃잎에
색칠할 물감을 고르는 겨울이 있고
허술하게 늙는 것 아니라고
씨앗이 씨앗을 얻기까지 계절의 속살거림 모두 새겨
도드라진 상처로 단단한 껍질 때문에 그 약속 아름답고요
늙어 가는 일은 세월과의 약속입니다
어제와의 탯줄을 끊고 새것으로 태어나는
이 약속을 지키려 계속 몸살을 합니다.
조옥동(시인)
충남 부여 출생, 서울대 사대 화학과 졸업
미조리주 워싱턴대학교에서 수학
미주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현대시조> <한국수필> 신인상으로 등단
재외동포문학상, 해외풀꽃시인상, 한국평론가협회 해외문학상, 윤동주미주문학상 수상
UCLA 의과대학 생리학 연구실 Research 스탭으로 근무
한국문인협회, 국제PEN한국본부 회원, 미주문협, 재미시인협회, 미주시조협회 회원
시집『여름에 온 가을 엽서』, 『내삶의 절정을 만지고 싶다』등
부부 합동 에세이집『부부』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