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오늘은 한가위 성묘를 간다고 5백만 시민이 고향 찾아 서울을 비웠다는데, 저는 아침에 연미사만 드리고 이렇게 서재 창가에 앉아서 멍하니 북으로 흘러가는 구름만 바라다봅니다.
-구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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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이제사 어머니 마음을 다 알 것 같네요.
내가 지금 옛날 어머니 나이가 됐어요.
그곳은 빛과 사랑이… 하고 부르시던 노래가 생각나요.
날빛보다 더 밝은 천당... 하고 부르시던 노래도 생각나요.
어머니, 내가 지금사 참 고향에 돌아왔어요.
어머니는 모든 걸 다 아시지요. 나는 믿어요, 듣고 계시지요?
어머니의 아들이 부르는 이 기쁨의 노래를.
참 아름다워라, 참 아름다워라.
-최종태 (조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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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놀다 왔어, 젖 줘.”
다섯 살 넘게 막둥이 어리광을 감싸안으시던 어머니.
“어머님! 절 알아보시겠어요?”
오그라든 삭신으로 고개만 저으시는 어머니.
세상 출세가 저를 불효자로 만들었지요, 어머니!
-이종상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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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네 살 때 돌아가신 어머니,
얼굴도 기억 못하는 나는 휘영청 푸른 달빛을 올려다보면 슬픈 어머니가 나를 지켜보시겠거니 생각하고 눈물을 흠쳤습니다.
-심숙자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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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앉거라. 늙은 에미하고 같이 흰머리인 자식 절 받기 숭없다.
나이와 함께 세어가는 자식의 흰머리에 행여 그 아들에게 당신의 노년이 짐 되실까, 절을 받으시기도 저어하시던 어머니…
어찌하여 이제는 두 자리 겹절에도 말림의 말씀이 없으십니까.
-이청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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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열두 살 되던 해, 엄마 떨어져 광주로 처음 유학 떠나던 날 새벽, 고향역 대합실에서 모기한테 물릴까봐 덮어주셨던 엄머의 그 모시치마 냄새 지금도 생각나요.
“아가, 법은 멀고 범은 가깝단다, 잉!”
어린 딸 귀에 대고 속삭이던 그 눈물어린 소리도…
-문정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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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어머니는 키가 너무 작구나 하고 주변 사람들이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알고 있어요. 저를 키워준 어려움이 어머니 키를 못 자라게 했다는 것을…
-한용철 (독자, 전북 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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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얼마나 불러보고 싶었는 줄 아세요?
이제 몇 주만 있으면 볼 수 있는데 몇 주가 왜 이리 길고 지루한지…
비행기가 안 뜨면 어쩌지? 아파서 못 가면 어쩌지? 엄마가 공항에 못 나오시면 어쩌지?
이 걱정 저 걱정에 오늘도 새벽에 잠이 듭니다.
-심은지 (독자, 재미동포) <*>
<편집자의 말>
이 짧은 글들은 월간 <샘터>사가 1995년에 발행한 <엄마에게 쓴 짧은 편지>에서 옮겨실은 것입니다.

▲ 변월룡 작 <어머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