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16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우리 부부는 퍽 닮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우리가 보기에도 그런 것 같다. 처음 만났을 때는 서로 전혀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었는데 말이다. 당시의 사진을 보아도 딴 판이다. 누군가에게 결혼 초기 사진을 보여주었더니 우리가 재혼부부인 줄 알았다고 할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둘이 매우 흡사해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보기에도 예전의 아내 얼굴이 아니다. 그렇다고 아내가 내 얼굴을 닮은 것도 아니다. 지금의 내 얼굴도 예전의 내 모습이 아니다. 누가 누구를 닮아간 것이 아니라 서로 닮아져 갔다는 것이 적절한 표현이리라. 

  둘이 공통적인 부분이 많기는 하다. 우선 같은 지역 출신이고 같은 대학, 같은 해 입학에다 문단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다. 직종은 다르지만, 은퇴 나이가 훨씬 지난 지금까지 계속 전문인으로 일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40년 이상을 한 집에서 한솥밥을 먹고 살아오지 않았는가. 

  그래서 대부분의 모임에는 늘 함께 참석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혼자 나가는 경우에는 으레 아내는 오지 않았냐는 질문을 받게 된다.

  부부는 오래 살면 닮는다고 한다. 겉모습뿐만 아니라 성격이나 행동양식이 비슷해진다는 것이다. 비슷하다는 것은 각자의 모양새를 잃어버리고 둥글게 되었다는 뜻이다. 모래가 조개 속에서 오랫동안 담글질을 통하여 진주가 되듯이 부부 또한 함께 살면서 원만하게 변형된 것이다.

 

      맞닿은 이마 사이로

      침묵으로 흐르는 깊은 강

      주고받은 따뜻한 눈빛은

      노을보다 고운 신뢰였습니다.

 

      세월이 함께 누운 베갯머리

      건너지 않아도 만나는 강

      어지러운 바람의 날개를 접고 접어

      맑은 물속

      꿈의 조약돌을 건져 올리며

 

      나란히 손잡고 

      눈물로 잠재운 미움의 의미는  

      사랑의 앓음이었습니다.

       

  위의 글은 아내가 2003년 초봄 <부부>라는 제목으로 쓴 시 전문인데 표구로 만들어져 침실 벽에 걸려있다. 나는 시에 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고통과 희생을 초월하는 사랑만이 부부관계를 유지시킬 수 있음을 고백한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부부는 천생연분이라고 한다. 불가(佛家)에서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한 이불 덮고 살아야 하니 어찌 이만저만한 관계가 아니겠는가. 촌수로 따져도 부모 자식 간이 1촌이고, 형제 간이 2촌인데 비하여, 부부의 촌수는 무촌이다. 한 몸처럼 촌수를 따질 수 없는 사이거나 아예 아무런 관계도 없는 남이라는 말일 것이다. 우리 부부는 너, 나를 가릴 수 없는 0촌이라고 말하고 싶다. 

  부부는 외형적이거나 물질적인 관계보다 정신적인 사이로 연결되어 있을 때 아름다운 것이며, 영원히 지속될 수 있다. 우리가 지금까지 부부로 남아있을 수 있는 원동력은 순정(純正)의 사랑으로 맺어진 것처럼, 여전히 그것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기 때문이다. 요즈음 드라마를 보면 재벌이나 사장 집 자녀를 배우자로 얻어서 행복을 얻으려는 젊은이들이 나오는데, 우리는 애초부터 그런 형이하학적 생각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직도 아내로부터 금세기 마지막 로맨티스트로 불리는 내가 아닌가.

  캘리포니아는 미국에서 두 번째로 동성결혼을 허용하는 주가 되었다. 동성 간에 사랑을 느끼고 함께 지내고 싶은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동성결혼만은 하나님이 정하신 자연의 원리를 거역하는 중대한 반칙으로 반드시 문책이 있으리라 믿는다.    

  부부는‘적법의 혼인을 한 남녀의 신분’을 뜻하므로 앞으로 이처럼 성(性)이 표시되는 용어는 마음 놓고 쓸 수도 없을 것 같다. 남녀의 생활패턴과 역할도 바뀌어서 내외(內外)라는 말도 맞지 않고, 가까운 시기에 사이버부인도 생기고 로봇남편도 만들어진다니 이래저래 종전의 부부에게서 느꼈던 따뜻하고 정겨운 감정은 점점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이미 부부에게 각가지 위기와 큰 도전의 세상이 되어버렸는데 우리는 이날까지 누구에게서나‘잘 어울리는 부부, 이상적인 부부’로 인정받고 있으니 여간 감사한 일이 아니다. 부부는 비록 오래 살았다 해도 좋은 부부로 공인받을 때 진짜 부부이며 행복한 가정으로 비쳐진다. 하지만, 이것이 어찌 우리 부부의 힘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오직 하나님의 은혜인 것이다. <*>

 

   < 조만연  약력 >

-1939년, 충남 서천 출생.

-서울대학교 상과대학 경제학과,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 졸업. 

-산업은행 조사과 근무.

-1976년 미주 이민. 1979년 밸리로 이주. 회계사무소 운영

-New Covenant 신학대학원 졸업

-LA기독교윤리실천위원회 실행위원, 자문위원 역임

-<한국어진흥재단> 이사. 이사장, 고문 등 역임.

-<재미수필문학가협회> 회장, 이사장 역임. 

 <미주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역임

-<고원기념사업회>에서 발행하는 『문학세계』 편집인 역임.

-미주한국일보와 미주중앙일보 칼럼 고정필진

-2025년 8월 3일 보스턴 자택에서 영면

-재외동포문학상 수필 부문 입상. 『순수문학』 수필 본상

-해외한국수필문학상, 재미수필문학상 수상

-수필집 『새똥』, 『부부』(부부 공저) 


  1. <노래의 추억> 패티 김- 4월이 가면

    사월이 가면 길옥윤 작사, 작곡/ 노래 패티김 눈을 감으면 보이는 얼굴 잠이 들면은 꿈 속의 사랑 사월이 가면 떠나갈 사람 오월이 오면 울어야 할 사람 사랑이라면 너무 무정해 사랑한다면 가지를 마라 날이 갈수록 깊이 정들고 헤어지면은 애절도 해라 사랑...
    Date2026.03.30 ByValley_News
    Read More
  2. No Image

    <이달의 시> 허리띠 -이성열-

    허리띠 -이성열- 나는 비로소 채비가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 허리띠를 다 맸을 때. 비록 그것은 하나의 가죽끈에 불과하지만, 태초의 뱀이 아담을 바꾼 것처럼 우리의 삶을 바꾼다. 그는 옷을 찾아 나섰었고 그리고 허리띠도 매었다. 허리띠는 우리를 부끄러움...
    Date2026.03.30 ByValley_News
    Read More
  3. <노래의 추억> 조용필의 [친구여]

    <친구여> -하지영 작사, 이호준 작곡, 노래 조용필- 꿈은 하늘에서 잠자고 추억은 구름 따라 흐르고 친구여 모습은 어딜 갔나 그리운 친구여 옛일 생각이 날 때마다 우리 잃어버린 정 찾아 친구여 꿈속에서 만날까 조용히 눈을 감네 슬픔도 기쁨도 외로움도 ...
    Date2026.02.28 ByValley_News
    Read More
  4. No Image

    <독자글마당>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이진용 수필가-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이 금언은 내가 젊었던 시절에 내 처지가 힘들고 고달플 때마다 작고하신 어머니가 자주 해 주셨던 말씀이었다. 그때는 거의 모든 집이 도토리 키재기나 마찬가지로 빈곤에 허덕였지만 우리 집은 유독 더 가난했다. ...
    Date2026.02.28 ByValley_News
    Read More
  5. No Image

    <미주문인 글마당> 부부 -조만연 (1939-2025)0

    우리 부부는 퍽 닮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우리가 보기에도 그런 것 같다. 처음 만났을 때는 서로 전혀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었는데 말이다. 당시의 사진을 보아도 딴 판이다. 누군가에게 결혼 초기 사진을 보여주었더니 우리가 재혼부부인 줄 알았다고 할...
    Date2026.02.28 ByValley_News
    Read More
  6. No Image

    <이달의 시>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함석헌(시인)- 만리길 나서는 날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탓던 배 깨지...
    Date2026.02.28 ByValley_News
    Read More
  7. 엄마에게 쓴 짧은 편지-어머니의 사랑

    어머니! 오늘은 한가위 성묘를 간다고 5백만 시민이 고향 찾아 서울을 비웠다는데, 저는 아침에 연미사만 드리고 이렇게 서재 창가에 앉아서 멍하니 북으로 흘러가는 구름만 바라다봅니다. -구상 (시인) * 어머니, 이제사 어머니 마음을 다 알 것 같네요. 내...
    Date2026.02.03 ByValley_News
    Read More
  8. <노래의 추억>-장사익의 [꽃구경]

    장사익은 타고난 목청을 가진, 가요도 창도 아닌 자신만의 곰삭은 창법으로 노래하는 타고난 노래꾼, 가장 한국적인 느낌으로 노래를 부르는 가수이다. 1949년, 충청남도 홍성군에서 태어나, 장구재비 아버지 아래에서 어릴 때부터 국악과 노래를 배웠다. 하...
    Date2026.02.03 ByValley_News
    Read More
  9. No Image

    어머니의 발-감동의 글

    어느 일류대 졸업생이 한 회사에 이력서를 냈다. 사장이 면접 자리에서 의외의 질문을 던졌다. “부모님을 목욕 시켜 드리거나 닦아 드린 적이 있습니까?” “한 번도 없습니다.” 청년은 정직하게 대답했다. “그러면, 부모님의 등...
    Date2026.02.03 ByValley_News
    Read More
  10. No Image

    고해의 바다에서 사노라면-김희란 건강보험 에이전트-

    누군가를 떠올리면 그 사람이 가진 성격과 삶의 궤적에 따라 기분이 밝아지는 사람이 있고, 마음이 무거워지는 사람이 있다. 당연히 세상은 밝은 사람을 좋아한다. 그러나 후자에 속한 사람들에 대한 평가는 온전히 그들만의 몫일까? 내겐 아픈 손가락 같은 두...
    Date2026.02.03 ByValley_News
    Read More
  11. 노인네라니? -윤금숙 소설가-

    어느 날, 헌 차를 자선단체에 기부하기 위해 연락을 했더니 약속 날짜에 두 사람이 차를 가지러 왔다. 한 사람은 한국사람 같아 한국말로 물으니, 그렇다며 나보다 더 반가워했다.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갑자기 그가“노인네들 두 분만 이 집에서 사세...
    Date2026.02.03 ByValley_News
    Read More
  12. <이달의 시> 약속 -조옥동(시인)-

    늙는다는 것 세월을 향한 약속입니다 약속의 층계를 열심으로 오르내려 붉은 신호들 예서 제서 번쩍이고 실핏줄 끝에서 신음하는 밤마다 청보리밭 이랑에 물결치던 어린 봄바람은 이마의 잔주름을 간지럼 핍니다 비탈에 선 나무들 푸른 열망을 삭혀 핏빛으로 ...
    Date2026.02.03 ByValley_News
    Read More
  13. <노래의 추억>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서른즈음에 -강승원 작사, 작곡/ 노래 김광석- 또 하루 멀어져간다 내뿜은 담배 연기처럼 작기만 한 내 기억 속에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점점 더 멀어져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속엔 더 아무 것도 찾을 수 없네 계절은 다시 돌...
    Date2025.12.29 ByValley_News
    Read More
  14. No Image

    <삶의 지혜>신의 시간표

    "나는 누구에게도 건강이나 부를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행운만을 빕니다. 왜냐하면 타이타닉호에 탔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건강했고 부유했지만, 그들 중 운이 좋았던 사람은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한 고위 임원은 9.11 테러에서 살아남았다. 그날 아들의...
    Date2025.12.29 ByValley_News
    Read More
  15. 엄마에게 쓴 짧은 편지

    - 월간<샘터>사가 1995년에 발행한 <엄마에게 쓴 짧은 편지>에서 옮겨실은 글- 엄마와 구슬치기를 하였지요? 그렇게 착한 엄마도 구슬치기를 할 때는 아주 떼쟁이셨지요? 나중에는 다 주시면서… -피천득 교수 (1910-2007)- “방송일은 다 끝나셨...
    Date2025.12.29 ByValley_News
    Read More
  16. <가신 이를 그리며>“난 아직도'한다'하면 되는 거예요” 마음 움직였던 故 이순재 어록

    국민배우, 영원한 현역 배우, 대한민국 연기 역사의 산증인, 영원한 국민 아버지 등으로 불리며 존경받던 배우 이순재는 참으로 많은 가르침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그가 솔선수범으로 보여준 가르침들은 후배 연기자들에게는 물론, 세상을 바르게 살아가려...
    Date2025.12.29 ByValley_News
    Read More
  17. No Image

    送舊迎新(송구영신) -이진용 수필가-

    금년이 어느새 훌쩍 흘러가 달력이 달랑 한 장 남았다. 뱀띠 해가 지나가고 말띠 해가 다가오고 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묵은 것을 버리고 새로움으로 새해를 맞이하는 과정이 송구영신 또는 근하신년이다. 연말연시가 되면 자신에게 호의를 베풀어 준 지인...
    Date2025.12.29 ByValley_News
    Read More
  18. No Image

    한국 역이민에 대한 단상 -<실버시티보험>김희란-

    은퇴를 뜻하는 단어 Re-tire가 참 재미있다. 그동안 열심히 달린 타이어를 새것으로 교체하여 어제의 삶과는 다른 삶을 살기 위해 새로운 인생의 여행을 떠난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할 것이다. 초고령 사회가 눈앞에 다가온 요즘, 시니어들의 공통점은 은퇴 ...
    Date2025.12.29 ByValley_News
    Read More
  19. <노래의 추억>70년대 국민애창곡 [세노야]

    <세노야> 고은 시/ 김광희 곡 세노야 세노야 산과 바다에 우리가 살고 산과 바다에 우리가 가네 세노야 세노야 기쁜 일이면 저 산에 주고 슬픈 일이면 님에게 주네 세노야 세노야 기쁜 일이면 바다에 주고 슬픈 일이면 내가 받네 세노야 산과 바다에 우리가 살...
    Date2025.11.29 ByValley_News
    Read More
  20. No Image

    <삶의 지혜>네 명의 죽마고우 이야기

    네 명의 죽마고우가 있었다. 현역에서 기관장, 은행가, 사업가 등으로 눈부시게 활동하다가 은퇴 후에 고향에서 다시 뭉쳐 노년기의 우정을 나누었다. 날마다 만나 맛집 찾아 식도락도 즐기고 여행도 하니 노년의 적적함 따위는 없었다. 어느 날, 한 친구가 ...
    Date2025.11.29 ByValley_News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2 Next
/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