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퍽 닮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우리가 보기에도 그런 것 같다. 처음 만났을 때는 서로 전혀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었는데 말이다. 당시의 사진을 보아도 딴 판이다. 누군가에게 결혼 초기 사진을 보여주었더니 우리가 재혼부부인 줄 알았다고 할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둘이 매우 흡사해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보기에도 예전의 아내 얼굴이 아니다. 그렇다고 아내가 내 얼굴을 닮은 것도 아니다. 지금의 내 얼굴도 예전의 내 모습이 아니다. 누가 누구를 닮아간 것이 아니라 서로 닮아져 갔다는 것이 적절한 표현이리라.
둘이 공통적인 부분이 많기는 하다. 우선 같은 지역 출신이고 같은 대학, 같은 해 입학에다 문단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다. 직종은 다르지만, 은퇴 나이가 훨씬 지난 지금까지 계속 전문인으로 일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40년 이상을 한 집에서 한솥밥을 먹고 살아오지 않았는가.
그래서 대부분의 모임에는 늘 함께 참석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혼자 나가는 경우에는 으레 아내는 오지 않았냐는 질문을 받게 된다.
부부는 오래 살면 닮는다고 한다. 겉모습뿐만 아니라 성격이나 행동양식이 비슷해진다는 것이다. 비슷하다는 것은 각자의 모양새를 잃어버리고 둥글게 되었다는 뜻이다. 모래가 조개 속에서 오랫동안 담글질을 통하여 진주가 되듯이 부부 또한 함께 살면서 원만하게 변형된 것이다.
맞닿은 이마 사이로
침묵으로 흐르는 깊은 강
주고받은 따뜻한 눈빛은
노을보다 고운 신뢰였습니다.
세월이 함께 누운 베갯머리
건너지 않아도 만나는 강
어지러운 바람의 날개를 접고 접어
맑은 물속
꿈의 조약돌을 건져 올리며
나란히 손잡고
눈물로 잠재운 미움의 의미는
사랑의 앓음이었습니다.
위의 글은 아내가 2003년 초봄 <부부>라는 제목으로 쓴 시 전문인데 표구로 만들어져 침실 벽에 걸려있다. 나는 시에 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고통과 희생을 초월하는 사랑만이 부부관계를 유지시킬 수 있음을 고백한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부부는 천생연분이라고 한다. 불가(佛家)에서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한 이불 덮고 살아야 하니 어찌 이만저만한 관계가 아니겠는가. 촌수로 따져도 부모 자식 간이 1촌이고, 형제 간이 2촌인데 비하여, 부부의 촌수는 무촌이다. 한 몸처럼 촌수를 따질 수 없는 사이거나 아예 아무런 관계도 없는 남이라는 말일 것이다. 우리 부부는 너, 나를 가릴 수 없는 0촌이라고 말하고 싶다.
부부는 외형적이거나 물질적인 관계보다 정신적인 사이로 연결되어 있을 때 아름다운 것이며, 영원히 지속될 수 있다. 우리가 지금까지 부부로 남아있을 수 있는 원동력은 순정(純正)의 사랑으로 맺어진 것처럼, 여전히 그것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기 때문이다. 요즈음 드라마를 보면 재벌이나 사장 집 자녀를 배우자로 얻어서 행복을 얻으려는 젊은이들이 나오는데, 우리는 애초부터 그런 형이하학적 생각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직도 아내로부터 금세기 마지막 로맨티스트로 불리는 내가 아닌가.
캘리포니아는 미국에서 두 번째로 동성결혼을 허용하는 주가 되었다. 동성 간에 사랑을 느끼고 함께 지내고 싶은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동성결혼만은 하나님이 정하신 자연의 원리를 거역하는 중대한 반칙으로 반드시 문책이 있으리라 믿는다.
부부는‘적법의 혼인을 한 남녀의 신분’을 뜻하므로 앞으로 이처럼 성(性)이 표시되는 용어는 마음 놓고 쓸 수도 없을 것 같다. 남녀의 생활패턴과 역할도 바뀌어서 내외(內外)라는 말도 맞지 않고, 가까운 시기에 사이버부인도 생기고 로봇남편도 만들어진다니 이래저래 종전의 부부에게서 느꼈던 따뜻하고 정겨운 감정은 점점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이미 부부에게 각가지 위기와 큰 도전의 세상이 되어버렸는데 우리는 이날까지 누구에게서나‘잘 어울리는 부부, 이상적인 부부’로 인정받고 있으니 여간 감사한 일이 아니다. 부부는 비록 오래 살았다 해도 좋은 부부로 공인받을 때 진짜 부부이며 행복한 가정으로 비쳐진다. 하지만, 이것이 어찌 우리 부부의 힘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오직 하나님의 은혜인 것이다. <*>
< 조만연 약력 >
-1939년, 충남 서천 출생.
-서울대학교 상과대학 경제학과,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 졸업.
-산업은행 조사과 근무.
-1976년 미주 이민. 1979년 밸리로 이주. 회계사무소 운영
-New Covenant 신학대학원 졸업
-LA기독교윤리실천위원회 실행위원, 자문위원 역임
-<한국어진흥재단> 이사. 이사장, 고문 등 역임.
-<재미수필문학가협회> 회장, 이사장 역임.
<미주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역임
-<고원기념사업회>에서 발행하는 『문학세계』 편집인 역임.
-미주한국일보와 미주중앙일보 칼럼 고정필진
-2025년 8월 3일 보스턴 자택에서 영면
-재외동포문학상 수필 부문 입상. 『순수문학』 수필 본상
-해외한국수필문학상, 재미수필문학상 수상
-수필집 『새똥』, 『부부』(부부 공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