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나는 진혼과 희망의 은유 화가 박다애의 <새>

▲ 박다애 작품 <새>
박다애의 최근 작품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새의 이미지다.
오랜동안 추상적 단색화 작업에 집중하던 박다애 작가의 화면에 구체적인 형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2020년 2인전에서 선 보인 ‘섬 그림’ 부터 였다. 이어서 LA 강사랑 전시회에서 입체로 만든 물새를 선보였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한지 작업을 시작하면서, 2023년 한국에서 열린 설악국제미술제 <You & I>에 휴전선을 넘어 날아가는 새의 이미지로 많은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리고 올해 초에 열린 2인전 <고요한 폭 풍의 여정>에 또 새가 등장했다.
작가는 어린 시절 외할머니에게 들은 새 이야기가 잊혀지지 않고 지금도 생생하다고 말한다. 외할머니는 젊은 나이에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아들을 너무나 안타깝게 그리워하며 서러워하셨는데, 진혼굿을 하면서 “당신 아들은 새가 되어 좋은 곳으로 갔으니 서러워 말라”는 말을 듣고 마음의 평안을 되찾았다는 이야기… 그후로 외할머니는 하늘을 나는 새를 보면 아들을 본 듯 반가워하셨다고 한다.
박다애가 그린 새의 이미지는 도요새 (Curlew)를 모델로 한 것이다. 갯벌이나 습지대에 사는 철새 또는 나그네새인 도요새는 가장 멀리 나는 새이기도 하다. 어떤 종류의 도요새는 열흘 가까이를 쉬지 않고 나를 수 있다고 한다.
하늘을 나는 새는 진혼과 희망의 은유다. 외할머니의 혼은 달래주며 저 먼 좋은 곳으로 날아가는 새… 전쟁으로 희생된 숱한 영혼들을 쓰다듬어주는 새의 비상…
박다애의 새 그림에서는 파블로 카잘스의 <새들의 노래>가 들린다.
<새들의 노래>는 카잘스의 고향인 카탈루냐 지방의 전통 민요를 첼로로 편곡한 곡으 로, 카잘스가 연주회 때마다 마지막 곡으로 카탈루냐의 평화와 자유를 향한 염원을 담아 연주했던 상징적인 음악으로 유명하다.
카잘스는 1971년, 프랑코 독재 정권에 저항하고 민주주의와 세계 평화를 위해 헌신한 공로로 유엔 평화상(UN Peace Prize)을 수상했는데, 당시 95세의 카잘스는 평화상을 받는 유엔 총회장에서 <새들의 노래>를 연주하기 전에 세계를 향해 감동적 연설을 했다.
“내 조국의 새들은 하늘을 나르며 이렇게 노래합니다.
피-스(Peace), 피이스(Peace), 피-스 (Peace) ”
카잘스의 카탈루냐어 본명은 '빠우(Pau)' 이며, 이는 '평화'를 뜻하기도 한다.
박다애의 새는 무슨 소리로 노래할까? 궁금하다.<*>
* 화가 박다애 (Da Aie Park)
박다애는 서울미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1978년 미국으로 이민와서 로스앤젤레스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가다. 미니멀리즘 회화에 대한 탄탄한 기반을 바탕으로 한지(전통 한국 종이)와 조각 작업을 통해 물질, 제스처, 그리고 시간과 변화에 의해 형성되는 존재에 집중하고 있다.
13회의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미국, 한국, 일본, 유럽 등지에서 열린 국제 단체전에 참여했다. 또한 <디아스포라: 아리랑>, <우리의 강: 범 람원>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한지를 주제로 한 전시를 큐레이팅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