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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 옛적 호랑이 전자담배 태우던 시절, 동방의 작은 나라에서 조금은 기이한 법안 하나가 통과되어,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일이 있었는데…

  그 법안의 이름은 <격노 금지 특별법>, 핵심 내용을 간추리면, 누구든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실없이 느닷없이 뜬금없이 격노하는 자는 즉시 체포, 구속, 처벌하여 나라를 행복한 웃음천국으로 만든다는 것.     

   인기 희극인 출신의 초선 새내기 의원이 처음으로 발의한 법안이 뜻밖에 덜컥 통과된 것인데, 국회가 주야장천 여와 야로 쪼개져 극한 대치로 막장싸움만 하며 세월을 보내다가, 회기가 끝날 무렵에 화들짝 놀라 허겁지겁 무더기로 통과시킨 법안 중에 하나로 끼어서 얼떨결에 통과된 셈이라, 발의한 초짜 새내기 의원도 놀랐다고. 

  이 법안이 통과되자 화제가 되었다. 높은 분, 힘센 분의 격노가 미치는 사회적 파장은 태풍보다 크다는 걸 익히 보아온 터라 관심이 모아질 수밖에 없는 노릇. 저마다 의견이 분분했는데, 과연 인기 희극 인다운 고도의 정치풍자라는 호평이 있는가 하면, 지금 장난하는 거냐는 볼멘 비판도 만만치 않았으니… 

  그리고 사람들은 곧 눈치를 챘다. 어차피 이런 법안은 높은 분 힘센 분들과는 관계가 없을 테고, 죄없는 백성들만 마음대로 화도 못 내게 생겼다는 투덜거림이 난무했다. 술집 주인들은 입을 가리고 조용히 웃었다.

  어찌 되었건, 엄연히 국회를 통과해 법으로 정해졌으니, 일단 시행하지 아니할 수는 없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고, 모든 법은 국민 앞에 평등하므로 이 <격노 금지 특별법> 역시 실시하는 것이 당연히 이치에 맞는 일이다. 

  하지만 막상 시행 단계가 되니 갖가지 문제점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었다. 우선 ‘격노’가 무엇이냐는 ‘언어해석학적’ 문제점이 등장했다. 격노와 대노와 극대노와 단순한 분노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그 경계는 어디인가? 어디서부터가 처벌 대상인가? 상대 없이 혼자 서 미쳐 날뛰며 격노하는 것도 처벌의 대상인가? 등등 섬세하고 구체적인 시행령 마련이 시급했다.

  상황을 교통정리한 것은 신세대들이었다. 그들이 정리한 순위는 화내는 제일 높은 단계는 극대노, 그 아래로는 극소노, 소노, 중노, 대노 순이었다. 격노는 특별 등급이었다. 하지만 현실에서 등급을 매기는 구체적 방안까지는 만들지 못했다. 너무 바빠서 그런 자잘한 일에 신경 쓸 사이가 도무지 없었던 것이다.

  또한, 통과된 법령에 들어 있는 ‘실없이 느닷없이 뜬금없이’ 라는 문구의 시적 울림을 어떻게 법적 처벌에 적용할 것인가도 골치 아픈 문제였다. 변호사 사무실은 슬금슬금 국어학자들을 비상근 자문위원으로 채용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콩이야 팥이야 하고 있는데, 뜻밖의 곳에서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불길이 무섭게 타올랐다.

   전노총, 그러니까 <전국노인단체총연합회>의 총회장님께서 격노하셨다는 소식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것이다. 총회장님께서 엄청 나게 격노하셨고, 그것은 굉장한 일이었다.

  “이런 고이헌! 경노를 금지하다니! 아무리 세상이 막 돌아간다 해도 그렇지 경노를 금지하고 처벌하다니! 이건 우리 동방예의지국의 근본을 흔드는 중차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당장 시정하라!”

  총회장님께서 가는 귀가 살짝 먹은 터라 격노를 경노로 잘못 들으신 지극히 단순한 일인데… 문제는, 감히 아무도 이런 단순한 잘못을 알려주려 나서지 않는다는, 아니 못한다는 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전노총은 워낙 회원이 많은 데다가, 계속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며, 결집력도 무섭게 강력한 터라, 정치적 영향력 또 한 막강할 수밖에 없으니… 민주주의 사회에서 머릿수는 곧 힘이요, 정의요, 진리라. 총회장의 말씀은 곧 법이요 진리요 정의였다. 그리고, 한 번 하신 말씀을 거두어들이거나 바꾸는 비극(?)이란 감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남아일언 중억금!

  이런 일도 있었다. 어느 시절에나 대쪽 같은 신념을 가진 일꾼은 있는 법. 전노총 총회장이 격노했다는 소식을 듣고, 격노 담당 공무원이 득달같이 나타나 준엄하게 말했다. 

  “격노가 법으로 금지되어 있음을 모르시요!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니, 당장 체포, 구금, 처벌함이 마땅하나, 노령을 감안하여 특별히 이번 한 번만 경고조치로 끝낼 터이니, 앞으로는 법을 준수하여 각별한 주의를 게을리하지 말 것을 엄중히 경고하는 바이요. 이 상, 추웅서엉!”

  이 으름장을 들은 총회장께서 진짜로 엄청나게 격노하여 펄펄 뛰다가 뒷골을 움켜잡고 쓰러졌고, 담당 공무원은 당연히 직위 해제되어 아무런 임무도 없이 뒷방에 근무하는 신세가 되었다. 여기서 나온 속담이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것.     

  보다 못한 총회장 부인께서 글자로 쓴 것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경노가 아니라 격노, 우리 것은 격노가 아니라 경로, 한자로 쓰면… 아무리 자상하게 말해줘도,“지금, 내 눈이 나빠서 잘 안 보이는 걸 조롱하는 거냐? 나는 한 입으로 두 말 못 해!”라고 격노하며 재떨이 를 집어 던졌다는, 그 재떨이가 국보급 문화재였다는 소문도 은밀하게 떠돌았다. 

  그리고 다음 날, 전국노인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이 발표한 성명은 사태의 마침표를 찍으려는 강력한 시도로 평가되었다. 성우 출신인 대변인의 목소리는 또랑또랑 청아했고, 발음은 또박또박 정확했다.

   “국민 여러분, 잘 들어봐 주십시오. 격노가 아니라 경노입니다. 아무리 들어봐도 경노입니다, 경노! 경노를 금지하는 법안이라니, 이게 나라입니까?”

  그리하여, 문제의 <격노 금지 특별법>은 갑론을박 심사숙고를 거쳐 <기역노 금지법>으로 순화되었다가, 그도 모자라 결국 <격노 금지, 경노 찬양 특별법>으로 바뀌었다는 요상한 이야기.

  이제 남은 문제는 웃음천국이 되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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