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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비드-19 전염을 방지하기 위한 활동 감금 정도가 조금씩 풀리고 있다. 오랜만에 어제 작은딸네 식구가 다녀갔다. 뒷마당에서‘사회적 거리 두기’에 준해서 떨어져 앉아 이른 저녁을 먹었다. 

   딸은 한국토종이고 사위는 백인이다. 이 딸네 부부는 밀레니엄 세대에 속한다. 밀레니엄 세대 젊은이들은‘공동체’중심의 사고방식이나 활동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알려져 있다. 명품 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고, 남의 눈치 보지 않으면서 살아가는 세대이다. 

  딸네 식구는 작은 전기차를 타고 우리 집에 왔다. 주홍색 차의 세 면에는 블랙 라이브스 매터, 침묵은 폭력이다(Silence Is Violence), 어떤 한 곳에서 행해지는 부당함은 모든 곳의 정의를 협박한다(Injustice Anywhere Is a Threat to Justice Everywhere) 라고 큰 종이에 마커로 쓴 구호가 붙어 있었다. 

  그 애다운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애는 대학 시절 반전 데모를 한다고 보스턴에서 버스를 타고 뉴욕 유엔본부까지 간 적이 있다. 나의 심경을 불편하게 했던 일이다. 이번 사회적인 문제에도 정의를 위해서 제 방식대로 참여하고 있어 보인다.  

  지금 미국에는‘완벽한 두 개의 태풍’이 불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과 도마 위에 오른 경찰의 월권행위 이슈이다. 그사이 잠수하고 있던 문제들이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문제는 금방 풀릴것 들이 아니다. 또 정답이 금방 떠오르지 않는 과제들도 있다. 이슈들은 모두 사회정의와 연결된다. 

  코비드-19 팬데믹이“사회정의와 무슨 상관이 있으랴”하고 생각할 수 있다. 바이러스는 인종이나 나이를 차별하지 않고 공기 속에서 자유롭게 떠돌면서 감염시키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옳은 말이다. 

  하지만 감염이 의심되는 경우 건강보험이 없는 저소득층 시민들이 시립병원에 도착하기까지, 또 도착 후에 의사를 볼 때까지, 의사의 진찰을 받고 입원이 될 때까지 그들이 넘어야 하는 산은 높고 많다. 또 저소득층은 평소 건강 관리하기가 힘들다. 성인병에 대한 관리가 잘 안 되어 있는 중에 코비드-19에 걸리는 경우 사망률이 더 높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저소득층과 성인병은 함께 가는 문제이다.

  경찰의 월권행위로 조지 플로이드라는 흑인이 목이 졸려 부당하게 목숨을 잃었다. 무릎으로 조지의 목을 누른 경찰은 백인이었다. 이 백인 경찰은 백인우월주의자라서 용의자가 흑인이니까 더 심하고 긴 시간 동안 목을 누른 것인지, 아니면 숨어있는 성격적 장애가 있어서 그런 것인지 알려지지 않았다. 

  하여간 흑인사회가 들고일어났다. <블랙 라이브스 매터>라는 시민단체가 주동이 되어 시작된 시위는 흑인이라는 인종을 넘어 백인, 황인종, 노인, 아이들, 시위대를 막으러 나온 경찰들도 참여하고 있다. 구태여 이 단체 이름을 번역해 본다면‘흑인의 삶도 중요하다‘ 라는 뜻이겠다.

  이 단체에 대해서 조금 짚고 지나가는 것이 좋겠다. 2012년 트레이본 마틴이라는 17세 흑인 소년은 경찰이 쏜 총상으로 죽었다. 일 년 후 가해자 조지 짐머만 경찰관은 무죄 판결을 받고 풀려난다. 짐머만은 독일계 백인과 히스패닉 사이의 혼혈이라고 알려져 있다. 

  세대를 이어가며 반복되는 흑인들을 향한 불평등하고 편파적인 법의 시행, 반대로 항상 보호받는 백인들을 보면서 사회정의는 없다고 결론을 내린 흑인 지도자급 여성 세 명, 페트리스 칸-쿨로스(Patrisse Kahn-Cullors), 알리시아 가자(Alicia Gaza), 오팔 토메티(Opal Tometi)는 <블랙 라이브스 매터(Black Lives Matter)>라는 시민단체를 만들었다. 흑인의 정치적 입지를 굳히고 사회적인 홍보, 흑인의 질적인 삶을 향상 또는 추구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지금은 미국뿐 아니라 영국, 캐나다에도 지부가 있다고 한다. 

  흑인이 노예로 부려졌던 세월이 대략 250년, 인종차별을 당하고 살아온 것이 100년이라고 본다. 그사이 많은 변화가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체제상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 말이 맞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행정을 수행하는 대다수는 백인이고, 그 백인들은 변하지 않았다. 

  인종과 인권에 대하여 제대로 된 가정교육이 주어지지 못한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즉 개화되지 못한 그러나 특권을 누리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정의로운 세상은 언제나 올까? 우리 모두가 정의로운 세상을 만드는 작업에 참여하는 것은 의무이며, 정의로운 세상을 사는 것은 권리라는 것을 이해했다면, 이러한 일들은 반복되어서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모든 것은 사회정의로 귀의하고 그래야만 한다는 것을 새삼스레 생각하고 있다. 

  또 사회정의를 향한 교육은 지극히 개인적인 단계에서 일찍 제공될수록 효과적이다. 바로 밥상머리 교육이다. 교육의 결실은 빈부 차이를 보게 하는 힘을 길러주고, 격차를 없애는 것에 참여하는 활동력을 준다. 결국, 교육의 종점은 사회정의를 구현하는 것일 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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