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특별한 우리 말 -박 복 수 시인, 수필가-

by Valley_News posted Jan 0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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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작은 실수로 불쾌한 일이 있었다. 

  "머리 뚜껑이 열리네요."라는 이메일은 너무 놀라운 일이었다.‘우리 사랑하는 멋진 천사언니~’라 부르는 동생이다. 

  “어떠한 경우라도 다툼은 할 생각을 말라. 현명한 사람도 무지한 자와 다투면 무지에 빠지고 만다.” 

  괴테가 한 말이다. 참아야‘덕’이 된다는데 내가 조급하게 굴었던 탓이다. M 협회 모임의 나간 김에 나이가 나이라 장거리 밤출입이 쉽지 않아 S협회 임원에게 없는 돈에 찬조금을 전해달라 주고 온 것이 월보에 나와 있지 않아 행방불명이라 생각했다.

 

  실수는 대작가에게도 있다. 유명한 소설 <돈키호테(Don Quijote)>는 스페인의 문호 세르반테스가 쓴 것인데, 이 안에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모순이 있다. “돈키호테의 부하 산쵸(Sancho)가 당나귀 등에서 잠을 잔다. 이 때 도둑놈이 와서 당나귀 안장 네 귀퉁이를 말뚝으로 버티고 당나귀를 뽑아간다. 산쵸는 안장위에서 실컷 잔 후, 다음 날 아침 눈을 떠 보니 당나귀가 없어졌다.”

  여기서 작가 세르반테스는“산쵸는 울면서 당나귀를 몰아 그 자리를 떠났다.” 고 했다. 이 모순은 유명한 작가의 실수라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돈키호테>를 번역할 때 이 대목만은 고치지 않고 그냥 실어둔다고 한다. 

 

  그 이메일을 받은 나는 이렇게 답을 보냈다. 

  “실수는 누구에게나 있는 일, 그대의 엄청난 실수도 9년이 돼오도록 일구무언으로 덮어준 사람에겐 좀 지나친 말 같소. 노인의 작은 실수를 노망으로 잊어주기 바라오.” 

  “부드러운 답은 분노를 물리치는 법이다.”하신 어머니의 말씀이 기억났다. ‘참음’이 왜 아름답고 힘이 있는 말인지,‘미움’이란 말은 오직 사랑만이 특효약이며, 수 백 번의 기도보다‘용서’의 힘이 더 크다는 아름다운 자작시들을 좋은 음악과 함께 보내줬다.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어요. 존경하는 우리 언니~”하고 사과의 전화가 왔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노여운 감정을 내는 것은 이미‘덕’에서 벗어난 일이다. 그리고 다툼은 대부분이 사소한 일이 원인이다. 

  이럴 때 꼭 있어야 하는‘덕’은‘내게 특별한 우리 말’이라 하고 싶다.‘덕’은 원수를 굴복케 한다고 했다. 미국의 남북전쟁 때 남군의 총사령관은“내가 남군의 지휘를 집어던지고 백기를 들었던 것은 북군의 대포의 힘보다 <링컨>의 덕의 힘 앞에 굴복하였던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링컨은 아량과 성실의 사람이었다고 한다. 

  독일의 시인 괴테도“덕과 사랑은 참음으로 얻는다.”고 했다. 

  나에겐 유년시절 <천자문>과 <동몽선습(童蒙先習)>을 외우게 하신 우리 할아버지가 붓글로 써놓으신 우리 집의 가훈, 나를 오늘까지 지켜준 버팀목인 가훈은‘나를 찍는 도끼에도 향을 묻히는 향나무가 되라.’다. 덕과 향나무 이 두 말은 부족한 나를 도로“존경하고 사랑하는 우리 언니~”로 돌려놓았다.

 

  우리는 끊임없이 서로 상처를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생의 모든 과정이 때마다 피었다 지는 꽃처럼 영원할 수 없기에 조금 모자라는 것에 (먹는 것도) 만족하는 삶이 지혜이고, 아쉬움과 궁핍을 모르면 고마움을 모르기에 불행해 진다. 

  지금 나에게 있는 것을 감사하며“이 순간을 내일 떠날 사람처럼 아름답게 마무리 하라”는 법정스님의 말씀을 어머니가 들려 주셨다. 늘 남을 배려하고 소중히 여기며 마치 돈이 필요 없는 사람처럼 베푸는 삶으로 본이 되어 주신 어머니의 뜻을 따르고 싶다.

 

  사람은 언제나 미워했다 사랑했다를 반복한다. 인간이 삶 속에서 경험하는 이런 저런 일들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는‘살아있는 동안 사랑 하라!’고 속삭인다. 그것만이 건강하게 살아남는 길이기에. 

  생애 속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우리들은 좋은 면과 나쁜 면의 양면을 가지고 있다. 시기심, 이기심, 무절제한 욕심, 사람을 너무 미워하는 사람, 부적합한 판정을 너무 쉽게 하는 사람, 거짓말을 거리낌 없이 하는 사람, 칭찬엔 아주 인색하고 비난만이 마음에 꽉 차 있는 사람.

  그렇다고 그들을 다 무시하고 살순 없는 일, 이런 사람들을 만나면서 사는 것이 인생이다. 자신에게 좋은 사람만 만나고 살 수는 없다. 앞뒤가 맞지 않은 행동도 하고, 남의 행복한 미소를 질투하며 사람들은 끊임없이 상처를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이로 인해 나는 <바람의 충고>라는 시를 쓰기도 했다. 

  바람은 소리친다./ 삶은 내일을 사는 거라고/ 시기와 미움의 화살이/ 너를 향해 날아 와도/ 노하지 말라고/ 모든 것은 순간적/ 시간은 그들을 싣고/ 떠나기 마련/ 참음은 값진 것이라고/ 귓전을 치며 지나간다./ 슬픔이 파도처럼 넘실대도/ 위에는 부신 햇살/그 손은 너를 잡고/ 평온의 길로 / 이끌어 준다고/ 바람은 이 아침에도 소리친다./

 

  결국 언제고 가는 것을 까맣게 잊은 채 한 장의 잎사귀처럼 나르며 언제라도 떨어져 내릴 수 있음을 세월은 일깨워주기도 한다. 인간은 누구나 부족한 존재다. 이런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모든 것과 이별할 날을 향해 한 발, 한 발 걸어가고 있다.  

  온순하고 겸손해야지를 매일 새김질한다. 나를 사랑으로 격려해준 모든 고마운 이들을 떠나는 날까지 사랑하고 더 사랑 받고 싶다. 사막에서도 바람은 건널 수 있듯이 세상을 살아오는 동안 자만하지 말고 거리에 오래 서 있는 나무처럼 모든 일을 참고 견디어야한다. 

  보답이 없어도 내게 특별한 우리 말‘덕’과‘향나무, 마음을 다해 지키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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