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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김없이 찾아 온 4월은 꽃길을 열고 푸른빛을 펼치고 있다.
   4계절의 모습이 분명치 않은 남가주에 겨울부터 비가 많이 내려 7년 만에 가뭄을 완전히 벗어났다. 밸리 북쪽 랭캐스터의 앤틸롭 파피꽃 단지를 비롯 수퍼볼룸의 장관을 이루고 사방으로 달리는 프리웨이가 지나는 들판이나 산등성이는 물론 골짜기마다 온통 꽃밭이다. 유명한 관광지 데스밸리에도 유난히 풍성한 야생화를 품고 관광객을 맞을 것이다.
   지난 몇 달의 기후는 실제로는 예년과 다르게 기온이 낮고 비바람으로 활짝 갠 날이 적어 3월이 지나도록 겨울외투와 따뜻한 머플러를 벗어 놓지 못했었다. 중국 고사에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어구 “봄이 왔어도 봄기운을 느끼지 못한다.” 는  고사성어를 생각나게 했다.
 
   중국의 고대 한나라는 서북방 흉노족에게 볼모로 후궁을 한 명 간택하여 보내야 하는 처지에 놓였었다. 왕 원제는 후궁 중에서 제일 못생긴 사람을 보내기로 하고 궁중화가인 모연수에게 후궁들의 초상화를 그리도록 했다. 이를 알게 된 뭇 후궁들은 간택될까 두려워 모연수에게 예쁘게 그려 달라고 뇌물을 바쳤으나, 왕소군은 전한 원제(元帝)의 궁녀로 중국 4대 미녀 중 한사람으로 손꼽힐 만한 여인이었음에도 모연수에게 제일 추녀로 그려진다. 결국 볼모로 간택되어 왕소군은 흉노족 왕에게 시집을 가야하는 불운의 여인이 되었다. 떠나던 날 원제가 절세미인인 그녀를 보고 궁중화가 모연수를 참형에 처했다고 한다. 후세에 당나라 시인 동방규가 전한(前漢)시대 왕소군(王昭君)이란 한 여인의 딱한 처지를 읊은 시의 한 구절이다. 자신의 처지가 비관적일 때 또는 주위 환경이 어지럽고 앞일이 소망이 없어 보일 때 잘 인용하여 사용하고 있다.

   이 봄에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말이 연상됨은 3월이 다 가고 4월에야 늦게 찾아 온 봄철 기후 때문만이 아니다.
   사실 매일 접하는 정치, 사회, 경제적 여러 환경을 살펴볼 때, 우리의 조국 한국의 모습이나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의 현 시국이 안정감을 느끼기엔 멀어만 보인다. 특히 2월 말, 하노이에서 있었던 2차 북미회담이 결렬된 후 닥쳐온 그 후폭풍이 3월 내내 톱뉴스로 매일 시끄럽고도 끝이 없이 이어졌고 북미관계와 남북관계는 물론 중국, 일본과 러시아 등 주변국가 뿐 아니라 나아가 전 세계적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양자회담 결렬이후 북한과 미국은 완전핵포기냐 단계적 제제를 통한 핵포기냐를 두고 치열한 기싸움을 벌리고 있다. 이 문제는 북미관계보다 실제로 우리 조국 한국의 안보와 직결되는 중차대한 문제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이민자를 막기 위해 방위벽을 쌓겠다고 막대한 예산편성을 요청했으나 상하원에서 부결되어 거부권행사를 만지작거리고 있고 이에 따른 후속 문제들로 돌출상항을 주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치적 분쟁이 아시아 유롭 남미의 여러 나라에서 계속되는 뉴스를 매일 접하며 비교적 평화를 누리는 이 곳 우리들까지도 우리에게 정치의 봄은 언제나 오는가? 불안하다.
   우리가 바라는 소박한 꿈, 따뜻하고 만물이 소생하여 생기를 바라보며 즐겁게 기뻐하는 날이 오기까지는 봄은 왔어도 봄이 아니구나 싶다. 더욱 배고픔과 굶주림에 일상 필수품이 부족한 우리 북녘 땅 동포들에겐 춘래불사춘
(春來不似春)이란 말이 절실히 느껴질 것이다.

   우리는 2019년을 맞아 민족 3.1독립운동 100주년기념행사를 국내외적으로 의미 있게 치렀다. 역사를 더 살펴보면 1919년 3월에 서울에서 일어난 독립만세운동이 전국 각지에 파급되면서 한 달 후 4월에는 유관순 열사의 고향, 나의 고향 충남지방에서만 160여회에 12만 명 이상이 만세시위에 참여하였고 독립만세를 부르다 180여명이 사망하였고, 5000명이 넘는 인원이 체포되어 옥고를 치렀으며 수천 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하니, 해외를 포함하여 전국적인 희생자는 얼마나 많을지, 가슴 아프고도 조국 독립의 초석인 그 분들이 자랑스럽다. 
 
   4월은 4·19혁명의 달이다. 대한민국정부 수립 후, 1960년 당시 자유당정권의 3·15부정선거와 독재정권에 항거한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분연히 일어섰던 수만 명의 학생들이 서울 광화문거리에서 중앙청을 향하여 시위행진을 하던 중 이를 제지하는 경찰이 쏜 총에 맞아 피 흘리며 쓰러졌다. 부끄럽게 나는 현장엔 없었으나 내가 대학 3학년 때 발생한 학생의거로 생생하게 기억되는 역사적 사건이다. 4월은 우리에게 참으로 잔인한 달이 아닐 수 없다.
   어김없이 4월의 바람이 불어온다. 해마다 4월을 전후하여 그리스도의 사망과 부활을 기념하는 부활절을 맞는다. 한국의 현대사에서 진정한 민주혁명으로 기록되는 4.19학생혁명은 물론 러시아혁명, 미국의 독립혁명 등 동서양을 막론하고 세계사 기록에는 4월혁명이 수백 번을 헤아릴 정도로 4월은 거센 태풍의 역사로 점철되어 왔다. 피 흘림으로 역사는 계속 이루어져 왔다. 시인은 흩어지는 4월의 꽃잎을 보며 핏방울을 연상한다.
 
   20세기 최고의 지성 T.S 에리엇 시인은「황무지」의 첫머리를‘4월은 가장 잔인한 달/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로 읊었다. 이 작품은 실제로는 작가가 전쟁터에 나간 사랑하는 어린 친구를 잃고, 봄비로 잠이 든 뿌리를 깨워도 깨어나지 않듯, 실제론 깨어날 수 없음을 알고도 재생을 진정으로 바라며 요구함으로써 잔인함, 슬픔을 읊었다. 작가가‘황무지’를 발표할 당시는  세계1차 대전 후 유럽의 혼미하고 황폐한 1920년대로, 일제에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하여 수난을 당하던 동시대였다. 대구에서 태어난 민족시인 이상화는 작품‘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에서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하고 일본에 조국을 빼앗긴 민족적 울분을 시로 노래했다. 우리 민족은 빼앗겼던 조국을 찾았고 현재 조국의 광야는 젖과 꿀이 흐르고 얼마나 풍성한가! 
 
   봄이 오면 맨 먼저 매화꽃이 화려하게 피어난다. 이 꽃은 겨울 눈 속에서 꽃샘추위로 움츠리고 있는 동안에도 개화를 준비한다. 4월은 잔인한 달이 아닌, 새로운 소망을 품고 일어서는 우리의 참 모습을 따뜻이 감싸주는 봄이 되었으면, 이제 4월의 하늘은 높고 푸르다.

 < 약력>
■ 재미시인협회 회장역임, 미주문인협회, 재미수필가협회 회원,
■ 수상: 재외동포문학상, <현대시조>작품상, 한국평론가협회 해외문학상, 해외풀꽃시인상
■ 시집:<여름에 온 가을엽서>,<내 삶의 절정을 만지고 싶다>,수필집: <부부>(부부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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