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60년, 100여 편의 드라마 여주인공을 맡으며 국민배우, 국민 엄마로 불리는 배우 김혜자(81)가 책을 펴냈다. 책의 제목은 <생에 감사해>로, 베스트셀러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이후 18년 만에 펴낸 책이다. 

  이 책과 조선일보 박돈규 기자의 인터뷰 기사에서 우리 삶에 도움이 될 말들을 간추려본다. <편집자>

 

          ★

  “얼마나 사랑했는가, 그리고 얼마나 사랑받았는가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이 질문에 고개 끄덕이며 대답할 수 있다면 행복하고 감사한 인생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여러분 모두 그런 삶을 살아가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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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컨대 봉준호 감독은 땅을 일구듯이 나를 다시 일구었고 불씨만 남아 있던 열정을 다시 타오르게 해주었어요. 자기 안에 불씨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한때는 있었지만 지금은 꺼져 버렸다고 결론 내린 인생만큼 추운 인생이 있을까요? 그런 인생만큼 어둡고 불행한 삶이 있을까요? 

  불씨는 희망이에요. 가슴에 불씨가 있어도 그것을 타오르게 하는 것은 각자에게 달린 일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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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에서 가장 감사하게 생각하는 한 가지가 있어요. 몰입의 순간을 많이 가진 것입니다. 어떤 것에도 큰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고 반쯤은 몽유병자처럼 살아가는 나를 잘 아시는 신이 내가 몰입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작품들을 내 앞에 가져다주셨어요. 그러면 흐릿한 불씨처럼 존재하던 나는 뜨거운 불로 타오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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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다른 아무것도 할 줄 모르고 연기자로만 일생을 살았어요. 그걸 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였어요. 

  아내로서 엄마로서 난 빵점이었어요. 배역 속의 여자로만 살았죠. 상처받고 슬프고 아팠던 적도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한 것들이 내 인생을 붙들어 주었어요. 나 혼자 김혜자가 된 게 아니라 주변에서 다 이해하며 도와주었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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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작가가 쓴 대본을 외워서 연기를 하지만, 보통 사람들도 인생에서 대본 작가이자 연기자로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몰라요. 오늘을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내일이 결정되잖아요. 따라서 모든 사람이 멋진 대본을 써야 하고 멋진 연기자가 되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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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이 마지막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연기한 지는 얼마나 되었나요?

  “30년이 넘었어요. 영화‘만추’를 찍을 때도, 드라마‘겨울 안개’나‘모래성’을 할 때도,‘사랑이 뭐길래’와 ‘엄마가 뿔났다’를 할 때도, 영화‘마더’를 찍을 때도, 그리고‘눈이 부시게’와‘우리들의 블루스’를 할 때도 언제나 이것이 나의 마지막 작품일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연기했어요. 그만큼 절실했고, 그래서 대표작들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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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요, 살면서 누군가를 용서할 일이 없었어요. 내가 용서받아야 할 일들만 가득해요. 아내로서 엄마로서 역할을 제대로 못했어요. 작품 속 내 역할이 최우선이었어요. 집에서 대본에 몰두해 있으면 어린 아들은 엄마 주위에 침범할 수 없는 장막이 둘러쳐져 있는 것 같다고 했어요. 작품이나 아프리카 아이들을 위해 외출할 뿐, 나는 인간관계도 거의 없이 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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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보다 연기를 통해 줄 수 있는 희망이 크다고 생각해요. 국민의 한 사람으로 걱정이 많습니다. 정치인들은 왜 맨날 그 모양일까요? 억지를 쓰고 선동을 해서 국민을 갈라치기하고, 거짓말도 아무렇지 않게 하잖아요. 정치는 대본도 형편없고 연기자도 형편없어요.

  (그럼에도 이 나라가 망하지 않는 건) 열심히 사는 보통 사람들이 지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국민은 골목 식당부터 대기업 사무실까지 어떤 역이 주어지든 최선을 다해 해내고 있어요. 정치인들은 자기들이 최악이라는 사실조차 모르죠. 삼류 막장 드라마인데 나라가 걱정돼 안 볼 수도 없고. 불안해서 잠을 못 이룰 때가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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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모두 조금씩은 부조리 연극의 배우들입니다. 단지 그렇지 않은 것처럼,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절망감과 우울 속에서도 스스로 힘을 내어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것이 삶이고 그것이 인간입니다.” 

 

   ▲일화 한 토막

  김영삼 대통령 시절 <전원일기> 출연진이 청와대에 초대된 적이 있다. 김혜자가 슬그머니 빠져나와 멋진 소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있는데 경호원이 다가와“영부인을 위한 자리이니 비켜주십시오”라고 했다. 

  생글생글 웃으며 김혜자는 대꾸했다. 

  “미안합니다만 ‘배우 김혜자가 앉아 쉬었다’고 말씀드리면 영부인께서도 기뻐하실 거예요.”

 

   ▲배우 김혜자

  경기여고를 나와 1962년에 데뷔한 김혜자는 60년 동안 드라마 <전원일기> <겨울 안개> <사랑이 뭐길래> <엄마가 뿔났다> <디어 마이 프렌즈> <눈이 부시게>, 영화 <만추> <마더> 등 100여 편의 작품에서 여주인공으로 열연하여, 국민배우 국민 엄마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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