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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 눈을 뜨면 밝은 햇살이 마치 내 기상을 기다리는 듯 침실 커튼 아래 앉아 있다. 제일 먼저 신선한 아침공기를 맞으려 발코니로 통하는 거실 문을 열면, 요즘 창문 밖에는 낯선 손님들이 찾아와 기다린다. 색깔도 모습도 다르다. 부끄러운 듯 온 몸을 둥글게 말고 엎드려도 있다. 

   지난 밤 뜰에 찾아온 손님, 낙엽을 조용히 들어 올리는 엄숙한 예식은 고향을 찾아 귀향한 나 자신을 맞이하는 아니면 오래 그립던 친구를 만나는 일이다. 지난 몇 달 동안 방콕을 하고 있는 나는 날마다 새 손님을 맞이하는 일이 반갑고도 슬프다. 그들은 이미 이별의 말을 준비하고 왔기에 …… 

  

   2020년 3월11일 WHO 즉 세계보건기구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코로나19를 전염병 최고등급 Phase 6으로 분류하여 팬데믹을 선포했다. 예기치 못한 코로나19의 팬데믹으로 지난 3월 12일 일요일 교회에서 주일예배를 드린 후 반년이 지난 현재까지 우리 교회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교회는 예배조차 온라인으로만 시행함은 물론 모든 일상생활이 방역을 위해 생활환경에 규제를 강화하다보니 사회적 정신적 혼란한 기류에 휩쓸려 비정상적인 모습으로 변화했다. 

   사람이 사람과 거리를 둬야하는 온 노멀한 최근의 일상이 방콕이란 말로 표현된다. 누구나 팬데믹 이전의 상태로 빨리 회복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시기는 안타깝게도 점점 멀어져가고 있다. 보통 우리가 생각한 노멀은 이미 지나간 과거의 모습이고, 우리는 새로운 시대 뉴 노멀 즉 포스트 팬데믹 시대를 기대하고 변화하는 새로운 사회에 어떻게 적응하고 익숙할까를 연구하는 상태다.

   보이지도 않고 소리도 없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장소와 때를 가리지 않고 온 세상으로 번지면서 조용한 역병을 향한 공포감이 수천만의 전사자와 전상자를 낸 제1, 2차 세계대전보다도 사람들을 더욱 큰 두려움으로 몰아넣는다. 

   페스트(흑사병)는 인류가 목격한 질병의 파급력이 가장 위력을 나타낸 전염병이다. 통계로는 1347년부터 5년 동안에 서유럽인구의 30%이상을 죽음으로 앗아갔다. 공포의 전염병 앞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이 여러 모양으로 나타나게 됨을 경험했다. 

   그 당시엔 세상이 저지른 죄를 대속하겠다는 고행자도 나타났는가 하면, 한 편에선 인간이 저지른 많은 죄에 대한 신이 내린 벌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신을 분노케 한 자들이 바로 유대인이라 칭하여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에서 유대민족이 특히 대학살을 당했다. 실제로 역사가들은 역병을 핑계로 나치정권이 유대인을 학살하기 위한 정치적 살해행위였음을 인정하고 역사에 기록했다. 

   이때 페스트 역병은 17세기까지 유럽인들을 공포 속에 머물게 했으나 역병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에게는 행운을 가져오는 기회가 되었고 제한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연구하게 되었다. 

   알베르 카뮈는 이러한 인간의 부조리를 1947년 소설로 쓴 <페스트>를 발표했다. 그가 1957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프랑스의 소설가이며 평론가 철학자다. 코로나19 역병을 당하여 몇 달 사이에 독자들이 가장 많이 구입하여 읽은 소설책이 카뮈의 작품 <페스트>라 한다. 전염병이란 죽음의 공포 앞에서 각자 인간이 갖게 되는 심리현상이 카뮈의 작품, <페스트> 소설 속에는 공감할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이 소설의 배경은 1940년대로 돌아가지만 부조리에 맞서 싸우는 인간의 용기와 의지는 현세에도 필요한 절대적 가치이기 때문이다. 비극적인 상황에서도 끝까지 행동하는 길만이 세계의 부조리에 반항하는 지성에 뿌리박은 인간이 보여줄 행위임을 작가는 말한다.

자신을 바라보게 하는 계절, 가을은 나에게는 폭력의 계절이다. 갈잎이 쓸려 가는 가을, 허전한 꿈의 자락을 발끝에 감고 걸어가는 발길은 무겁고 고통스럽다. 단풍은 머지않아 뿔뿔이 헤어질 날을 알고 있는 나무의 슬픈 웃음이다. 

   추수 후의 빈 들판에서 늦은 빗속에 홀로 남겨진 앙상한 허수아비의 외로움을 스쳐가는 바람도 소리 내어 울고 간다. 우리도 세상이란 들판에 서 있는 하나의 허수아비가 아닐까. 

   이 가을, 각가지 색깔로 우리의 눈을 미혹하며 다가서는 자연의 마음을 무슨 안경을 써야 읽을 수 있을까. 

   나는 계절의 변화에 허약해 가을이란 병을 앓고 있다. 기왕이면 아주 호되게 앓고 싶다. 사랑의 결핍증을 앓는 모습은 아름답다고. 특히 2020년 가을, 고독한 중병을 앓는 사람끼리 가슴에 맑게 고여 올 사랑의 언어를 나누고 싶다. 

   봄부터 햇살과 별빛과 이슬과 소나기, 구름과 바람소리 맑은 물소리 모든 천지의 숨결을 마신 후, 둥근 나이테 하나 두르는 나무와 같이 우리도 어김없이 낙엽 지는 소리에 별빛의 은성한 속삭임을 영혼의 음반에 담으며 연륜이란 나이테를 긋는 동안 인생의 가을을 맞는다. 마지막 겨울이 오기 전에 예쁜 편지를 준비하는 숙제가 있다. 

   온 세상이 감사를 모르는 병이 두려워, 덥고 추운 날 가리지 않고 떨고 있을 때, 나는 운동주 시인의 시를 읽는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의 일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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