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뺨을 맞아도 은가락지 낀 손에 맞는 것이 낫다.

Everybody loves a lord. It's good to be related to silver.

 

  속담 중에는 읽고 나서 저절로 웃음이 나오는 것들이 있는데, 이 속담이 바로 그 중의 하나이다. 

  남에게 빰을 맞는다는 것은, 가장 큰 모욕을 당하는 것이지만, 그래도 은가락지 낀 사람, 즉 돈 많은 사람에게 맞으면 덜 분하다는 심리를 들여다본다.   은가락지 낀 손에 맞으면, 나중에라도 보상을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덜 분하다는 해석은, 전근대 사회에서처럼 인권이라는 개념이 없었던 시대에는, 적용되기 어렵다. 

  그보다는 은가락지 낀 사람은, 돈이 많고, 신분이 높은 사람이어서, 나 같은 가난뱅이를 때려도 괜찮다는, 뿌리 깊은 계급의식에서 나온, 열등의식에 길들여졌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사람들은 귀족을 좋아한다. 돈 많은 귀족의 인척이 되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라는 서양 속담도 바로 돈 많고 지위 높은 귀족들과 인척 관계에 있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사람들의 심리를 비꼬는 속담이다. 

  이 두 동서양의 속담들은 은가락지 낀 부자들과 높은 지위에 있는 귀족들이 누렸던 특권과, 이들을 의식, 무의식적으로 숭배했던 일반서민들의 의식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 

  유머를 통해서 돈과 지위에 대한 숭배를 경계하는 가르침으로도 읽을 수 있지만, 만민평등을 지향하는 현대 민주주의 세상에서도, 돈과 권력에 대한 숭배는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을 보면, 우습고도 씁쓸한 심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