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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엄마의 눈은 한 쪽 뿐이다.

  내가 6살 시절에는 그저 아무렇지 않게 어머니를 사랑했다.

  나는 사격 올림픽 3관왕인 권진호이다. 내가 이런 큰 자리에 설 수 있었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아버지는 내가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 사고로 돌아가셨다. 뺑소니 교통사고이었지만, 결국 범인은 잡지 못하였다.

  그 후 어머니는 나를 낳고 열심히 일을 하셨다. 내가 집에서 티비를 볼 때 어머니는 나물을 팔러 시장으로 나가시곤 하셨다.

 

  내가 중학생이 되던 날, 어머니가 내 입학식에 오셨지만 나는 정말 부끄러웠다. 한쪽 눈 없는 애꾸장애인이 내 어머니라는 것이 너무 창피해 얼굴을 옷 속에 파묻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나를 알아본 듯 나에게 오셔서“진호야!”하며, 나의 이름을 크게 부르셨다.

  입학하는 애들의 눈들이 어머니에게 시선이 몰렸기에 나는 창피해 도망치듯 빠져 나왔다.

 

  나는 늦게까지 PC방에서 게임을 하고 집에 들어갔다.

  어머니는 그때도 나물을 다듬고 계셨다.

  “그래! 우리 아들 왔어? 벌써 중학생이 됐네~ 우리 멋쟁이 아들~!”

  나는 순간 쌍소리가 나왔다. 

  “썅~ 중학생? 놀고 있네, 나 엄마 때문에 왕따 되게 생겼어! 왜 학교 오고 난리야, 쪽팔리게~ 다음부터는 오지마! 알았어?”

  마음에 없던 소리가 갑자기 튀어나왔다.

  왜 그랬을까? 진짜 왜 그랬을까? 내가 정말 미워졌다.

  나는 그냥 다 잊자는 생각으로 눈을 감았다.

  그러나 어머니께 불쑥 한 말이 너무나 미안해 잠이 안 왔다. 

  갑자기 방문이 열렸다. 나는 바로 자는 척을 했다.

  엄마가 나에게 가까이 오더니 나의 볼을 만지면서 울고 계셨다. 싫지 않았고 어머니의 체온이 따뜻함을 느꼈다. 어머니의 온기에 의해 나의 마음도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다음 날 학교에 가니 친구들이 제일 먼저 엄마에 관해 물었다.

  “야! 어제 그 아줌마 니 엄마냐? 니 엄마 장애인이야?”

  처음엔 선빵을 날리고 싶었다. 그러나 그놈은 잘 나가는 초등 1짱이여서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 

  나는 또 마음에도 없는 거짓말을 하였다.

  “아, 그분? 내 엄마 친구셔~ 우리 엄마랑 엄청 친해서 우리 집에서 사는데 아주 쪽팔려서 말이지… 내가 지 아들인지 아나봐~ 아~ 진짜~”

  친구는 그 말을 듣더니 말했다.

  “아 그래? 씁! 난 또 뭐라고 그래 우리 잘 지내보자.” 

 

  다행히 중 1 시절은 공부도 안하고 양아치처럼 지냈지만, 중 2부터 고등학교 생각하며 공부를 열심히 하였고, 그렇게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사격반에 들어갔다.

  내 시력은 2.0, 2.0.

  사실 그보다 좀 더 높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나의 시력엔 자부심이 있었다.

  너무 시력이 좋아서였을까? 내 사격솜씨는‘일취월장’이였다. 결국 나는 엄청난 사격실력에 올림픽 대표 리스트까지 끼게 되었다.

 

  그런 후 이상하게 한쪽 눈이 잘 보이지 않더니 결국 한쪽 눈이 실명되었다. 나는 절망했다. 세상 모든 걸 잃은 것 같았다. 나는 결국 모든 걸 포기했다.

  그 때 뜻밖의 희소식이 들려왔다. 바로 어떤 사람이‘안구 기증’을 해준다는 게 아닌가?

  그렇게 나는 수술을 받았다.

  정말 행복하였다. 다시 나의 한 쪽 눈이 보인다는 것에 만족하였다.

 

  나는 눈 수술 후 오랜만에 어머니를 찾아뵈러 집으로 갔다. 

  방안에 도시락과 편지가 써있었다. 편지를 펴보았다.

  “아~~ 안 돼! 엄마 왜 그랬어~”

  편지의 내용을 본 나는 거의 미칠 것 같았다.

     *   *   * 

  사랑하는 아들아!

  이 편지를 읽게 되면 초등학교 때 싸주던 도시락을 먹고 있겠지? 오늘은 계란도 입혔다. 정말 맛있을 거야! 내 아들~

  엄마의 한 쪽 눈 보기에 괜찮니? 이상하지 않아? 우리 아들…

  엄마는 너 합숙소에 들어가고 나서 머리가 많이 아파 병원에서 진찰했더니 내가 뇌종양이라고 하더구나~.

  엄마는 절망했었다. 다시는 우리 아들 못 보고 죽을 거 같아서~ 그래서 남은 한쪽 눈마저 너한테 기부하기로 했다.

  그동안 나물을 팔아 모아둔 돈 네 통장으로 모두 보냈는데, 잘 들어갔는지 내심 걱정되는구나.

  이제 엄마가 여지껏 숨겨둔 사실을 말해도 되겠지?

  네가 태어났을 때 한 쪽 눈이 없었단다. 왜였는지 몰라도 한쪽 눈이 없더구나! 그래서 엄마는 엄마의 한 쪽 눈을 너에게 주었어~. 너는 엄마처럼 살면 안 되니까~. 더 잘 살아야 하니까 말이야!

  그래서 엄마는 주저하지 않고 너에게 눈을 줬단다.

  우리 아들 중학교 입학 하던 날~. 우리 아들이 얼마나 커 보이던지~. 큰 키로 멋지게 서 있어서 엄마는 더 가까이 가서 보고 싶었지만, 네가 그만 도망갔었지.

  엄마는 서운했지만 정말 미안했단다. 이런 외꾸눈 엄마가 돼서 말이야.

  우리 아들이 집에 들어오면 돈까스 해 줄라고 돈까스 사 왔었는데 네가 오지 않아, 해주지도 못하고선 너무 슬퍼서 그냥 울기만 했었다~. 우리 아들에게 너무 미안해서!

  그리고 고등학교 때, 집 나간다고 해서 얼마나 무서웠는지 아니? 결국 나갔지만 정말 네가 보고 싶었어. 계속 우리 아들 사진 보면서 울고 그랬어~.

  그러던 어느 날 머리가 아프더구나. 그래서 뇌종양 말기란 걸 알고 나서 너에게 마지막 남은 눈을 준거란다.

 

  아들아 울지 말아라. 

  우리는 언제나 같은 곳을 보며 같은 생각을 할 테니~

  우리 아들하고 같이 있으려니까 따뜻하구나! 도시락 맛있게 먹고 힘차게 사는 거다! 우리 아들!

  -아들을 너무 사랑하는 엄마가 

     *   *   * 

  “왜… 왜… 도대체 왜! 이런 것도 모르고 엄마를 창피해 했던 못난 자식한테! 엄마 정말 미안해~.

  나 엄마가 못다 해준 달걀 후라이 많이 먹고 열심히 훈련할게~. 

  그리고 엄마 눈을 통해 꼭 금메달 딸 거야, 엄마 꼭 지켜봐줘요!

     *   *   *        

  엄마~! 지금 아들 목에 걸려있는 이 반짝이는 금메달 보여요? 드디어 엄마와 내 꿈이 실현됐어요.

  하늘나라에서나마 칭찬해 주세요. 그리고 다음 생에 엄마와 자식으로 만나 계란 후라이 꼭 해주세요. 알았죠?

  먼 하늘에 두 눈이 먼 어머니의 얼굴이 보이는 것 같았다. 

 

<편집자의 말> 이 글은 박복수 시인께서 제공해주셨다.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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