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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가 밝았습니다. 2023년은 계묘(癸卯)년 검정토끼 해라 합니다. 하필 왜 검정색일까 하고 찾아보니 한자의‘계’뜻이 검정이라 해서 검정토끼로 불린다하네요. 

  토끼는 예부터 우리의 정서에서 가장 사랑스런 동물로 인식이 돼 있었던 것 같습니다. 토끼의 묘(卯)자는 번성, 풍요의 의미라 합니다. 또한 성격이 온순하며 지혜로운 반면 경박한 측면도 있답니다. 

  아마도 가난을 면치 못했던 삶에서 토끼를 바라보며 토끼처럼 번성하고 풍요로운 삶을 기대했던 것 아닌가 싶습니다. 토끼는 1년에 4,5회 출산을 한다고 알려져 다산의 상징이라고도 합니다.

  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출산율이 낮은 우리나라의 젊은 부부들이 토끼띠 해를 맞아 토끼의 다산을 본받았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봅니다.

  새해에는 특별하게 계획을 세울 일도 없고 무슨 결심을 할 일도 없이 코로나 없는 세상에서 평범하게 지냈으면 합니다. 자주 누군가를 만나서 쓸데없는 환담이라도 주거니 받거니 하며 깔깔거리기도 하고 밥도 자주 먹었으면 합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일이 감사한 일이라 생각하면 행복해질 것입니다. 감사를 외치다 보면 행복해지고 행복해지면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10여년을 아침마다 산책로에서 인생을 배우며 다녔던 그 아름다운 산책로가 생각이 났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발길을 끊었던 그곳에 새해부터 다시 가봐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 사람 냄새 나무 냄새, 자연의 냄새가 몹시도 그립습니다. 

  다들 전처럼 산책을 하고 있을까요? 아니면 혹시 코로나로 저 세상으로 가신 분들은 없는지요? 갑자기 궁금한 일이 많아졌습니다.  

  그 산책로에는 토끼가 폴짝폴짝 뛰어 놀고 가끔은 코요테도 나타나곤 하는 자연 그대로인 곳입니다. 옹기종기 모여 초롱초롱한 눈을 굴리며 바쁘게 입을 놀리던 그 많던 토끼가 지금도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 지 가봐야겠습니다. 

  토끼는 풍요와 번성의 상징이라 하니 금년에는 인심도 풍성해지고 새롭게 번창하는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하여 그 동안 움츠렸던 기지개를 활짝 펴고 새롭게 훨훨 어딘가로 날아가는 꿈을 꾸어보기도 해야겠습니다. 

  1월은 봄을 품고 있기도 하니까요. 벌써 울타리 가에서 동백이 눈을 뜨기 시작해 가슴이 설렙니다. 꽃들과 많은 대화를 나눠보리라는 나만의 비밀을 가슴에 품고 있습니다. 무엇엔가 몰입하면 시름도 걱정도 두려움도 모두 사라지니까요. 그 순간이 행복 그 자체입니다. 

  잊을 수 없는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인상이 퍽 따스하게 생긴 백인 젊은 여자는 날마다 산책길에 토막 친 당근을 비닐 봉다리에 담아들고 종종 걸음으로 토끼들에게 다가갑니다.  

  토끼는 마치 그녀를 기다렸던 듯 어디서 그리도 많은 토끼가 모여드는 지 한참을 서서 자연의 순리에 빠져들곤 했었습니다. 따뜻하고 아름다웠습니다. 

  그동안 팬데믹으로 인해 세상은 모두가 암흑 속에서 숨을 죽이며 유폐의 나날들을 보내지 않았습니까? 신은 우리에게 무엇을 경고했던 것일까요? 결코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세상살이에서 혼자 있게 만들므로 험악한 시간들을 견디었습니다. 겨우 창밖으로 빼꼼히 숨을 죽이며 구름 한 조각을 보곤 했던 시절이었습니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아무 것도 아닌 줄 알았지만 만남이 얼마나 중요한 기다림이며 희망이라는 절실함도 알았습니다.   

  금년에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우리 모두가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한 해를 잘 지냈으면 하는 것입니다. 어디를 가도“건강! 건강!”이라는 단어가 입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세상을 다 가졌어도 건강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누구에게나 이 말이 평범한 진리로 다가올 것입니다. 

  피천득 선생님의 수필 한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새해에는 거울을 들여다볼 때나 사람을 바라볼 때 늘 웃는 낯을 하겠다.

  나의 결심은 아마 가능할 것이다.”<*>
 

윤금숙 (소설가)
한국 <수필문학> 수필 추천완료, 미주 한국일보 문예공모 단편소설 당선
저서: 소설집 <먼 데서 온 편지>, 수필집 <그 따뜻한 손>, 소설집 <코비드19의 봄> (공저) 
한국 PEN, 미주 PEN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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