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그림: 현혜명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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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섬으로 간다>

                                       시: 장소현 (시인)

우리는 섬으로 간다.

동양과 서양이 만나

수줍은 듯 반가운 듯 어우러져

한바탕 흐드러지게 춤추는

섬으로 우리는 간다. 

 

수묵화와 인상파가 만나는 곳

물과 기름이 섞여 하나되는 곳

서양의 차가운 네모칸 뛰어넘어 훌쩍

동양 붓 일필휘지 기운생동하는 곳

구성진 대금소리와 바이올린이

천연덕스레 어우러지는 

그 섬에서 

새소리 들으며, 꽃들의 노래 따라 부르며

토끼와 말과 소나무와 들풀들과 뛰놀며

안으로 그윽하게 안으로 아련하게 

축축하게 젖어든다, 우리는…

 

요란한 색깔도 없고

사람 그림자 하나도 보이지 않지만

맑은 사람 목소리 넋으로 울려 우렁찬

목숨 냄새 끝끝내 싱그러운

작은 섬으로 우리는 간다.

 

안개처럼 영혼처럼

또는 어머니 자장가처럼 흥얼흥얼

고즈넉 짙은 진양조로 아련한 

작은 섬, 그림 속의 작은 섬

우리 끝내는 가야할 그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