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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예수님을 믿기 전까지는 기억력이 좋았습니다. 학창 시절 좋은 기억력 때문에 학업가운데도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한 번 집중해서 공부하면 잘 잊혀지지 않았습니다. 자연스레 학창 시절 제 기억력을 의지하며 교만함 속에 보냈던 시간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20대 초반 예수님을 만난 직후, 어떤 이유에서인지 기억력의 지수가 갑자기 바닥으로 뚝 떨어진 것만 같았습니다. 이후 예수님으로부터 부르심을 받고 시작한 신학 공부 과정 가운데에도, 저의 급격히 나빠진 기억력으로, 학업 중에 적지 않은 어려움과 당황스러움을 경험하곤 했었습니다. 

   예를 들면, 얼마 전 열심히 리서치하고 연구해서 프리젠테이션까지도 가능할 정도로 잘 정리해 둔 내용임에도,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았는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만일 그 부분에 관하여 누가 제게 물어보게 되면, 순간 머뭇거리게 되고 당황하게 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마치 그 부분의 내용을 잘 모르는 사람처럼 보이게 되거나 혹은 그 부분을 철저히 연구해보지 않은 사람처럼 여겨지게 될 때 많이 당혹스러웠습니다. 

   저의 기억 저장소에 저장되어 있던 지식들이 일정 시간이 지나면, 많은 부분 자동 삭제되거나 기억의 내용이 흐려지게 되는 것 같았습니다. 과거에는 한 번 저장된 기억은 별도의 노력 없이 정확히 다시 끌어와서 나의 지식으로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예수님을 믿게 된 직후부터 깊이 연구했던 지식임에도 다시 끌어와서 누군가에게 정확히 전달해 주는 일에 적잖은 어려움이 생기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재차 삼차 같은 내용을 또다시 리뷰하고 살펴봐야 전달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을 만난 후 갑작스러운 기억력 저하로 인해, 저의 지난 24년의 선교와 목회기간 동안에, 다른 목회자님들은 굳이 안 거쳐도 되는, 참으로 힘들고 불편하고 당황스러운 시간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에게 성경을 가르치고 설교하며 목회자로 영혼들을 섬기는 가운데, 종종 시행착오도 하게 되고, 실수도 하게 되며, 그로 인해 오해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억력 저하로 인해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감사의 제목들도 생겨났는데, 그 가운데 세 가지만 잠시 나누길 원합니다.   

   (1) 제 기억력 저하로 인하여, 성령님께서 은혜롭고 감사한 기억들은 잊혀지지 않게 지켜주시고, 힘들어 눈물 흘리고 오해받고 상처받았던 과거의 기억들은 마치 물에 둥둥 떠서 흘러가 버리는 낙엽처럼, 그렇게 제 기억 속에서 생각나지 않고 잊혀져가게 해 주십니다. 기억력 저하가 많은 일들을 경험하게 되는 목회자인 제게, 이렇게 감사의 제목이 되기도 합니다.  

 (2) 바쁜 일과 중에 메모해두는 것을 실수로 깜빡할 때에, 하려 했던 필요한 목회/행정상의 일들을 잊어버리어 지나치게 될 때가 종종 있기도 했습니다. 그런 일들을 겪으며 (겸손한 척하는 것이 아니라) 저는 주님의 도우심을 철저히 의지할 수밖에는 없는 사람으로 변화되어갔습니다. 기억력의 저하로, 뭔가 깜빡 잊게 되면 사람들에게 미안함과

사과의 머리를 종종 숙일 수밖에는 없는 사람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때로는

이런 제가 버겁고 힘들 때도 있지만, 이런 저의  연약함으로 인해 저는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자만해지고 싶어도 결코 자만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 버렸기에, 이것 또한 제겐 큰 감사의 조건입니다.    

   (3) 저는 연약한 기억력으로 인해, 보통의 목사님들이라면 겪지 않아도 될 어려움들과 치열하게 싸워야만 합니다. 예를 들면, 주어진 하루 시간을 사용하는 부분에 있어서 어려움이 배가 됩니다. 새벽 설교 한 편을 준비해야 할 때에도, 남들보다 두 배 세 배는 더 오래 책상에 앉아있어야 겨우 준비가 완료되고, 전에 한 번 했던 강의를 다시 하게 될 때에도, 마치 전혀 처음 접하는 새로운 내용을 준비하는 것처럼, 그 내용들을 다시 다 처음부터 살피면서 준비해야만 하는 어려움들이 그것입니다. 그래서 이젠 내일모레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임에도, 일주일에도 여러 날들을 밤을 지새우곤 하는 저를 염려하며, 아내가 긍휼 어린 안타까움으로 바라볼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제게는 감사의 조건입니다. 말씀 연구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보니, 예수님과의 교제와 자아 성찰에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신체 일부의 능력(ability)을 잃어버린 것을‘장애(dis-ability)’라고 합니다. 저는 제‘뇌’의 기억장치가 갖고 있었던 좋은 기억능력(ability)이 원인 모를 이유로 연약해진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런 저의 연약해짐을 통해, 예전에는 잘 이해하지 못했던‘신체’의 능력(ability)을 상실하신 장애를 가진 다른 교우님들의 연약함과 고충을 더 깊이 공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말, 성도님들의 아픔과 고통이 제 가슴에 그대로 느껴지는 은혜의 체험을 하며, 기도 중에 성도님들을 위해 자주 눈물을 흘리게 하십니다. 

   연약함이 있으십니까? 하나님이 우리에게 연약함을 허락하심은, 우리가 연약할 그 때에, 우리가 비로소 주님을 더욱 의지하게 되고, 사람을 더욱 깊이 사랑해 줄 수 있게 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나의 여러 약한 것들에 대하여 자랑하리니 이는 그리스도의 능력이 내게 머물게 하려 함이라 내가 그리스도를 위하여 약한 것을 기뻐하노니 이는 내가 약한 그 때에 강함이라” (고후 12:9-10). 약할 그 때에, 비로소 우리 영혼에 가득히 임재하시는, 그리스도의 강한 능력이 밸리코리언뉴스 애독자님들께 충만히 임하기를 축원 드립니다.<*>

   홈페이지 www.iwhpc.org  /  유튜브 “웨스트힐 장로교회”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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