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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희의 송가> 들으며 자발적 죽음 택한

104살 생태학자 데이비드 구달 박사

 

장소현글_구달박사.jpg

 

환희여, 아름다운 신의 광채여, 낙원의 딸들이여. 우리 모두 정열에 취해 빛이 가득한 성소로 들어가자!”

베토벤의 <환희의 찬가>를 들으며 스스로 생을 마감한 104세의 생물학자이자 생태학자인 데이비드 구달 박사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구달 박사는 신체의 자연스러운 노화 외에 별다른 병이 없었지만, 단지 너무 오래 살았다고 생각해 죽음을 택했다. 건강이 나빠지면 지금보다 더 불행해질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는죽는 것보다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게 진짜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510일 스위스의 한 진료소에서 치사(致死) 약이 들어간 정맥 주사기에 연결된 밸브를 자기 손으로 열어 죽음을 맞이했다. 이런 죽음을 조력 자살이라고 부른다.

삶의 존엄성을 위해 죽음을 선택한 구달 박사는 호주에서 스위스까지 가야 했다. 자신의 조국 호주에서는 조력 자살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

구달 박사는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로 정한 이틀 전인 지난 58CNN과의 대담에서 많은 이야기를 했다. 면담할 때 그는 <망신스럽게 늙어간다(Aging Disgracefully)>는 글귀가 써진 웃옷을 입고 있는 유머를 보였다.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난 이제 104살이다. 내 삶은 그리 오래 남지 않았다. 건강 상태가 더 악화되면 더 불행해질 것 같다

운신하기가 어려워지고 눈이 안 보이기 시작한 5~10년 전부터 "사는 것이 즐겁지 않았다

운전면허를 잃어버린 1998년 죽은 편이 나았었다. 10년 전인 94세 때 신체적 독립성을 상실하자 진짜 위기의식을 느꼈다

이 나이면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 먹고 그리고 점심까지 그저 앉아 있는다. 점심을 약간 든 뒤 또 앉아 있는다. 이게 무슨 소용이 있다는 것이냐?”

난 더 이상 삶을 이어가고 싶지 않다. 내일 삶을 끝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돼 기쁘다. 이를 가능하게 해준 이곳 의료진께 감사한다.”

스위스에선 건강한 사람이라도 상당 기간 동안 죽고 싶다는 명확한 뜻을 밝혀왔다면 안락사에 필요한 의료적 조처를 받을 수 있다. 세계 의학계의 뜨거운 논쟁 주제인 이른바 <스위스 옵션>이다.

구달 박사는 자신의 사례가 세계에서 안락사에 대한 규제를 재고하는 데 도움을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생태학자인 구달 박사는 영국 출신으로 2차 대전이 끝난 뒤 호주로 이주한 뒤 오랫동안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에서 근무했고, 평생 130여편의 논문과 저작을 남겼다.

그는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삶에 대한 의욕이 넘쳤다. 100살이 넘은 뒤에도 호주 서부 퍼스의 이디스카원대에서 논문을 발표한 현역이었다. 2016년 대학에서 그에게출퇴근이 위험하니 자택에서 연구를 해도 된다고 했지만, 이를 거부하고 대학 연구실에 출퇴근하며 일해왔다.

삶에 대한 의지를 꺾은 사고가 발생한 것은 몇 달 전이었다. 그는 자택 방에서 혼자 넘어져 큰 부상을 당했다. 청소부가 그를 발견해 병원으로 옮길 때까지 이틀 동안 방에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 이를 계기로 그는 안락사를 결정한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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