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삼일절, 그날의 절절한 외침을 기억하며...
3월입니다. 봄이 성큼 다가왔다는 기쁨도 잠시, 3월의 첫날은 3· 1운동의 정신을 기리는 삼일절인 만큼 그 의미를 되새겨야 할 때이기도 합니다. 1919년 3월 1일,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그날, 대한 독립만세를 외치며 지금의 우리나라를 위해 순국하신 모든 분들을 기리는 의미 있는 날입니다.
올해로 삼일절이 100주년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일제강점기였던 1919년 3월 1일 오후 2시 정확히 100년 전 그날, 서울 탑골공원에서 시민 5천여 명의 ‘조국 독립’을 외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비슷한 시각 탑골공원에 가까운 인사동 태화관에서는 민족대표 33인 중 29인이 모인 가운데 한용운이 일어나 독립선언서를 낭독하고‘대한 독립 만세’ 삼창을 합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3.1운동의 시작입니다. 탑골공원 만세운동을 시작으로 독립시위가 전국으로 들불처럼 번졌다.
이처럼 전국 각지에서 자발적이고 열정적으로 전개된 3·1운동은 일제의 식민통치에 대한 분명한 거부와 문화적, 역사적 민족 개념에 기반한 이상적 국가 건설이라는 지향이 한국 민족 개개인에게 뿌리내리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3·1운동은 세계에서도 비슷한 예가 많지 않은 대규모의 집단적 저항 운동으로, 광복에 대한 우리 국민의 염원과 일본의 만행을 만천하에 알린 사건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가슴 아프게도 마무리와 관련한 계획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점, 주동자들이 모두 체포되어 지도부가 없어졌다는 점, 일본의 무지막지한 대응책 등의 원인으로 인해 3·1운동은 실패했습니다. 3·1운동을 통해 일제 식민 통치를 극복하지는 못했지만 3·1운동은 비로소 한국 민족으로 각성시켰습니다.
그해 4월 1일 소녀 유관순 열사는 아우내 장터에서 사람들에게 태극기를 나눠주며 시위를 주도하다 일본 헌병대에 체포돼 서대문 형무소에 갇히게 됩니다. 일제는 유관순 열사의 독립 의지를 꺽기 위해 모진 고문을 서슴치 않았습니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만큼 잔혹한 고문에도 유관순 열사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고 결심했던 처음 그 마음을 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끝내 그 모진 고문을 이기지 못하고 1920년 9월 28일 18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유관순 열사는 옥중에서 “내 손톱이 빠져나가고, 내 귀와 코가 잘리고, 내 손과 다리가 부러져도 그 고통은 이길 수 있으나 나라를 잃어버린 그 고통만은 견달 수가 없다”고 말하며 흔들림 없는 투쟁 의지를 보여주었다고 합니다. 그녀의 삶에 기분이 울컥해지고 갑자기 자괴감이 밀려오는 것은 아마도 지금의 우리는 상상도 하지 못할 애국지사들의 뜨거운 마음과 나라의 독립을 위해 목숨까지도 두려워하지 않은 그들의 정신에 고개를 떨구게 됩니다.
삼일절이라는 명칭은 1920년부터 사용되었으나, 당시 임시의정원에서 법률로 정한 국경일의 명칭은 독립선언기념일이었으며, 때때로 독립기념일, 국경일로 불리었다. 삼일절이라는 명칭은 중화민국의 쌍십절이나 미국 독립기념일의 별칭인 Fourth of July에서 따온 것으로 추정되며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1920년부터 공휴일로 삼고 있습니다.
1950년대까지 삼일절에는 명절처럼 상점들이 일제 철시하고 국기를 내걸었으며, 음악회, 학예회, 시열식, 시가행진, 봉화제 등이 대대적으로 치러졌으나, 5.16 쿠데타 이후 3.1절의 위상이 크게 낮아지며 정부 차원의 형식적인 식전과 탑골공원 추념식만 사실상 남게 되었으며, 최대 국경일의 위치도 광복절에 내주게 됩니다. 1980년대 대한민국 제5공화국 동안에는 국무총리가 축하연설을 대독할 정도로 천시당했으며, 이때부터 3·1절 경축사가 사실상 정부 정책 홍보의 장으로 추락하게 되었습니다.
더군다나 공휴일로 지정된 삼일절에 이른 봄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남쪽으로 봄맞이 여행을 떠나고 강원도는 아직도 평균기온이 낮아 스키장들은 삼일절에도 개장하기 때문에 막바지 스키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스키장이 북적인다고 합니다.
삼일절 정신은 요즘 사람들에겐 먼 나라 이야기인 듯이 하는 모습에 조금은 씁쓸한 마음입니다.
그래도 올해 서울 중랑구 거리에서는 3.1만세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그날의 역사를 기억하고 선조들의 삶과 정신을 기리고자 특별한 현수막을 선보인다고 합니다. 서울 거리에 태극기와 유관순 열사 등 애국지사들 얼굴로 물결을 이룬 거리를 걸으며 그분들의 삶과 숭고한 정신을 되돌아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 편집자의 글(Eric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