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이미 4편의 작곡하고 완숙의 경지에 들어선 구스타프 말러의 작품 중 가장 서정적인 아름다움으로 잘 알려진 교향곡 5번, 특히 4악장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말러는 마지막 낭만파적 작곡가이자, 근대음악의 새로운 지평을 연 음악가입니다. 말러 자신이 “나의 시대가 온다.” 고 말한 것처럼, 이제 세계 여러 곳에서는 악성 베토벤의 교향곡들보다 더 많이 연주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달에 소개해 드리는 말러의 교향곡 5번 중에서도 고요한 아름다움으로 유명한 제4악장 아다지에토는, 12분 정도의 연주 시간으로 절대 짧지 않은, 마음의 진정한 평화를 느끼게 해주는 정말 좋은 음악이라 생각합니다.
음악에 몰입한 후 문득, 길고 깊은 편안한 잠에서 깨어난 느낌이 들면, 바로 그제야 이 아름다운 말러 교향곡 4악장의 연주가 끝났음을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마치 밤사이, 세상 사람 아무도 모르게 몰래 내린 눈이 천지를 온통 깨끗하고 하얗게 뒤덮은 아침이 고요하게 눈앞에 펼쳐져 있는, 순결하게 빛나는 백색의 경이로운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 줍니다.
모든 관악기와 현악기가 동원된 Orchestra의 연주를 기본으로 한 교향곡임에도 불구하고 특이하게도 이 4악장은 관악기를 모두 쉬게 한 채, 현악기로만 연주되는 아름다운 곡입니다.
이 아름다운 ‘아다지에토’를 들으면 바그너가 작곡한 ‘지그프리트의 목가 Siegfried Idyll’가 생각이 납니다.
한스 폰 뵐로와 이혼한 코지마가 바그너와 결혼식을 올린 그해는, 두 사람에게 너무나 감격스럽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바그너보다 24살 연하인 코지마의 생일은 12월 24일이지만 통상 12월 25일에 생일 축하를 해왔던 모양입니다.
1870년의 12월 25일 그날을 위해, 바그너는 오늘날 ‘지그프리트의 목가’라고 알려진 특별한 곡을 작곡했습니다. 바그너는 아침 일찍 오케스트라를 불러 빌라 트리브센의 계단과 홀에 배치했습니다. 그리고 코지마가 일어나기를 기다렸다가 생일 축하곡을 연주하게 했습니다. 이 연주로 인해 놀라움과 행복에 겨워했던 코지마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연주가 끝나자 바그너는 코지마의 손에 그가 새로이 작곡한 이 곡의 악보를 쥐여 주었다고 합니다.
지그프리트Siegfried 이름은 바그너의 대작 니벨룽의 반지 (라인의 황금 Das Rheingold, 발퀴리 Die Walkure, 지그프리트 Siegfried, 신들의 황혼 Gotterdammerung) 4부작 악극 전편에 용감한 영웅으로 나오는 것을 보면, 참으로 사랑하는 아내였고, 아들이었음이 분명한 것 같습니다.
당대 상류사회에서 모든 남성의 흠모 대상이었으며,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20년 연하의 알마 쉰들러와 결혼한 구스타프 말러가,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작곡한 교향곡 5번, 그중 4악장 아다지에토를 들어보면 그가 아내 알마를 얼마나 사랑했으며, 또한 얼마나 행복에 겨워했는지가 느껴집니다.
아마 말러는 ‘아다지에토’를 작곡하는 동안, ‘지그프리트의 목가’를 작곡한, 코지마를 맞아 평생 아내만을 사랑하며 행복에 겨워했던, 바그너의 모습을 마음속에 떠올렸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마음속이 복잡하고 답답할 때 말러의 아다지에토를 듣곤 합니다.
아내에 대한 한없는 애정과 감사가 깃든, 아름답고, 평화롭고, 행복에 겨운 이 곡은 저에게도 말할 수 없는 평안함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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