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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진이 잦은 캘리포니아에 큰 지진이 왔을 때 그 지진으로 모두들 집과 집에 딸린 수영장과 땅이 쩍 쩍 갈라지는 피해를 보았는데 그 중에서도 수영장과 테니스장이 둘로 갈라지고 집이 부서지는 큰 피해를 당했던 앞집에서는 지진이 멎자마자 대 공사를 벌렸다.

   앞집 공사는 끝날 줄 모르고 오래 계속되었다. 낡은 집을 부수고 이층을 새로 지어 올렸고 무너진 담을 다시 쌓는 공사다보니 우리 집 앞을 아예 그 집 일꾼들과 트럭들이 드나들며 오랫동안 장악했다. 그 집의 제 2의 출입구가 되어 버렸다.

   그 동안 세워져 있던 내 차를 여러 번 이리저리 들이받는 사고가 생기기도 했고 일꾼들이 우리 집 앞에 함부로 차를 세우는 일은 물론, 그 좁은 산길로 공사를 위한 대형 트럭들이 드나들며 우리 집 앞 입구의 멋진 울타리 역할을 하던 정원수들을 모두 망가뜨리고 말았다.

   공사로 인한 소음과 밀려드는 먼지와 번잡해진 나머지 지나기도 힘들어진 길에 대한 불편 역시 우리의 몫이었다.

   우리 집의 몇 십 년이나 된 나무들이 결국 모두 부러져서 죽어버렸다.

   지진으로 무너졌던 앞집이 다시 그럴 듯하게 세워지자 공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어디론가 이사를 가버렸던 주인은 당연한 귀결이라는 듯 그 집을 팔고는 그야말로 어디론가 아주 사라져버렸고 우리는 망가진 정원수에 대해 호소할 곳도 잃어버렸다.

   나는 이 기회에 내가 좋아하는 가디니아 나무를 그 정원수 자리에 심어 보기로 했다. 우리가 맨 처음 구입했던 집은 몇 십 년이 된 가디니아 나무 울타리에 싸여 있어서 우리는 사계절 가디니아 꽃의 향연을 만끽해 본 적이 있었다.

   향기 짙고 우아한 가디니아 나무는 캘리포니아 해의 축복 속에 수없이 많은 꽃들을 피워 올렸었다. 가디니아 울타리 때문에 그 집을 떠나는 일을 한 동안 망설였을 정도로 우리는 그 집을 좋아했고 정이 들었었다.

   망가진 나무 울타리 자리에 적당한 크기의 가디니아를 다섯 그루 심어 놓고는 열심히 물과 비료를 주었다. 나무는 하루가 다르게 그 자리에 뿌리를 내리고 자리를 잡는 듯했다. 나는 가디니아가 어서 더 자라주기를 기원하고 있었다. 쑥쑥 자란 나무가 울타리를 만들고 꽃을 피워 올리고 우리 집과 온 동네에 짙은 향기를 선사해줄 기대에 벌써부터 잔뜩 부풀어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울타리를 찾았다. 매일 아침 나무가 얼마나 자랐는지 가늠해 보았다. 하지만 어느 날 아침 밖을 나가 살펴보았지만 나무들을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분명히 심어 놓았던 다섯 그루의 나무가 모두 자취를 감추고 없었다. 아무리 드려다 보아도 나무가 있던 흔적조차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 동네에서 새로운 가드니아 나무의 시대를 열어보려던 나의 소망과 꿈이 모두 다 흔적조차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굿 모닝!”

   신문을 집으러 나온 이웃 데니스가 인사를 건네 왔다. 데니스는 난감한 표정을 지은 채 망연히 서 있는 나에게 다가와 물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글쎄, 여기 심어 놓은 가드니아 나무들이 보이질 않네요. 나무들이 오리무중이 되었어요.”

   “어? 정말이네! 나도 그 나무들을 보았었는데... 그게 가드니아였던가요? 아니, 그게 왜 없어 졌지요?”

   데니스는 자신도 우리가 심어놓은 가디니아 나무를 보았다고 했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있음직한 가디니아 나무의 실종을 둘러싼 사건을 추리해 보기에 이르렀다.

   하는 수 없이 다시 가드니아 나무들을 구입해 심어 놓았다. 하지만 가디니아 나무는 얼마 후 또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이번에는 주변의 모든 이들을 의심해 보기도 했지만 그 진위조차 알 수가 없었다.

가드니아 나무들이 행방불명이 되면 한 동안 망설이다가 또 다시 가디니아 나무를 구입해 심어 놓았다. 가디니아 나무는 한 동안 잘 자라며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꺼번에 사라지지 않고 매일 한 그루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아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도대체 누가 이런 장난을 하는 거야?”

   우리는 극도로 화가 치밀어 올랐다.

   오후에 우편배달부가 찾아와 나에게 소포를 전해주었다. 소포를 받아 들고 배달부를 전송하던 그 순간 가디니아 나무 한그루가 내 눈 앞에서 쓰윽 사라지고 있었다. 가디니아 나무가 한 순간에 땅 속으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가만히 드려다 보니 땅위에는 구멍만 크게 남아 있었다. 이번에는 가차 없이 그 사라진 가디니아 옆의 가디니아도 같은 수법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땅 속에는 이 세상에 대해 상당히 적의를 품고 있었거나

   욕구 불만이었거나

   도전적이거나

   불만이 많거나

   부정적이거나

   혹은 아무 때나 몹시 시장해지는 왕성한 식욕을 가진 두더지가 살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그 동안 두더지 한 마리에게 막무가내로 공략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깊은 산 속에서 도무지 어떻게 그 망둥이 같은 두더지를 잡을 수 있단 말인가?

   앞집의 대공사로 인해 덩달아 나무 울타리를 잃은 우리 집 앞 풍경은 아직까지도 채워지지 않아 엉성하다.

   하지만 이게 다 이웃의 대공사로 우리가 당한 피해의 현장이 아닌가 말이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 흔적이 아니겠는가?

   서로 일말의 공허한 희망조차도 메울 수 없이 존재하는 하릴없는 나의 이웃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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