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낙타되어-
박복수 시인
탯줄 끊어지는 흐느적한 고요
끝없이 펼쳐진 황막한 모래 벌판
풀도 마르고 선인장 하나 보이지 않는
사람도 숨 죽은 종말의 늪
천지개벽부터 누누(累累) 억만년
불박이 별처럼 한 치도 요동치 않은
인류 문명사
지구는 지금 명맥을 다 한 것일까
새로운 세상 .
멸할 것은 가고 올 것은 오리라
코로나 투망 속에 갇힌 6대주 5대양
어디 한군데 성한데 없이
보이지 않는 모래바람 끝없이 휘몰아쳐
피를 말리고 살을 깎아 내도
죽음의 사막을 건널 수 있는 낙타
나침반 없는 캄캄한 밤 하늘
빛과 어둠은 함께 있는 거
줄행랑 치는 코로나 말로
보고야 말지
모래 바람으로 사라질 검은 구름
사막의 낙타되어 깊은 발자국 남기며
어둠의 장막, 헤쳐 몰아 내며
오늘도 간다. 북극성 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