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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처럼 일반인들이 전염병과 백신이라는 말을 많이 하고 또 들은 적도 없었던 것 같다. 코비드-19 사태 때문일 것이다. 

   코비드-19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vaccine)이 곧 성공적으로 만들어지고 이르면 올가을에는 공급될 것으로 조심스레 기대하고 있다. 여러 리포트가 있지만, 미국, 영국, 중국, 소련, 캐나다에서 단독 또는 협업으로 약 9개의 제약회사가 선두 주자로 뛰고 있다. 존슨 앤드 존슨,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 제네카 등이다. 

   막대한 자금을 들여 빨리 백신을 개발해야 하는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올해 2월부터 9월까지 세계적으로 거의 2천 7백만 명이 전염되었고 8십8만 명을 죽인 병이다. 

 

   미국을 살펴보자. 2017년 미국 인구는 약 3억 2천 5백만 명이었다. 참고로 미국 인구는 매년 1% 미만 증가한다. 이 중 2백 8십만 명이 사망했다. 55,000명이 독감이나 폐렴으로 사망했는데 이는 사망인구의 2%에 달했다. 

   그런데 올해는 어떤가? 2월부터 6개월 동안 약 백 6십만 명이 죽었는데, 코비드와 무관한 폐렴으로 15만 명이, 코비드와 관련된 이유(코비드+폐렴, 코비드+독감+폐렴)로 44만 명(27.5%)이 죽었다고 보고되었다. 사인이 한 가지 이상이거나, 정확하지 않은 경우를 참작해 보더라도 유래에 없는 치사율이다. 

   폐렴이라고 보고된 15만 명이라는 수는 평소 폐렴에 의한 사망 숫자 5만5천의 세배나 되는 것으로 볼 때 코비드와 관련된 폐렴을 잘못 입력했을 확률이 높다. 

   참고로 사망 증명서는 마지막에 환자를 다루고 치료했던 의사가 입력된 모든 기록된 사항을 검토하고 싸인을 해야 유효하다. 사망의 직접 원인, 간접원인을 쓰게 되어있다. 이러한 서류를 다루는 부서가 큰 병원에는 따로 있고, 이부서 전문 직원이 일차적인 내용을 입력한다. 그러나 한 가지 병이 아닌 여러 병이 환자를 죽게 하는 경우도 많다. 

   코비드-19에는 특정한 치료나 예방주사가 없는 상황이니, 사회적 거리를 두고 위생에 신경을 쓰면서 옮지 않도록 노력하고 사태가 물러가 주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기다리는 동안 예방주사가 개발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우선 백신이 어떻게 병을 예방하는지에 대해서 알아보자. 백신 주사를 맞거나 약을 먹어서 병을 예방하는 것은 특정 병균이나 병균에서 추출한 관련 물질 즉 병균을 약화하거나, 죽이거나, 재조합하거나 병균의 DNA를 변형해서 만든 유사체를 우리 몸에 주입하는 것이다. 

   우리 몸은 이 병균이나 병균과 관련된 이물질을‘적군’으로 보고 죽이기 위해서 싸우게 된다. 이물질을 파괴하여야 한다는 본성 때문이다. 싸움이 승리로 끝나면서 항체라는‘아군’이 생기고 같은 병균이 다시 침범할 때,‘아군’은 무기가 되어‘적군’인 병원체를 물리치게 된다. 

   코비드-19 때문에 백신 만드는 과정과 임상실험의 기준이 변형되어가고 있다. 위에‘적군’의 침범 때 과거의 경험으로 우리 몸이 만든‘무기’들이 쓰이는 과정을 설명했는데, 이번에는 그러한 과정 없이 유전자에게 일종의 지령을 내려서 우리 몸의 세포가 코비드 바이러스의 유사체를 만들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진짜 바이러스는 속게 된다는 이치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해가 잘 될지 모르겠다.

   백신을 받아도 면역이 생기지 않는 불행한 예도 있기는 하다. 약 5%에 달한다. 항암 약물치료 중이거나 임신 중이어서 본인이 받을 수 없는 경우, 또는 인체가 백신에 반응하지 못하거나, 백신이 유효성을 잃는 경우이다.

   백신(vaccine)을 우리나라 말로 예방주사라고 한다. 백신은 라틴말 바카(vacca)에서 유래한 소(牛, cow)라는 뜻이다. 이 단어는 18세기 말 인류 최초로 만들어진 백신 즉 천연두 백신이 소(牛)와 관련이 있어서 생겼다고 보면 쉽다. 

   천연두는 1980년부터 세상에서 완전히 소멸하였다고 세계보건기구가 발표했는데, 그 이전 100년 동안 5억 명을 죽인 병이다. 영국 여왕 매리 2세, 미국 벤저민 프랭클린의 아들이 잘 알려진 천연두로 죽은 희생자들이고 앤드루 잭슨 대통령은 회복한 환자였다.

   천연두 백신은 영국인 의사 에드워드 제너(Edward Jenner)가 소가 걸리는 우두(cowpox)에서 개발해 만든 것이다. 그가 우두에 관한 연구 발표 때 썼던 단어를 얼마 후에 루이 파스퇴르 프랑스 생물학자가 광견병 백신을 만들면서 백신의 세계 최초 개발자 제너를 기리는 의미에서 예방주사를 백신이라 명명했다. 

   진정한 예방주사라는 뜻으로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말, 백신이‘소(牛)’라는 뜻이라니 재미있기도 하다. 지금은 세상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백일해, 소아마비 등 25개 병을 예방하는 백신이 있다.

   에드워드 제너의 공적은 그의 관찰력 소산이었다. 소 젖을 짜는 낙농 여인들이 소에게서 우두를 옮아 손에 피부 발진이 생기는 것을 보았고 차후 그 여인들을 비켜 가던 천연두 팬데믹은 이들에게 생긴 인체 면역 때문이라는 것, 이 아이디어를 실험하여 증명, 성공했던 것이었다. 

   제너가 보여준 의사로서의 행적은 주위와 자연을 마음의 눈으로 보라고 가르친다. 놀랍게도 우리 인간 중에는 배운다는 것에 멈추지 않고 아이디어를 살리고, 연구하는 길을 걸어가는 용기와 끈질김을 가지고 노력하는 특수한 사람들이 있어서 감사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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