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해발 8000m의 세계. 그곳은 죽음의 지대라 불린다. 산소가 지상의 ⅓로 한걸음 내딛으려면 두세 번은 숨을 몰아쉬어야 한다. 1953년 낭가파르바트(8126m)를 단독 초등한 “헤르만 불"은 하산이 늦어져 8000m 지점에서 벼랑에 기대어 밤을 새고 난 뒤, 28세 청년이 여든 살 노인처럼 얼굴이 변했다. 이처럼 지독한 죽음의 지대에서 태연히 하루를 보내고 무사히 돌아온 셰르파가 있다.

   에베레스트 정상(8848m)에서 무려 21시간을 체류해 기네스북에 오른 네팔인 셰르파 “비부치리"다. 1965년생인 그는 어린 나이인 16세부터 트레킹 포터로 일하게 되고 1989년 23세 때 칸첸중가(8586m)를 오르며 뛰어난 고소 적응능력을 확인한다. 이후 비부치리는 유능한 셰르파로 인정받으며 화려한 등반 경력을 써 내려간다. 1990년 처음 에베레스트에 오른 뒤 2000년 5월 마지막 등정까지 총 10번이나 정상에 올랐다. 비부치리는 에베레스트관련 등정 기록만 3개를 갖고 있다. 첫 번째는 최초의 한 시즌 두 번의 정상 등정이다. 1995년 5월 14일 정상에 오른 뒤 베이스캠프로 돌아왔다가, 12일 뒤인 5월 26일에 다시 정상을 등정한다. 두 번째는 에베레스트 속도 등반이다. 그는 무산소로 16시간 56분 만에 정상에 올라 세계 산악계를 놀라게 했다. 마지막 세 번째 기록은 지금까지 누구도 깨지 못한 에베레스트 정상 21시간 무산소 체류다.

   그는 1999년 5월, 정상에 텐트를 가지고 올라 꼬박 하루를 보냈다. 그 공간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생명의 불꽃이 사그라드는 곳이다. 일례로 2017년 한국의 허영호 대장은 에베레스트 정상 야영을 계획했으나 2시간쯤 지나자 발가락이 얼어왔고 가래가 점점 많이 끓으며 맥박이 분당 130을 넘어서자 위험을 감지하고 포기하고 만다. “비부치리”. 화려하고 독특한 등반 경력을 써 내려갔지만, 2001년 에베레스트 서쪽 웨스트쿰 캠프(6500m) 인근에서 크레바스에 빠져 추락사하며 36세의 젊은 나이로 너무나 허망하게 히말라야의 품에 잠든다.

 

   LA 최고의 명산 Mt, Baldy는 동서남북 4곳의 등정 루트가 있는데, 그중 서쪽 코스인 West Baldy는 가장 힘든 코스로 손꼽는 루트이다. 그만큼 그 성취감 또한 남다를밖에. 쌀쌀한 겨울 날씨, 안개 낀 산골 마을, Baldy Vistor Center근처 주차장에서 출발, 교회를 지나 0.5마일 정도 이어진 산골마을의 평화로운 풍경에 한껏 느긋해진다. 등산로에 접어들어 1.5마일 지점 Bear Flat까지 공기 청량한 아침 숲길을 기분좋게 걷는다. 그것도 잠시, 등산로가 가팔라진다. 마일 당 거의 1000 피트를 오르는 경사 급한 잡목 사이 거친 등산로를 지그재그로 오르며 차츰 속세에서 멀어지고, 달라진 고산의 공기에 심장은 쿵쾅거린다. 힘겹게 고개를 넘어 3.5마일 지점 새들에 도착한다. 뒤를 돌아보면 안개구름이 산과 계곡 사이를 휘감으며 봉우리들이 바다 위의 섬으로 변신하는, 한 폭의 수묵화처럼 기막힌 풍경이 펼쳐진다. 배낭의 멜빵을 바투 잡고 다시 능선으로 향한다. 조금 완만해진 등산로로 1마일 여 산가브리엘 산맥의 주능선에 서 보는 3T, 온타리오, 빅혼, 쿠카몽가 픽과 태평양의 바다까지, 이곳에서만 담을 수 있는 가슴 벅찬 경치는 산가브리엘 산맥 중 제일이 아닐까. 정상을 바라보니 짙은 구름에 덮여있다. 기온이 낮아지고 바람이 예사롭지 않다. 아쉽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명산의 웅혼함을 깊이 호흡하며 발길을 돌린다.<*>

 

거리; 정상. 14마일. 능선. 9마일. 난이도; 5(최고 5) 

등급; 4(최고 5), 높이; 10064피트.

가는 길;118(E) - 210(E)-Base Line (Exit) - 커브 돌며 좌회전 - Padua Ave에서 우회전 - Mt, Baldy Dr에서 우회전 -터널 지나고 교회 근처에 주차.산행 1.jpg

 

산행 2.jpg

 


  1. 존 뮤어 트레일(JMT) - <밸리산악회>김찬호-

    세계 3대 트레일을 꼽으면 많이 거론되는 곳이 있다. 캐나다의 웨스트코스트 트레일,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 그리고 미서부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존 뮤어 트레일이 그것이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이민자로 탐험가이자 환경운동가인 존 뮤어(1838~1914)는 그...
    Date2022.09.27 ByValley_News
    Read More
  2. 아름다움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Mt. Baldy 겨울 눈 산행- <밸리산악회>김찬호 대원

    키 155cm의 자그마한 키와 체격, 장바구니 들고 시장에서 만나도 그냥 스쳐 지나갈, 지극히 평범한 외모의 할머니. 그러나 그녀의 경력과 내공은 참으로 비범하다. 한국 여성 산악인 송귀화 씨가 2023년 12월 25일 남극 최고봉 “빈슨 매시프"(4,892m)를...
    Date2024.03.01 ByValley_News
    Read More
  3. 산타모니카 백본트레일-<밸리산악회>김찬호-

    미대륙을 종단하는 3대 장거리 트레일인 서부의 PCT(2650마일), 중부의 AT(2181마일), 동부의 CDT(3100마일)를 모두 완주한 초인적인 6명의 한국인 트리플크라우너. 그들의 후일담을 들어보면 한국에선 경험하지 못한, 미국만의 감동적인 선진 하이킹 문화체험...
    Date2022.01.06 ByValley_News
    Read More
  4. 바다 안개와 물든 계곡에서 만나는 가을 Mishe Mokwa Trail -김찬호 <밸리산악회>대원 -

    평소 시청률이 꽤 높은 TV 건강프로그램이 어느 날 걷기와 등산을 주제로 방송을 했는데 시청률이 곤두박질쳤단다. 이상했다. 간판프로의 시청률이 바닥을? 하지만 바로 답을 얻었다. 그동안 녹용, 가시오가피, 차가버섯 등 몸에 좋다는 먹거리방송으로 쉽게 ...
    Date2020.10.31 ByValley_News
    Read More
  5. 깊은 계곡, 푸른 바다, 그리고 비상 Santa Yenez Canyon, Eagle Rock - <밸리산악회> 김 찬 호 대원-

    요절한 가수 김광석의 노래 중에“어느 60대 노부부이야기”가 있다. 정감있는 곡과 애잔한 가사로 듣는 이의 심금을 울리는 명곡이다. 근데 이 노래가사를 뜯어보면 나이 60에 인생이 허무하게 끝나는 것 같아 마음이 언짢았는데, 이 노래의 작곡...
    Date2020.11.23 ByValley_News
    Read More
  6. 그 바람 또한 그대로였다 Mt. Waterman -<밸리산악회>김 찬 호 대원-

    살아있는 전설, 이탈리아의 등반가 “라인홀트 메스너"가 1978년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무산소로 등정한 이후, 무산소 여부는 산악인들의 등반을 평가하는 하나의 척도로 자리매김했다. 고산 등반 최대의 난적인 산소 결핍은 기구를 통해 해결하면 ...
    Date2021.06.23 ByValley_News
    Read More
  7. 고산준령의 웅혼함 Mt, Baldy West Route -<밸리산악회> 김찬호대원-

    해발 8000m의 세계. 그곳은 죽음의 지대라 불린다. 산소가 지상의 ⅓로 한걸음 내딛으려면 두세 번은 숨을 몰아쉬어야 한다. 1953년 낭가파르바트(8126m)를 단독 초등한 “헤르만 불"은 하산이 늦어져 8000m 지점에서 벼랑에 기대어 밤을 새고 난 뒤, 28...
    Date2021.01.04 ByValley_News
    Read More
  8. Strawberry Peak -<밸리산악회> 김찬호-

    최근 넷플릭스에서 시청한 히말라야에 관한 다큐멘터리에서 에베레스트 상업 등반의 심각한 현실이 조금은 충격적이었다. 4~5월 하계 등반이 시작되면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는 수백 개의 텐트가 생겨나 하나의 타운을 이룬다. 전 세계에서 온 수백 명의 등...
    Date2022.12.01 ByValley_News
    Read More
  9. Sanjacinto Peak -<밸리산악회> 김찬호 대원-

    출 생 시 탯줄이 목을 감아 뇌에 산소공급이 중단되면서 뇌성마비와 전신마비를 갖게 된 '릭 호이트' . 병원에서는 보호시설에 보내야 한다고 했지만, 아버지‘릭 호이트'는 아빠와 눈 맞추던 아기의 초롱한 눈빛을 보고 집에서 키우기로 결...
    Date2023.06.29 ByValley_News
    Read More
  10. San Gorgonio Dry Lake -<밸리산악회>김찬호-

    에베레스트에는 정상을 향한 등반 루트가 20개가량 된다. 히말라야 고봉들의 전체 등반 루트역시 셀 수 조차 없이 많은 건 당연한데 그 많은 루트 중, 에베레스트 남서벽, 로체 남벽, 안나푸르나 남벽, 이 세 곳이 가장 어려운 3대 난벽이라고 불리운다. 그 중...
    Date2022.06.02 ByValley_News
    Read More
  11. Placerita Canyon - <밸리산악회> 김 찬 호 대원-

    설악산 대청봉도 못 오른 채 에베레스트, 북극을 먼저 갔고 그래서 언젠간 겨울 설악산 폭풍 설 속에서 슬리핑백을 뒤집어쓰고 비박을 하고 싶었는데, 그걸 못 한 게 한으로 남았다는 재미있는 비유로 듣는 이들을 즐겁게 했던, 전 대한 산악연맹 회장이자, ...
    Date2023.12.29 ByValley_News
    Read More
  12. Ontario Peak -<밸리산악회> 김찬호대원-

    오랫동안 이 칼럼을 쓰며 찾아본 산악인, 탐험가 중 유독 마음이 끌리는 한 남자가 있다. 금세기의 걸출한 모험가를 꼽는다면 빠지지 않는 인물, 타고난 방랑가이자 모험가인 ‘우에무라 나오미'가 바로 그다. 1941년 일본에서 태어난 그는 메이지대...
    Date2023.08.31 ByValley_News
    Read More
  13. Oakwilde Campground via Gabrielino Trail - <밸리산악회>김찬호 대원-

    LA에 거주하는 아마추어 산악인 76세의 김명준 씨. 연세대를 졸업 후, 대기업에 근무하다 서른한 살에 미국으로 이민, 갖은 고생 끝에 의류 사업가로 크게 성공한다. 여기까지가 인생 1막이라면 50세가 넘어 시작한 인생 2막은 모험과 도전으로 점철된다. 사업...
    Date2023.07.28 ByValley_News
    Read More
  14. Mt. Pinos -<밸리산악회>김찬호 대원-

    치명적인 사고를 겪고도 다시 산을 오르는, 등산 병에 빠진 이들의 사고회로는 정말 불가사의다. 불굴의 산악인 김홍빈 씨(55세). 1991년 북미 최고봉 맥킨리 등정에 나섰다가 조난을 당하고 죽음 직전에서 구조되나 동상으로 10개 손가락을 모두 잃는다. 귀...
    Date2021.08.26 ByValley_News
    Read More
  15. Mt. Lukens -<밸리산악회> 김찬호-

    산악 기록에 공신력 있는 국제 연구진의 2022년 한 연구발표가 세계 산악계에 작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동안 히말라야 14좌를 정확히 완등한 사람은 단 3명 뿐이라는 것이다.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14좌 완등자는 한국인 8명 포함, 총 52명이다. 이 ...
    Date2023.03.29 ByValley_News
    Read More
  16. Mt. Islip Via Crystal Lake -<밸리산익회> 김찬호-

    산악인 또는 모험가들이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 뛰는 곳들이 있다. 히말라야, 알프스, 파타고니아, PCT, 산티아고 순례길 등, 그리고 또 빠지지 않는 의외의 장소가 있다. 알래스카의 데날리 산(Denali. 6,194m) 이다. 많은 이들이 맥킨리 산으로 기억하는...
    Date2022.09.02 ByValley_News
    Read More
  17. MT. Hawkins -<밸리산악회> 김 찬 호 -

    한 남자가 있다. 15세 때 난독증 판정을 받고 학업을 포기하게 된 그는 엘리트 군인을 양성하는 영국 공수 특전단에 지원, 5번의 불합격 끝에 입대에 성공하나 언어장애로 인해 진급할 수 없다는 현실에 낙담, 12년의 군 생활을 정리하고 1997년 제대를 선택한...
    Date2022.10.31 ByValley_News
    Read More
  18. Mt. Baden Powell -<밸리산악회> 김 찬 호 대원-

    팬데믹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와 접촉을 꺼리는 분위기 탓에 각종 모임과 실내운동이 제한을 받으면서, 그 대안으로 등산에 초보 입문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음을 산행할 때마다 실감한다. 그러나 의욕적으로 시작은 하였으나 등산 장비와 기본 지식 등의 준...
    Date2021.07.24 ByValley_News
    Read More
  19. Mt, Lukens - <밸리산악회> 김찬호 대원-

    경남 울산 울주군에서 열리는 국제 산악영화제가 있다. 2015년 시작하여 올해까지 7회째 진행되어 해마다 40여 개국 200여 편의 산과 사람, 자연과 환경 관련 다큐, 영화들이 상영되는데 2021년 초청작인 로체(Lhotse)를 우연히 보고 느꼈던 감동이 아직도 생...
    Date2022.12.30 ByValley_News
    Read More
  20. Mt Pacifico Via Three Points –PCT -<밸리산악회>김 찬 호 -

    위대한 등반가 중에서도 우뚝 서 있는 두 거인이 있다. 살아있는 전설이며 히말라야 8,000m급 14좌 최초 완등자인 이탈리아의 “라인홀트 매스너"와 두 번째 완등자인 폴란드의 "예지 쿠쿠츠카". 라인홀트 매스너는 1970년 낭가파르바트에서 시작, 1986년...
    Date2022.03.31 ByValley_News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Next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