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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렸을 때, 나는 이름 때문에 놀림을 많이 받았다. 중학교 때부터이었던 것 같다. 내 코앞에서 선생님들이 나의 이름에 대한 일가견을 스스럼없이 펼쳤다. 기생 이름이라는 것이었다. 

  기생이란 조선시대 법적으로는 양민, 사회적으로는 천민대우를 받던 여성층을 뜻한다. 그 여인들은 특별교육을 받아 교양이 있는 지식인으로 악기를 다루고, 학문이나 시, 서화에 능했다. 하지만, 양반층 권력가나 정치인 남성들을 접대하는 임무를 가진 천민이었다. 어떻든 기분 나쁜, 눈에 보이지 않는 꼬리표였다.

 

  나에게 이름을 지어준 아버지는 내 이름, 전(田) 월(月) 화(花)를 향한 세상의 혹평에 대해서 이렇다 할 변명이나 설명이 없으셨다.

  내가 싫어하던 세속명(世俗名)은 미국 시민이 되면서 자연스레 바뀌었다. 남편의 성에, 모니카라는 나의 세례명을 쓰게 되었고, 중간이름으로 나의 결혼 전 성씨가 들어갔다. 

  젊었던 때, 나는 이름이란 부르기 쉽고, 기억하기 좋아야 한다는 일가견을 갖고 있었다. 당시 내 생각은 짧았다.

  내가 자라던 때 한국에서는 변성명(變姓名) 과정이 힘들고 복잡했다. 법적 과정이 쉬웠다면 내 성화에 아버지는 개명해 주셨을지 모른다. 또 미국에 살았다면 쉽게 바꾸었을 것이다. 미국은 한 해에 약 2백만 명이 변, 성명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쉽다. 미국의 개헌 14 조항은 개명할 권리를 명시한다.

  변성명……하기야 결혼, 이혼으로 이름을 바꾸는 경우가 얼마나 허다한가. 자기에게 주어진 이름이 싫어서, 또는 특별한 의미를 넣어주기 위해서 이름을 바꿀 수 있다는 자유로움을 허락하는 법은 좋은 것 같다. 

  2009년 미국의 46개 주에서 서류 과정 없이도 바꾼 이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러나 은행이나 소셜 시큐리티, DMV 같은 정부 기관 또는 단체가 증명서를 요구할 수 있으므로 법적인 과정을 거쳐서 확실히 해 놓는 것이 타당하다.

  간혹 법원은 본인이 원하는 새로운 이름을 허락하지 않기도 한다. 그 예로, 1979년 미네소타주 법원은‘1069’라는 이름을 기각했다. 그 후‘Ten Sixty-Nine’으로 고친 이름은 허락했다고 한다.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이름을 바꾸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일제 강점기 때 한국인이 겪었던 것이 그랬고, 1887년 미국의 연방정부가 아메리칸 인디언들에게 강압적으로 각 가정이 성씨를 만들어 갖도록 했던 것이 그 예이다. 한 부족이 공동으로 갖고 있는 땅의 소유권을 빼앗기 위한 것이었다.

  또 지금은 어떤가? DACA(Deferred Action for Childhood Arrivals)에 관련된 어린이들은 이민국의 뜻에 따라 스페인 계통의 사람들이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받은 두 개의 성씨를 갖는 관습을 버리고 하나만 택하도록 강요받고 있다.

 

  성서(聖書)에는 하느님을 모르는 어린 사무엘이 하느님의 부름을 받는 이야기와 어부였던 시몬이 예수의 부름을 받고 베드로가 되는 부분이 있다. 두 경우 모두 새로운 삶의 출발을 뜻한다.

  사무엘은 자신의 이름을 부르신 하느님을 알게 되면서 당신의 사도가 된다. 어부 시몬은 베드로라는 이름을 받고 그 이름이 준 의미대로, 교회의 반석으로서의 새로운 사명을 갖는 숙명에 복종하게 된다.

 

  그렇다. 이름은 부르라고 있는 것이다. 이름을 누가 불러주느냐에 따라서, 왜 부르느냐에 따라서 얼마나 뜻이 다를 수 있는 것인가!

  또 이름이란 이름의 주인인 인간 그 자체이기도 하다. 비록 내가 택한 이름이 아니었어도, 이름 자체가 곧 나이고, 이름은 살아가며 의미를 더해간다. 주어지는 의미에 따라서 나의 삶은 새로운 길을 택하게 된다. 내가 나를 부르기 때문이다.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된다.

  나는 아버지가 지어 주신 이름 전(田)월(月)화(花)를 다시 쓰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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