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3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어렸을 때, 나는 이름 때문에 놀림을 많이 받았다. 중학교 때부터이었던 것 같다. 내 코앞에서 선생님들이 나의 이름에 대한 일가견을 스스럼없이 펼쳤다. 기생 이름이라는 것이었다. 

  기생이란 조선시대 법적으로는 양민, 사회적으로는 천민대우를 받던 여성층을 뜻한다. 그 여인들은 특별교육을 받아 교양이 있는 지식인으로 악기를 다루고, 학문이나 시, 서화에 능했다. 하지만, 양반층 권력가나 정치인 남성들을 접대하는 임무를 가진 천민이었다. 어떻든 기분 나쁜, 눈에 보이지 않는 꼬리표였다.

 

  나에게 이름을 지어준 아버지는 내 이름, 전(田) 월(月) 화(花)를 향한 세상의 혹평에 대해서 이렇다 할 변명이나 설명이 없으셨다.

  내가 싫어하던 세속명(世俗名)은 미국 시민이 되면서 자연스레 바뀌었다. 남편의 성에, 모니카라는 나의 세례명을 쓰게 되었고, 중간이름으로 나의 결혼 전 성씨가 들어갔다. 

  젊었던 때, 나는 이름이란 부르기 쉽고, 기억하기 좋아야 한다는 일가견을 갖고 있었다. 당시 내 생각은 짧았다.

  내가 자라던 때 한국에서는 변성명(變姓名) 과정이 힘들고 복잡했다. 법적 과정이 쉬웠다면 내 성화에 아버지는 개명해 주셨을지 모른다. 또 미국에 살았다면 쉽게 바꾸었을 것이다. 미국은 한 해에 약 2백만 명이 변, 성명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쉽다. 미국의 개헌 14 조항은 개명할 권리를 명시한다.

  변성명……하기야 결혼, 이혼으로 이름을 바꾸는 경우가 얼마나 허다한가. 자기에게 주어진 이름이 싫어서, 또는 특별한 의미를 넣어주기 위해서 이름을 바꿀 수 있다는 자유로움을 허락하는 법은 좋은 것 같다. 

  2009년 미국의 46개 주에서 서류 과정 없이도 바꾼 이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러나 은행이나 소셜 시큐리티, DMV 같은 정부 기관 또는 단체가 증명서를 요구할 수 있으므로 법적인 과정을 거쳐서 확실히 해 놓는 것이 타당하다.

  간혹 법원은 본인이 원하는 새로운 이름을 허락하지 않기도 한다. 그 예로, 1979년 미네소타주 법원은‘1069’라는 이름을 기각했다. 그 후‘Ten Sixty-Nine’으로 고친 이름은 허락했다고 한다.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이름을 바꾸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일제 강점기 때 한국인이 겪었던 것이 그랬고, 1887년 미국의 연방정부가 아메리칸 인디언들에게 강압적으로 각 가정이 성씨를 만들어 갖도록 했던 것이 그 예이다. 한 부족이 공동으로 갖고 있는 땅의 소유권을 빼앗기 위한 것이었다.

  또 지금은 어떤가? DACA(Deferred Action for Childhood Arrivals)에 관련된 어린이들은 이민국의 뜻에 따라 스페인 계통의 사람들이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받은 두 개의 성씨를 갖는 관습을 버리고 하나만 택하도록 강요받고 있다.

 

  성서(聖書)에는 하느님을 모르는 어린 사무엘이 하느님의 부름을 받는 이야기와 어부였던 시몬이 예수의 부름을 받고 베드로가 되는 부분이 있다. 두 경우 모두 새로운 삶의 출발을 뜻한다.

  사무엘은 자신의 이름을 부르신 하느님을 알게 되면서 당신의 사도가 된다. 어부 시몬은 베드로라는 이름을 받고 그 이름이 준 의미대로, 교회의 반석으로서의 새로운 사명을 갖는 숙명에 복종하게 된다.

 

  그렇다. 이름은 부르라고 있는 것이다. 이름을 누가 불러주느냐에 따라서, 왜 부르느냐에 따라서 얼마나 뜻이 다를 수 있는 것인가!

  또 이름이란 이름의 주인인 인간 그 자체이기도 하다. 비록 내가 택한 이름이 아니었어도, 이름 자체가 곧 나이고, 이름은 살아가며 의미를 더해간다. 주어지는 의미에 따라서 나의 삶은 새로운 길을 택하게 된다. 내가 나를 부르기 때문이다.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된다.

  나는 아버지가 지어 주신 이름 전(田)월(月)화(花)를 다시 쓰기로 한다.<*>

 

  1. No Image

    내게 특별한 우리 말 -박 복 수 시인, 수필가-

    나의 작은 실수로 불쾌한 일이 있었다. "머리 뚜껑이 열리네요."라는 이메일은 너무 놀라운 일이었다.‘우리 사랑하는 멋진 천사언니~’라 부르는 동생이다. “어떠한 경우라도 다툼은 할 생각을 말라. 현명한 사람도 무지한 자와 다투면 무지...
    Date2021.01.04 ByValley_News
    Read More
  2. 호랑이 형님 -<아동문학가> 방정환-

    이 글은 잡지 <어린이> 1926년 신년호에 발표된 작품이다. <편집자 주> 옛날 호랑이 담배 먹을 적 일입니다. 지혜 많은 나무꾼 한 사람이 깊은 산 속에 나무를 하러 갔다가, 길도 없는 나무 숲속에서 크디큰 호랑이를 만났습니다. 며칠이나 주린 듯싶은 무서운...
    Date2022.01.06 ByValley_News
    Read More
  3. <이 사람의 말> 가수 양희은의 말 “그럴 수 있어!”

    긴 설명이 따로 필요 없는 가수 양희은 씨가 새 에세이집 <그럴 수 있어>를 펴냈다. <그러라 그래>에 이은 책이다. 양희은 씨는 읽는 이들에게 자기 식의 편안한 말투로 진심어린 위로를 건넨다. 입에 발린 어설픈 위로가 아닌 자신의 삶에서 우러난 진심의 ...
    Date2023.08.31 ByValley_News
    Read More
  4. 마지막 미역국 -행복이 블로그 <행복 충전소>에서 -

    나는 뇌종양 말기 환자입니다. 날마다 고통에 시달리는 나의 모습은 거의 발악 수준입니다. 이젠 방사선 치료조차 의미가 없어지고 죽는 날이 빨리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냄새도, 미각도 이제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가족들은 나를 위해 내 앞에서...
    Date2022.03.03 ByValley_News
    Read More
  5. No Image

    태양은 다시 뜨고 -박복수 시인-

    환희의 새날 태양은 다시 뜨고 새로운 도약을... 조용히 나래 펼치는 2022년! 새 달이 밝아왔습니다. 역사의 장에 메아리쳐 오는 당신 소리에 귀를 밝히면 뛰는 맥박을 읽을 수 있습니다. 태평양을 건너 온 한 민족의 역사가 새 달의 다짐 앞에 모아진 당신의 ...
    Date2022.02.01 ByValley_News
    Read More
  6. No Image

    <독일군의 선물> 원작과 오마주 -소설가 박휘원 -

    <편집자의 말> 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로 알려져 있는 <독일군의 선물>에 대한 미주 소설가 박휘원 씨의 오마주 작품을 소개한다. 원작과 비교해서 읽기를 바란다. 독일군의 선물-허버트 릴리호의 ‘ 독일군의 선물’에 대한 오마주 박휘원 (소설...
    Date2022.06.30 ByValley_News
    Read More
  7. No Image

    <우산> -김수환 추기경-

    삶이란 우산을 펼쳤다 접었다 하는 일이요 죽음이란 우산을 더 이상 펼치지 않는 일이다 성공이란 우산을 많이 소유하는 일이요 행복이란 우산을 많이 빌려주는 일이고 불행이란 아무도 우산을 빌려주지 않는 일이다 사랑이란 한쪽 어깨가 젖는데도 하나의 우...
    Date2023.03.29 ByValley_News
    Read More
  8. No Image

    이름이 갖는 의미 -<한국어진흥재단> 이사장 류모니카-

    어렸을 때, 나는 이름 때문에 놀림을 많이 받았다. 중학교 때부터이었던 것 같다. 내 코앞에서 선생님들이 나의 이름에 대한 일가견을 스스럼없이 펼쳤다. 기생 이름이라는 것이었다. 기생이란 조선시대 법적으로는 양민, 사회적으로는 천민대우를 받던 여성...
    Date2021.02.01 ByValley_News
    Read More
  9. No Image

    온 노멀 시대, 가을을 앓다 -조옥동 시인, 수필가-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 눈을 뜨면 밝은 햇살이 마치 내 기상을 기다리는 듯 침실 커튼 아래 앉아 있다. 제일 먼저 신선한 아침공기를 맞으려 발코니로 통하는 거실 문을 열면, 요즘 창문 밖에는 낯선 손님들이 찾아와 기다린다. 색깔도 모습...
    Date2020.10.02 ByValley_News
    Read More
  10. 백범 김구 선생의 말씀

    김구 선생의 육성을 들으며,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안락함과 평안함이 조국의 평화와 독립을 위해 싸워주신 분들의 은혜임을 다시 한 번 마음에 되새겨봅니다. ★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Date2022.10.31 ByValley_News
    Read More
  11. No Image

    그리운 그 때 그 시절 - 수필가이진용 -

    쉬는 날이라 늦은 아침을 먹고 Sanjose길을 따라 산책 했다. 십 분쯤 걸었을까? 좌측으로 초등학교가 나타났다. 운동장에서 재잘거리며 뛰어 노는 어린 학생들을 보니 무척 부러웠다.‘참 좋은 때 다. 나도 저런 때 가 있었는데…’ 나는 그 ...
    Date2023.05.31 ByValley_News
    Read More
  12. 가물가물 깜빡깜빡 -<소설가>김영강-

    “이혼이야 이혼-- 이번에 못 찾으면 이혼이야--. 진짜로 이혼한다고오--” 남편의 언성이 높아졌다. “언제 외출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는 건, 열쇠 없어진 지가 오래됐다는 얘기 아냐? 한번 두번도 아니고 벌써 몇 번째야?” 뭐? 열...
    Date2021.07.24 ByValley_News
    Read More
  13. No Image

    밥상머리 교육과 사회정의 실현 -류 모니카(종양방사선 전문의 ,한국어진흥재단 이사장)

    코비드-19 전염을 방지하기 위한 활동 감금 정도가 조금씩 풀리고 있다. 오랜만에 어제 작은딸네 식구가 다녀갔다. 뒷마당에서‘사회적 거리 두기’에 준해서 떨어져 앉아 이른 저녁을 먹었다. 딸은 한국토종이고 사위는 백인이다. 이 딸네 부부는 ...
    Date2020.06.24 ByValley_News
    Read More
  14. No Image

    그래도 꽃은 핀다 - 윤금숙 (소설가)

    코로나19로 인해 봄이 막 시작하려는 때부터 집에 감금당했다. 일 년 중 가장 좋아하는 봄을 기다리며 사는 나에게는 실로 치명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니 올 봄에는 우리 집 뒷마당에 가득한 봄으로만 만족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매해마다 봄이면 너...
    Date2020.07.25 ByValley_News
    Read More
  15. 된장국 -시인 나태주 -

    된장국 어머님, 갑자기 날씨 쌀쌀해진 요즘 며칠 아내가 끓여주는 뜨뜻한 시래기 된장국 먹으니 어머님 생각납니다 고향의 그 나날이 비어가는 들판이, 길 모퉁이가, 언덕이, 당신의 손등처럼 까칠해져가는 고향의 나무들이 눈에 밟힙니다 고추밭과 채전밭이,...
    Date2022.12.30 ByValley_News
    Read More
  16. <이 사람의 말> 얼마나 사랑했는가, 얼마나 사랑받았는가 -60년 연기 인생, 배우 김혜자의 말말말

    데뷔 60년, 100여 편의 드라마 여주인공을 맡으며 국민배우, 국민 엄마로 불리는 배우 김혜자(81)가 책을 펴냈다. 책의 제목은 <생에 감사해>로, 베스트셀러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이후 18년 만에 펴낸 책이다. 이 책과 조선일보 박돈규 기자의 인터뷰 기사...
    Date2023.01.30 ByValley_News
    Read More
  17. No Image

    <감동실화> 세계로 전해진 감동의 다툼

    자살을 기도하던 30대 가장 두 명이 로또에 당첨되고, 이를 둘러싼 미담이 미국방송 CNN, 일본, 영국… 등과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면서 전세계 국민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한강대교 북단 다리 아치 위에서 시작됐다. 성북구 장위동에 사...
    Date2023.06.29 ByValley_News
    Read More
  18. No Image

    백신(vaccine)은 소(牛)에서 유래한 말 -종양방사선 전문의 류 모니카 -

    요즘처럼 일반인들이 전염병과 백신이라는 말을 많이 하고 또 들은 적도 없었던 것 같다. 코비드-19 사태 때문일 것이다. 코비드-19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vaccine)이 곧 성공적으로 만들어지고 이르면 올가을에는 공급될 것으로 조심스레 기대하고 있다. 여...
    Date2020.10.02 ByValley_News
    Read More
  19. No Image

    감동의 실화: 사람의 됨됨이

    미국이 독립을 한 얼마 후, 군복을 멋지게 차려입은 젊은 장교가 말에서 내려 시골길을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의 말은 먼 길을 달려오느라 지쳐 있었던 것입니다. 마침내 징검다리가 놓인 냇가에 다다랐습니다. 그런데 비 그친 직후여서 징검다리가 물속에 ...
    Date2022.06.30 ByValley_News
    Read More
  20. No Image

    <지혜의 글> 개코도 모르면 가만히나 있지!

    숙종대왕이 어느 날 미행 중 수원성 고개 아래 쪽 냇가를 지나는데, 허름한 시골총각이 관을 옆에 놓고 슬피 울면서 물이 나오는 냇가에다가 묘자리를 파고 있는 것을 보고, ‘아무리 가난하고 몰라도 유분수지 어찌 묘를 물이 나는 곳에 쓰려고 하는지 ...
    Date2023.06.29 ByValley_News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Next
/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