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죽어서도 -사진: 김 인 경, 시: 장 소 현-
2021.08.26 15:48
나무는
죽어서도 당당하게 서있어
아름답게 빛나는데…
뜨거운 불길 견디고 끝내
재가 되어 스러지지 않고
새까만 숯 되어 반짝이는 나무는
죽어서도 죽지 않네, 죽을 수 없네
아무렴 재와 숯은 다르지
암, 다르고말구…
산불 잔인하게 휩쓸고 지나간 자리
새로운 질서 뿌리내려
저 아래 어린 나무들 새싹 파릇파릇
재잘 재잘 재잘 재잘거리는 소리
그 소리 들으며 흐뭇하게 웃고 싶어
나무는 죽어서도 당당히 서있네
우뚝 서서 빛나네
새로운 질서가 저절로 오는 게
아니라는 걸
희생 없이 오는 게 결코 아니라는 걸
말해주고 싶어 보여주고 싶어
나무는 죽어서도 서있다네…
산도 숲도 나무도
늘 새롭게 또 새롭게 거듭나는데
사람은 그러지 못하지
나무가 죽어서도 당당한 그 마음
사람은 죽어도
알지 못하지
사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