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C07389.jpg

 

나무는 

죽어서도 당당하게 서있어

아름답게 빛나는데…

 

뜨거운 불길 견디고 끝내

재가 되어 스러지지 않고

새까만 숯 되어 반짝이는 나무는 

죽어서도 죽지 않네, 죽을 수 없네

아무렴 재와 숯은 다르지

암, 다르고말구…

 

산불 잔인하게 휩쓸고 지나간 자리

새로운 질서 뿌리내려

저 아래 어린 나무들 새싹 파릇파릇

재잘 재잘 재잘 재잘거리는 소리

그 소리 들으며 흐뭇하게 웃고 싶어

나무는 죽어서도 당당히 서있네

우뚝 서서 빛나네

 

새로운 질서가 저절로 오는 게 

아니라는 걸 

희생 없이 오는 게 결코 아니라는 걸

말해주고 싶어 보여주고 싶어

나무는 죽어서도 서있다네…

 

산도 숲도 나무도 

늘 새롭게 또 새롭게 거듭나는데

사람은 그러지 못하지

나무가 죽어서도 당당한 그 마음

사람은 죽어도

알지 못하지

사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