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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대륙을 종단하는 3대 장거리 트레일인 서부의 PCT(2650마일), 중부의 AT(2181마일), 동부의 CDT(3100마일)를 모두 완주한 초인적인 6명의 한국인 트리플크라우너. 그들의 후일담을 들어보면 한국에선 경험하지 못한, 미국만의 감동적인 선진 하이킹 문화체험을 한결같이 얘기한다. 거대한 미대륙과 작은 반도국가의 전혀 다른 자연환경의 차이는 차치하고라도 이타적인 배려가 몸에 밴 그들의 조용한 봉사에서 미국의 힘을 느꼈다고 한다. 

   길 위에선 가끔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진다. 하이커들은 이런 경험을 트레일 매직(Trail Magic)이라 부르고 이러한 Trail Magic을 행하는 사람들을 트레일 엔젤(Trail Angel)이라 부른다. 장거리 트레일에서 반년 동안 먹을 식량을 모두 지고 가는 건 불가능하다. 출발 전에 5~7일 정도 거리 계산을 하여 보급품을 보급지 우체국으로 미리 보내 분배하는 방법을 활용하니 배낭의 무게는 최소화 할 수 밖에 없고 맛있는 식사는 기대하기 어렵다.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여 일정이 지체되면 물과 식량이 바닥날 수밖에. 

     어느 한국인 하이커. 그늘 한점 없는 사막 구간을 걷는 동안 물 한 모금이 너무 간절했다. 그러던 중 하얀 박스 두 개를 발견한다. 얼음으로 채워진 박스 안에는 탄산음료와 귤이 한가득 들어있었다. 말 그대로 사막의 오아시스. 재보급을 받지 못한 채 10일이 넘어 식량이 바닥을 드러냈을 때 따끈한 핫도그와 감자를 들고 하이커를 기다리고 있던 트레일 엔젤을 만난다. 또 어느 하이커는 뙤약볕에 헉헉대며 걷고 있는데 길가에 자동차 한 대가 서 있다. 가까이 가니, 나이 지긋한 트레일 엔젤이 자동차 트렁크에 샌드위치, 물, 과일, 맥주 등을 잔뜩 넣어두고는 마음껏 먹고 배낭에 채워가라고 하더란다. 어떤 이는 마을과 트레일을 왕복하며 하이커를 태워주고, 자기 집을 개방하여 목욕과 음식, 잠자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필자 또한 몇 년 전 남가주 최고난도 트레일로 꼽히는 Iron Mountain 에서 물이 떨어져 악전고투 하산길 도중 바위 아래 놓여 있던 몇 병의 물과 에너지바로 몸과 마음을 재충전한 고마운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지금도 멋진 매직을 선물하고 있을 모든 트레일 엔젤에게 신의 축복이 함께하기를.

    LA의 아름다운 명소 중 하나로 꼽히는 BBT(Backbone Trail)은 서쪽 끝 포인트무구 주립공원에서 동쪽 끝 윌로저스 주립공원까지, 산타모니카산맥을 가로질러 68마일에 이르는 장거리 트레일인데 예전에는 트레일 중간에 사유지가 몇 곳 포함돼있어 등산객들의 발걸음을 막았었는데 국립공원국이 2016년 매입하여 BBT가 완성되며, 산타모니카와 말리부를 끼고 있는 태평양 연안 절경을 눈 아래로 조망하며 걸을 수 있는 명소로 거듭난다. 주차장 뒤쪽 야트막한 잡목 숲 사이 입구로 들어서서 아침이슬로 촉촉한 등산로로 20분 걸으면 소방도로를 만난다. 짙은 안개 서늘한 등산로로 경쾌한 걸음 한 시간 후 왼쪽 큰 바위 있는 고개에서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바다 쪽에서 작은 케년을 타고 올라오는 안개가 굴곡진 능선을 가로질러 산 쪽으로 달아난다. 3마일 여 지점에서 삼거리를 만나고 오른쪽 트레일로 들어간다. 그리고 10여 분 후 완만한 내리막길로 내려가며 이어지는 멋진 능선길. 엔젤리스 포레스트와는 사뭇 다른 전경이 펼쳐진다. 수십만 년 전, 이곳이 바다였음을 알려주는 샌드스톤 지역 특성으로 사암으로 이루어진 웅장하고 기묘한 바위들이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인디언들의 왕래가 잦았을 것 같은 넓고 아늑한 능선길 끝에 조형물 같은 온통 바위산, Mesa Peak이 멋진 자태로 우리를 반겨준다.

 

  ▶ 왕복: 11 마일, 등반고도: 1450 피트, 난이도: 3(최고 5), 등급: 4(최고 5)

  ▶ 가는길: Ventura 방면 101(N)- Malibu Canyon 방면 Los virgenes Rd 에서 내려 좌회전-5마일 Drive- Piuma Trail head Parking Lot.산행1.jpg

 

산행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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